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격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한다. 심리학 분야에도 성격심리학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이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는 인류사에 있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이중에서도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이론'은 전 연령층에 걸쳐 성격발달을 설명하고 있는데, 각 연령대별로 경험하게 되는 특정 요인에 대한 성취와 실패에 따라 얻게 되는 성격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욕구나 과업을 성공적으로 실현했을 때는 긍정적 성격을, 좌절이나 위기를 겪을 경우 부정적 성격을 갖게 될 수 있는데 이를 연령에 따라 8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주의 깊게 살펴볼 점은 각 단계별로 제시된 성격 유형이 극단적인데, 사실 인간의 성격은 이분법적으로 나뉜다기보다 그 양극단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 있다는 사실이다. 즉, 성취 및 좌절 경험의 비율과 위기 시 극복 과정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 성격 중 더 가까운 지점에 자신의 성격이 자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각 개인의 성격 유형이 같아도 서로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위의 사항을 염두에 두고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을 통해 자신 스스로 성격 발달 과정이 어떠했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성인기 이전
1단계 : 신뢰성 vs 불신감 (덕목 : 희망)
출생 후 1.5세까지의 시기에 해당한다.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입을 통해 세상 즉, 어머니와 교류하게 된다. 에릭슨은 이 과정에서 아이가 세상에 대한 신뢰 혹은 불신의 태도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만약 어머니가 아이의 요구(대부분 울음 통해서)에 적절히 반응해주고,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일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는 세상을 믿을 만한 곳이라 인식하게 된다. 이는 훗날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이 형성 시 기초가 된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일관성 없는 태도(따뜻함 또는 냉대)로 아이를 대하게 된다면 이 시기에 아이는 세상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 시 의심이 많고, 두려움을 갖게 되며, 늘 걱정하는 사람이 된다.
이렇듯 에릭슨은 이 단계에서의 경험이 훗날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으며, 한 번 형성된 불신감은 변화하기가 어렵다고 보았다.
2단계 : 자율성 vs 수치심과 의심 (덕목 : 의지)
1.5세에서 3세에 해당하는 시기며, 이전 단계보다는 신체 근육이 발달하고, 행동이 활발해지는 단계이다. 또한, 배변 훈련과 같은 통제 훈련을 처음 접하는 시기이다. 그만큼 자기 통제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 스스로 해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신의 시도가 성공하거나 실패할 수도 있고, 부모에 의해 과하게 통제를 당할 수도 있다. 에릭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율성 혹은 수치심이 형성되게 된다.
먼저 배변훈련 과정에서 성공 경험이 더 많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아기의 미숙한 행동에 대해 부모가 지지하고 격려해준다면 아이는 위기를 극복하고 통제력을 배우고 자율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배변훈련을 비롯한 여러 행동에 대해 부모의 간섭이 심하고, 통제를 받고, 미숙함에 대해 비난을 받게 된다면 아이는 통제능력을 상실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이처럼 자율성과 수치심의 위기 극복 양상은 앞으로의 자기 통제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3단계 : 주도성 vs 죄의식(죄책감) (덕목 : 목적)
3세에서 7세의 시기에 해당하며, 몸이 더 성장하고 사고력도 더 성장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계획할 수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래 아이들과의 집단 놀이 과정에서 자기주장이 나타나고 경쟁을 하는 등 좀 더 역동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에릭슨은 이 시기에 주도성과 죄의식이 발달한다고 보았다.
만약 놀이 과정에서 발생한 자기주장과 경쟁이 적절한 비율로 성공하게 된다면 아이들은 주도성을 획득하게 된다.
반대로 번번이 좌절을 맛본다거나 부모가 아이들의 주도성 발휘 시 처벌을 하게 된다면 아이들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자기주장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죄의식은 이후 성장 단계에서 경험하는 모든 자기 주도적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4단계 : 근면성 vs 열등감 (덕목 : 유능성)
7세에서 12세에 해당하는 시기로 학교에 들어가 학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전 시기보다 발달한 인지적, 사회적 기술을 바탕으로 학업 활동을 해나가면서 아이들은 많은 과제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를 통해 평가를 경험하게 된다. 에릭슨은 이 시기에 근면성과 열등감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만약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잘 수행하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이 시기에 아이들은 근면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이 근면성은 전 생애에 걸쳐 작용하는 과업 성실성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과제 수행에 있어 어려움을 겪거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이 과정에서 선생님이나 부모로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된다면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에릭슨은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5단계 : 자아정체감 vs 역할 혼란 (덕목 : 충실성)
12세에서 18세에 이르는 청소년기다. 이 시기는 2차 성징이라는 신체 변화와 함께 '나는 누구이고,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시기다. 에릭슨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 시기는 자아정체감 혹은 역할 혼란을 경험할 수 있는다.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여러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성실하게 답을 찾아간다면 건강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고 탄탄한 기반 아래 성인기를 맞게 된다. 이때 자신의 의미 있는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고, 자신의 관점에 타인의 견해와 다양한 사상들을 받아들여 발전시키는 통합 능력을 키우며, 자신만의 독특성을 추구해 자아정체감을 확립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자신의 노력이 실패한다면 역할 혼란을 겪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 내리지 못함은 물론, 앞으로를 위한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래의 직업, 결혼까지도 영향을 받아 정상 궤도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
2. 성인기 이후
6단계 : 친밀성 vs 고립감 (덕목 : 사랑)
18세에서 35세에 해당하며 성인 초기의 시기다. 청소년기를 지나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때로 부모로부터는 독립하고, 취업이나 결혼 등을 통해 책임감을 갖기 시작한다. 이때 이전 단계들과는 다른 더 성숙한 친밀감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지는 시기이다. 에릭슨은 이 과정에서 친밀감이나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보았다.
자기 상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우정과 사랑을 기반으로 자신의 정체감을 타인과 잘 혼합시킨다면 친밀감을 얻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가진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친밀감을 형성에 실패해 인간관계에 단절이 생긴다면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럴 경우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 홀로 지낸다거나, 타인이 자아를 위협한다고 생각될 때 공격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다.
7단계 : 생산성 vs 침체감 (덕목 : 배려)
35세에서 55세에 이르는 중년기 시기다. 한 인간으로서 완전히 성숙의 단계에 이른 시기로 가정에서는 아이를 나아 기르고, 사회적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에릭슨에 의하면 이 시기에 이르면 생산성 혹은 침체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만약 이 시기의 한 사람이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낸다면 생산성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소속 욕구가 충족뿐 아니라 자신의 영향력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침체감과 권태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럴 경우 자신의 욕구만 추구하게 되어 전 단계로의 퇴행이 발생하고, 심신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8단계 : 자아통합 대 절망감 (덕목 : 지혜)
55세 이상의 노년기로 신체가 기능적으로 쇠약해지는 시기이자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보고 평가해보게 되는 시기다. 에릭슨에 따르면 이 때는 자아통합이나 절망감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볼 때 만족함 속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성공과 실패 모두를 아우리는 자아통합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후회가 가득한 관점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한다면 절망감에 빠져 고통을 느끼게 된다.
3.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위 이론을 살펴보고 자신과 대입해 본 후 혹시나 침울한 기분을 느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양육자를 원망하거나 자신의 좋지 못했던 성장 환경을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기는 이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경험은 단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양극단 중 어느 한 시점에 있으며, 현재의 경험을 통해서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취약했던 부분에 대해 지금부터는 성공 혹은 성취 경험을 쌓아가며 개선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과거다. 이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까지 영향력을 받도록 하기보다는 과거는 과거대로 둔 채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이때 과거에 충족되지 못한 욕구나 감정 등을 알아차리고 이를 뒤늦게나마 스스로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앞으로 오늘이 될 미래에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심리학 이론 등을 공부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지치지 않고 꾸준히 현재를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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