감정과 뇌는 서로 많은 관련이 있다. 이를 연구하는 심리학과 뇌과학 또한 마찬가지다.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심리적인 작용들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대해 알고 나면 쉽게 이해되는 되는 이유도 두 학문이 밀접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여러 물질 중 도파민과 관련해 이야기해 보겠다.
1.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
먹는 것을 참아야 하는 다이어트! 물론 식단을 통해 칼로리를 조절하며 음식물을 먹긴 하지만 이를 절제하기란 쉽지 않다. 흔히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말처럼 세상의 수많은 칼로리 폭탄 음식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식단에 포함된 음식도 아는 맛이지만 왠지 입맛이 돌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뇌는 칼로리에 더 민감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아직 수렵 채집기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때는 먹을 게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칼로리 높은 음식을 많이 먹어 몸에 저장해 둬야 생존 확률이 높았다.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남은 이유도 이 유전자를 대물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몸에 지방이 쌓이고 다이어트가 힘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음식을 '볼 때' 우리 뇌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바로 도파민이 분비된다. 음식을 먹을 때도 분비되지만 '눈으로 보았을 때'도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이유 또한 진화와 관련이 있는데 음식이 부족했던 수렵 채집기에는 음식물을 찾았을 때 바로 먹어야 생존할 수 있었다. 즉, 음식을 발견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을 분비해 그 즉시 먹을 수 있도록 그것에 '집중'하게 한 것이다. 다이어트 중 맛있는 음식에 계속 눈이 가고, 음식 냄새에 더 민감해지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닌 뇌, 특히 도파민 탓임을 기억하자.
2.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이유
물론 우리의 뇌는 음식을 보았을 때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분비하기도 하지만,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이뤘을 때도 나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목표를 세웠을 때와 목표를 이뤘을 때 두 번 나온다. 예를 들어 멋지게 몸을 만들어 바디 프로필을 찍는 자신을 상상했을 때와 꿈꾸던 날이 현실이 되었을 때 도파민이 나와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도파민이 분비되는 극단의 상황에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누릴 것인지, 목표를 이룬 성취감을 느낄 것인지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먼저 보상의 크기이다. 예상했겠지만 다이어트를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음식 섭취에서 오는 쾌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첫 단계인 다이어트 목표를 세울 때 이미 분비되는 도파민이 더 적다는 말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세운 목표가 너무 터무니없기 때문일 수 있다. 이 목표는 상대적인 기준인데 누군가 10kg를 한 달만에 감량했다고 해서 자신도 해낼 수 있는 목표는 목표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자신에게 맞는 감량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만약 '최대한 노력하면 2kg는 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옳은 목표일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당연히 이룰 수 있는 목표(1kg)가 아닌 정말 최대한 노력했을 때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2kg)'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2번의 도파민 분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원동력으로 다시 자신에게 맞는 '작은 목표'를 5번 반복해 최종적으로 10kg 감량이라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적절한 상을 주는 것이다. 프로 다이어터들의 '치팅데이'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기간을 정해 치팅데이를 하지 않는다. '작은 목표'를 성취했을 때 '치팅데이'를 하며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 즉, 도파민이 더 강력하게 분비돼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작은 목표'를 이룰 때마다 작은 상을 주고, '최종 목표'를 이뤘을 때 더 큰 상을 스스로에게 준다면 도파민의 도움을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3. 집중력 저하
최근 집중력 저하로 힘들어하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많다. 공부와 업무에 집중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 활용하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인터넷 등이 집중력을 흐트러놓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과 의도하지 않아도 보게 되는 각종 광고들 때문에 자신을 마치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또한 도파민의 영향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어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앞에서 도파민은 음식을 '볼 때' 수치가 올라가고, 이를 통해 음식에 '집중'하게 한다고 말했다. 즉, 먹기 전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때 도파민은 활성화된다. 맛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고, 수렵 채집기의 사람이라면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계속 찾아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뇌는 생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진화해 왔다. 그래서 집중하고자 하는 것, 도파민을 분비하는 것 대부분이 생존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최근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많은 자극이 이런 생존과 관련된 기재를 자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림이나 광고, 심지어 유튜브 썸네일 조차도 기대감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뇌를 자극한다. 속절없이 도파민이 생성되고 집중력을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 또한 다이어트처럼 공부나 업무에 보상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목표 설정을 통해 본능을 이기는 도파민 활성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나 업무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 봐야 한다. 기대감이 없는 것에 뇌는 집중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공부하는 과목이나 분야를 바꾸거나, 이직이나 전업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런 변화를 통해서도 도파민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의 상황을 바꾸기 힘들다면 리프레이밍 (reframing)을 통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의 단점만이 아닌 장점 또한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나영 교수가 제시한 'I get to~' 어휘가 도움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일해야 돼, '라고 생각한다면 일에서는 집중력이 발휘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4. 도파민!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아무리 좋다는 약도 과하게 먹으면 먹지 않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도파민도 마찬가지다. 병적인 예가 조현병과 파킨슨병이다. 조현병의 경우 도파민 분비가 줄거나 재흡수가 부족해 발생할 수 있으며, 파킨슨병은 손상된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가 운동장애를 유발해 발병한다.
일상의 영역으로 넘어온다면 의존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게임, 쇼핑,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은 물론 휴대전화, 약물 등에도 의존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도파민을 부자연스럽게 발생시키는 자극제들이다.
이처럼 도파민 분비는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본능이기도 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성취감, 동기부여, 집중력 등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활용할 것이지, 단지 말초적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이용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도파민이 나오는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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