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앞에서 발표를 한다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경험이다. 특히나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이 두려운 '사회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리라면 두려움은 더 커지게 된다. 하물며 무대 경험이 많은 경력자 가수들도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무대보다 더 큰 긴장감을 호소는데, 타인 앞에 서는 것이 힘든 사람이라면 그 불안의 정도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이와 더불어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 이성과의 첫 만남, 상사 앞에서의 보고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 교류하는데 어려움에 겪는 것을 '사회불안장애'라고 한다.
1. 2가지 주요 심리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
발표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흔히들 자신감 있는 자세와 우렁찬 목소리로 시선을 사로잡아야 좋은 반응은 물론 의미 있는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인정 욕구가 과하면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타인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면 할수록 앞에 나서기가 더 두려워지는 것이다. 자신의 자세가 너무 위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목소리가 너무 작은 것은 아닌지, 얼굴과 귀, 목 등이 달아오른 것은 아닌지 등을 신경 쓰다 보면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더욱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이러한 자신을 보고 사람들이 비웃는 것 같다거나, 호의적이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면 자포자기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잘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신념
자기 효능감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이 믿음이 낮을 때도 사회적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 현재의 상황을 감당할 만큼 출중하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이다. 잘 모르는 분야라서, 자신의 성향과는 잘 맞지 않는 과제라, 준비가 덜 되어 있어서 등 자신의 수행 자질에 대한 의심이 타인 앞에서 주눅 들게 하는 것이다. 특히나 더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경우는 자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보게 됐을 경우다. 상대가 자신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예측을 하며, 급격히 자신감이 떨어져 능력 발휘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사회불안장애'는 위 두 가지의 심리적 작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게 된다.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이 멱살을 잡고, 혹시나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실수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타인의 좋은 평가에 대한 기대치가 낮거나 관심이 없다면 자신의 자질이 조금 부족해도 불안감을 과하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인정에 대한 욕구와 비례해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도 두려움을 크게 가지지 않는다.
2. 구체적 상황 예시
타인 앞에 서야 하는 상황 (발표, 노래 등)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상황일 것이다. 실제로도 이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자료만 만들고 막상 발표는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거나, 장기자랑 시간만 되면 갑자기 복통 등의 신체 이상을 호소한다거나, 심지어는 아예 이런 상황들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발적 은둔을 선택할 수도 있다.
요구해야 하는 상황 (주문, 불만 표시 등)
중국 음식을 전화로 배달해야 하는 시절, 낯선 사람과의 통화가 두려워 주문을 포기했다는 누군가의 고백은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남일 같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키오스크가 생겨 비대면 주문이 가능한 곳이 많아지긴 했지만, 직접적인 대면으로 뭔가 요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이들에게 항상 곤욕스럽다. 특히나 사람이 많은 매장에서 큰 소리로 주문할 때나, 즉석으로 조리를 해주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재료를 하나씩 선택해 알려줘야 할 때면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구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엉뚱한 상품을 받았다면 스트레스는 극도에 달한다. 이에 대한 불만 표현이 힘들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 (이성, 상사, 여러 사람 등)
생활 속 자연스러운 대화도 이들에게는 벅찬 일이다. 첫 소개팅 자리, 상사나 선생님처럼 권위 있는 사람과의 면담, 사교 모임, 고객과의 상담 등 친근함이 요구되는 거의 모든 자리에서 불안을 느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좋은 인상을 주고,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몰라 매우 당황하게 되고, 묻는 말에도 단답형으로만 대답하게 돼 대화가 자주 끊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부정적인 인상을 줬다는 자책감에 빠지게 돼 감정은 더 불안정해진다.
3. 주요 증상
신체 반응이 일어난다
얼굴, 목, 귀 등이 붉어지거나, 가슴 두근거리고, 손에서 땀이 나며, 손이 떨리기도 한다. 특히 긴장 상황이 지속되면 복통을 느끼고, 어깨가 경직되고, 두통을 느끼며, 이에 따른 피로감에 쉽게 탈진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러한 신체 반응에 대해 타인은 잘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설사 알아본다 해도 당사자가 느끼는 강도만큼 상대방은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이런 신체 반응 자체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고 나쁨의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비합리적인 인지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로 평가와 관련된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한 말이 적절했는지, 바보 같은 말을 한 것은 아닌지, 상대에서 불쾌감을 준 것은 아닌지, 너무 공격적으로 말한 것은 아닌지, 너무 냉정하게 반응한 것은 아닌지, 자신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수많은 생각들이 자동적으로 스쳐간다. 이러한 생각들의 특징은 타당성이 결여된 비합리적이란 점이다.
특히나 한국 사회는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타인에 대한 민감성이 더 크다. 이와 관련된 생각 중 하나가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과도한 의식이 불안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회피적인 행동을 한다
몸이 얼어붙는 느낌,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당황하고 불안한 나머지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사고도 멈추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사실 가장 피하고 싶은 반응 중 하나로 결국 자신의 행동을 어리석게 생각하는 비합리적 인지 반응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활동들을 회피하게 된다. 사람이 많은 곳, 사교 모임, 낯선 사람과의 만남, 상급자와의 면담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불안을 피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만약 이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말을 적게 하거나 하더라도 속도를 빠르게 해 회피적으로 반응한다. 또는 얼굴의 변화를 가리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하기도 하며, 머리나 안경으로 최대한 가리는 등의 행동을 한다.
4. 소심한 게 아니라 불안한 것입니다
앞에서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신체 반응에 대해 대부분의 타인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간혹 그들의 신체 반응을 포함한 부적응적인 행동을 꼬집어 놀리거나 비하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타인의 아픔을 빌미로 무례하게 구는 것일 뿐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다. 극심한 불안으로 사회생활이 어려운 그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라고 해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소심하다' 말하고, '모두가 다 겪는 일이다'라며 성의 없는 위로를 하는 것은 진정한 공감이 아니다. 이러한 글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불안 심리를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무사히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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