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롤모델의 다른 표현은 인플루언서라는 생각이 든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SNS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TV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더 이전에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10~20년 사이에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일반인까지도 보다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만큼 그들의 실체를 판별해 내는 안목도 더 까다롭게 키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반두라의 사회적 인지 이론에 비추어봤을 때, 타인의 영향으로 형성된 자신의 인지로 인해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롤모델, 혹은 인플루어서를 선별하고 따르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1. 모델, 관찰자, 영향력의 관계성
롤모델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관찰자들이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롤모델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영향을 줄만한 특색이 없어도 관찰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관찰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모델과 관찰자와 영향력이 필요하다. 세 요인들의 특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모델의 특성
유사성의 법칙에 따라 관찰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모델을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성향은 SNS가 발달하면서 더욱 뚜렷하고 다양해졌다. 바로 해시태그로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취미, 관심사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이들 중 자기와 가장 유사한 사람을 팔로우하면 심지어 다른 유사한 사람들까지 추천을 해준다. 그리고 관찰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은 사람이 인플루언서가 되고 롤모델이 된다. 더 나아가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며 롤모델로써의 입지를 더 강화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유사성과 더불어 관찰자들은 모델을 고를 때 여러 요인을 생각하게 되는데 나이, 성별, 지위, 행동 유형 등이 이에 해당한다.
관찰자의 특성
이처럼 관찰자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만한 사람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들에게는 롤모델처럼 눈에 띄는 특색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자아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롤모델을 따라 하며 자신의 자아 또한 찾아나가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낮은 사람들도 누군가를 쉽게 따르게 된다. 모델의 영향력에 기대어 안심할 수 있고, 그를 따르는 다른 관찰자들과도 동질감을 느끼며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이 착용한 의류나 액세서리가 큰 인기를 끄는 경우가 이와 관련이 있다.
특별한 영향력 (보상이나 처벌)
하지만 어떤 연예인이 착용한 아이템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관찰자들이 그 연예인에게서는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이 롤모델을 따라 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두라의 관찰학습에서는 이를 보상이나 처벌로 표현했다. 롤모델의 어떤 특별한 행동을 관찰할 때 그것이 품절 대란과 같은 보상의 형태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그것을 따라 하지만, 무관심이라는 처벌이 내려진다면 그 행동은 영향력을 잃고 모방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2. 관찰학습 4가지 과정
이렇게 관찰자가 롤모델을 모방하는 행위는 얼핏 보면 단순 활동 같지만, 상당히 적극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은 총 4가지로 주의 과정, 파지 과정, 재현 과정, 동기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주의 과정
주의는 곧 관심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어떤 연예인이 착용하느냐에 따라 판매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처럼 관심 있는 모델이어야 사람들은 관찰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따라 하고자 하는 모델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
SNS나 유튜브를 봐도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전문가나 성공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 심지어 일부의 경우는 자극적인 언어나 거짓 정보를 사용하면서까지도 주의를 끌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처럼 관찰자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며, 이 과정이 없다면 관찰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모방 행동이나 학습 또한 일어나지 않는다.
파지 과정
쉽게 얘기해 관찰자가 정보를 기억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롤모델의 행동이나 정보를 언어나 이미지로 마음속에 간직해야 추후에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바로 반두라가 이야기하는 인지 과정이다. 이때 어떤 정보를 어떻게 기억했냐에 따라 미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인지했다면 자기효능감을 높여줄 것이다.
재현 과정
이 과정은 관찰자가 저장된 기억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도 모델처럼 그 행동을 숙달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만약 SNS를 통해 메이크업 방법을 배우고 기억하고 있다면 이것을 계속 반복하며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롤모델처럼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실수나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다.
감정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유명한 심리학자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웠다면 이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재현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진행될 때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연습한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고 완숙하게 불안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동기 과정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관찰자가 아무리 모델의 행동을 관찰하고 연습해 그것을 습득했더라도 동기가 없다면 그와 관련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확실하고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관찰자에게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관찰했던 모델의 행동을 더욱 빠르게 학습하고 실행까지도 할 수 있다. 결국 이 동기라는 것은 행동뿐 아니라 주의나 파지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 있다.
3. 롤모델 선별 기준
이처럼 롤모델을 통한 관찰 혹은 대리 학습이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일어나는 만큼 롤모델을 선정하는 기준을 우리는 더 까다롭게 정해야 한다. 특히나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시대인만큼 그 기준 선정에 있어 저의 또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의 특별함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 일 것이다. 만약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가치에 손상을 준다면 선별 기준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어떤 인플루언서의 경우 자신의 영향력을 열등감에서 찾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 또한 남과의 비교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열등감 극복은 긍정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적정선을 넘어 타인의 정서를 황폐화시킨다면 그것은 올바른 영향력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자기효능감이 낮아져 자신의 능력을 저평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롤모델이 제시하는 정보의 질과 정확성을 살펴봐야 한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모두 옳은 정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그들의 주장을 그럴싸해 보이게 만들 뿐 왜곡이 되어 있다면 이 또한 우리의 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보의 질과 정확성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자신 스스로 공부해야 얻어질 수 있다. 인플루언서들의 말만 믿고 따른 정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스스로 더욱더 정보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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