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살펴보면 손을 지나치게 자주 씻는 사람이나 물건의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등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행동이 유별난 것처럼 보이지만, 당사자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으로 불안장애의 유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행동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나 가까운 사람 중에 강박장애를 지닌 사람이 있다면 행위 자체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심리적 불편감을 덜기 위한 노력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강박장애는 강박 및 관련 장애의 하위 유형 중 하나로, 이에 대한 임상적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강박사고
흔히 누군가의 특정 행동을 보고 강박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되지만, 강박장애를 겪는 당사자에게는 강박사고가 먼저 존재한다. 이는 의식하고 싶지 않아도 계속해서 의식에 침투하는 생각, 충동, 특정 장면 등으로 이를 떨쳐버리기 위해 강박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이러한 생각이 떠오른 당사자들도 이것이 부적절할 뿐 아니라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의 종류로는 오염이나 감염, 지나친 공격성, 질서가 깨지는 상태, 신성모독, 도덕 윤리와 반대되는 생각, 실수로 인한 사고, 안전사고에 대한 의심 등이 있다. 이처럼 혐오스럽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저항하고 통제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 생각나듯이 강박 사고 또한 통제하려 할수록 제어가 힘든 상태가 된다. 이에 따라 불안이 발생하고 심리적 고통이 가중되어 이를 벗어나기 위한 회피 행위로 강박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누구나 이런 침투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물론, 앞에서 언급한 것 외의 기분 나쁜 생각들이 갑자기 떠오르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강박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와 병적인 상황이 다른 점은 그것이 나타나는 빈도와 지속성이다. 강박 장애의 경우 침투적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에 따른 고통이 지속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강박행동
심리적 불안의 해소를 위한 이러한 행동 또한 강박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행위와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오염에 대한 침투적 사고로 인해 느끼는 불편감을 없애려고 손이나 몸을 씻게 되는 행동을 하게 될 경우, 강박적 생각이 드는 횟수만큼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또한, 단순히 오염을 제거하기 위한 행위의 양상에서도 벗어나게 되는데, 일반적이라면 충분하다고 느낄 시간도 강박장애가 있을 경우 부족하다고 생각해 장시간에 걸쳐 씻게 된다. 객관적인 위생의 척도와는 상관없이 주관적으로 안심이 되어야 그 행동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강박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런 행동에 대해서도 비합리성을 느끼고 있지만 쉽게 통제하거나 자제하지 못한다. 어떠한 경우에는 과학적인 근거와 관련 없는 횟수를 스스로 정해 이 횟수가 채워질 때까지 강박행동을 반복한다. 이것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면서도 그 횟수가 채워지지 않으면 계속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외현적인 강박행동도 있지만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내적인 유형으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3. 외현적 강박행동의 유형
반복적인 씻기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씻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오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타인의 손이 닿은 만지는 것에 꺼림칙함을 느끼는데, 문고리, 수도꼭지, 지하철 손잡이 등 일상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들에게는 위협이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병균이나 질병 등을 얻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특정 질병에 대한 우려라기보다는 애매모한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구체적이지 못한 사고가 불안으로 이어져 씻는 행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는 오염 부위를 가장 나중에 씻기 위해 씻는 순서를 정하기도 하는데, 만약 이 순서를 실수로 어길 경우 처음부터 다시 씻는 절차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런 오염에 대한 우려가 큰 경우 외출을 꺼릴 뿐 아니라 집안 내에서도 청결이 확인된 곳에서만 생활하고, 타인의 방문조차 거부하게 돼 심각한 사회 부적응 현상을 겪게 된다.
지속적인 확인
앞에서까지는 주로 오염과 관련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예로 제시했지만, 이 외에도 실수나 안전사고 등을 두려워해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하는 강박장애도 있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는 상황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심하고 확인하는 강박을 보인다.
구체적인 상황으로는 가스밸브, 문단속, 난방기구 전원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과 관련된 것들은 물론 사회생활 시 오탈자나 계산 착오 등의 실수들도 포함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바람직한 행동들이지만 강박장애가 있을 경우 이를 확인하는데 지나친 집착을 하게 된다. 의심이라는 침투적 사고가 계속 들기 때문에 이를 풀기 위해 기진맥진해질 정도로 확인 행위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부주의를 의심해 검토를 지속하는 이유는 이것이 크게 잘못됐을 때 빗어지는 파국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타인의 비난과 자신이 느낄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강박행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연계성 없는 반복행동
씻기나 확인행동과는 다르게 강박사고와는 어떤 관련성도 없는 강박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없는 경우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가족에게 비참한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를 때 이를 방어해 줄 행동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두려움을 잊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강박행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서랍 정리를 하는데 이를 일정한 규칙을 정해 반드시 그에 맞게 진행하는 식이다. 사고와는 아무런 논리적 연계성이 없지만 이와 같은 행동을 통해 마음의 불안이 감소할 때까지 반복해 안도감을 찾는 것이다. 이를 '마술적인 행동'이라고 하며 다소 미신적인 행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리정돈에 대한 집착
물건이 자신이 둔 그 자리에 그 상태 그대로 있어야 안정감은 느끼는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이라면 정리정돈 습관은 긍정적인 행위지만 이것에 대해 집착하는 강박행동을 보인다면 완벽주의적인 심리가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경우 타인이 자신이 정리해 둔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하며 지정된 자리에 다시 돌려놓지 않을 때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이 생활 전반에 나타나는데 옷장을 비롯한 냉장고, 신발장, 책상, 책장 등 주변 곳곳의 물건을 정리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더불어 균형, 대칭, 비례 등에도 민감해 이것이 어긋난 것을 보면 매우 불쾌감을 느낀다.
물론 이러한 행동들이 씻기나 확인처럼 파국적인 결말을 예상해 반복하는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쉼 없이 반복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태에서의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강박행동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쓸데없는 물건의 수집
외출하면 버려진 물건 등을 양손 가득 들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 필요한 시기가 있다'라는 생각 때문에 이것저것 수집을 하는 경우로 이것이 정도가 지나쳐 집안에 온통 물건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른 가족들이 보기에는 쓰레기지만 이러한 강박행동을 가진 사람에게는 보물처럼 느껴져 이 물건들을 버릴 경우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수집한 물건을 잘 찾아 쓸 정도로 정리정돈을 해놓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정 내 마찰이 발생하게 된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상실이다. 수집에 놓은 것들에 뭔가 중요한 정보나 쓸모 등이 있다고 생각해 이를 버릴 경우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모두 잃을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기억 능력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어 이를 대체하고 온전히 보전할 방법으로 쌓아두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수집 행동 또한 일종의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수집물들이 자신의 가까이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4. 내적인 강박행동의 유형
기도하기, 숫자 세기
강박사고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내면적으로도 강박행동을 반복할 수 있는데, 기도문을 외운다거나 숫자를 세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강박행동이 내면에서 일어나는 경우 이를 촉발한 강박사고는 종교, 도덕, 윤리 등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는 생각이나, 변태적 성행위에 대해 떠올리거나, 범죄적인 충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자신의 수치스러운 과거나 불행한 미래 등도 포함된다.
이러한 생각들은 그 자체가 혐오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뒤따르는 강박행동도 이를 떨쳐버리거나 억압하는데 집중을 하게 된다. 그래서 종교적인 기도문을 일정한 어조로 반복하기도 하고, 숫자를 끊임없이 세기도 하는 것이다.
5. 강박은 자신을 알아가는 신호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인해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은 삶을 위축되게 만든다. 그저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보는 타인에 비해 그에 대한 생각과 감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이것이 떼어내버리고 싶은 거머리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기 싫은 것들이 계속 떠오르는 진정한 이유는 이것 또한 알아주고 보듬어 달라는 자기 내면의 외침일 수 있다. 그동안 억압해 왔던 감정에 대한 원인을 알아감으로써 그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을 다룰 기회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침투한 생각이 불편해 이를 외면하기 위해 다른 행위를 하기보다는 이 생각을 마음 깊숙한 곳에서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 생각하고 이를 탐구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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