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 의사로부터 "스트레스성 질환이다."라는 말을 듣거나 각종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경우 '신체화'를 생각해볼 수 있는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신체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몸이 여기저기 아플 때를 쓰는 말이다. 소화 불량, 불면증, 두통, 식욕저하, 어지러움, 구토 등은 물론 몸 곳곳이 쑤시는 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혹은 조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몸에 기운이 없고, 식은땀이 나는 등 다양한 증상을 느낀다.
이같은 '신체화'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경우가 대부분으로 실제적인 질병에 의한 증상과는 차이가 있다. 진단 용어로는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라고 하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참고 : 생애 주기에 따른 노년기의 신체 노화 및 실질적인 질병에 따른 증상의 불편감 호소 및 걱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이와는 구별해야 한다.)
1. 신체화에 대한 고려 사항
신체화는 질병에 대한 신체적 원인이 불분명함에도 이곳저곳에 아픈 것을 의미한다. 반면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는 정신의학적 용어로 진단을 통해 그 요건이 충족될 때 쓰는 말이다. 그렇기에 신체화라는 말은 더 일상적이고 넓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증상의 경중에 관계없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겪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예상할 수 있다.
신체화는 3가지 측면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먼저 자신 스스로 신체적으로 느끼는 불편감과 통증감처럼 경험과 관련된 것이다. 다음은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증상에 대한 원인을 어떻게 해석할지와 어떤 후속 행동을 할지와 같은 인지적인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증상에 대해 말하거나 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것과 같은 행동적인 것이다.
2. 관련 증상들
각종 통증
심한 육체적 노동을 하는 경우가 아닌데도 몸 여기저기가 뻣뻣해지고 근육통을 느끼거나 두통이나 요통을 경험하고 있다면 신체화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현대인이 흔히 느끼는 신체화 증상 중 하나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깨 결림, 가슴 통증, 복통 등 다양한 통증을 느낀다. 스트레칭이나 약물 치료 등을 해도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고통이 사라지지 않아 만성화되기도 쉽다.
심한 피로감
주말에 푹 쉬고, 잠을 오랫동안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아 만성적인 피로를 느끼기도 하며, 이 때문에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신체적 이상이라는 전조증상 없이 피로감이 느껴지는 경우라면 심리적 문제로 인한 신체화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더불어 근육 마비, 관절통, 성적 무관심을 비롯해 시력이 흐려진다거나, 숨이 가빠지는 등 신체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대장 및 소화 기능 불량
변비, 설사 등을 자주 하고 배변 후에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경우도 신체화로 볼 수 있다. 또한 소화가 잘 안 되고, 더부룩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화제나 유산균 등을 복용하게 되고, 식이요법 등을 시도한다. 하지만 심리적 치료를 했을 때 개선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 또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3. 관련 유형
신체증상장애
신체적 증상이 한 개 이상 발생해 이로 인한 고통과 일상생활의 문제가 있을 때 진단되는 유형이다. 이것에 해당할 경우 다양한 신체증상을 경험하는데 그중 통증을 가장 많이 느낀다. 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증상에 대해 지속적인 불안을 느껴 심각하게 평가하고 과도한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정상적인 신체 활동도 염려하기도 하며, 극단적인 상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질병불안장애
건강염려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유형은 자신이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 과도한 공포심을 느끼고, 이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종합검진 등을 했을 때 우려했던 질환이 발견되지 않거나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의학적 소견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지 않으며,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이들이 느끼는 신체적 증상이 매우 사소함에도 불안해하고 집착하는 이유는 이에 대한 비합리적인 해석을 내리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기나 심장 박동의 변화, 대장 운동 등도 심각한 이상 반응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전환장애
심리적 문제가 신체적 증상으로 바뀌어 나타나는 유형으로 다른 말로는 기능성 신경증상 장애라고도 한다. 실제 신체적으로나 기질적인 이상이 없음에도 신체화가 나타나는데, 한두 가지의 분명한 신체 이상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 갑자기 마비된다거나, 앞이 보이지 않기도 하며, 팔이나 다리 등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질병을 모방하기도 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질병 지식을 이용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자신에게 닥친 신체적 질병에 대한 심각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경우와는 반대로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인의 동정심과 보살핌을 얻을 수 있고, 증상 자체를 겪음으로써 심리적 불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주의해서 생각할 점은 이는 꾀병과는 다르며, 이들이 의식적으로 의도해 겪는 증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허위성장애
이 유형은 심신의 병적 증상을 의도적으로 발생시키며, 심지어 이를 위장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환자 역할을 하기 위한 욕구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전환장애와 다른 점은 의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전적 수익 같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기 때문에 꾀병과도 다른 측면이 있다. 이들은 거짓으로 병력을 만들어 내는데, 이에 대한 내용이 두서가 없고 표현 방식이 매우 과장되어 있다. 또한 구체적인 검사 후 질병에 대한 징후가 없음을 확인하면 다른 심신의 문제나 증상들을 허위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국에는 속인 것이 들통나게 되는데,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이를 부인하게 한다. 어떤 경우에는 서둘러 퇴원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같은 행위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허위성장애가 만성화된다.
4. 화병
이 말은 영어로도 Hwa-Byung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 사회 특유의 신체화로 인식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소화 관련 장애와 지속적인 피로감을 비롯해 가슴의 답답함이나, 몸에서 열이 올라온다거나, 손발이 저려오는 것과 같은 신체 반응들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평생 동안 시댁과 남편에게 억압받아온 주부들에게서 나타는 것이라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취업에 실패한 청년이나 졸지에 실업자가 된 중년 등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좌절감을 느끼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다는 의미기도 하며, 이를 제대로 표현할 방법이 부재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에 따라 신체화는 가중되고,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를 진단받을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5. 몸과 마음은 하나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신체화는 감정의 고통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그만큼 한국 사회는 감정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적고, 미숙하고, 심지어는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이서진 님이 출연한 적이 있다. 그는 '어깨가 뭉쳐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아 근육이 잘 뭉치지 않는다.'는 대답을 했다. 평소 매체에서 비친 그의 모습을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말은 바로 해버리고 쌓아두지 않는 그의 태도가 신체화를 겪지 않는 비결인 듯하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어느 한 곳에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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