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외적으로 나타나는 특성만을 다룬 웅대성을 지닌 자기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외적으로는 이와 반대지만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자기애성이 뚜렷한 '취약한 자기애'도 존재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것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취약한 자기애 특징
수줍음이 많고, 감정을 잘 억제하는 사람들은 자기애와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내면을 깊게 들어가 보면 과시적 자기애와 같은 면들을 지니고 있다. 이들 또한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 생각하고,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과하게 몰입해 있으며, 최고가 되고자 하는 마음과 성공에 대한 공상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웅대함이 상처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부담을 갖고 불편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타인의 반응이나 인정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부끄러워하거나 수줍음을 타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창피당할 위험을 감안해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않으려 하고, 앞에 나서게 돼도 자신이 잘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 있는 것이라도 타인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어떻게 하면 잘 보일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러한 와중에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되고, 자신에 대해 너무도 쉽게 실패자로 낙인찍게 된다.
2. 취약한 자기애가 가진 비합리적 신념
외적으로 과도한 자기애를 보이는 유형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왜 자기애와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내면 깊숙한 곳에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인 측면의 신념들을 들여다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자신은 '상처받으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 거부당하면 안 된다', '타인에게 잘 보이고 밉보이면 안 된다.'는 자기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신념들이 비합리적인 이유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는 반면 못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취약한 자기애를 가진 유형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에 대한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애에 상처를 받고, 이것이 부적응적인 자기애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3. 취약한 자기애 유형과 웅대한 자기애 유형의 차이점
두 유형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나타난다. 하나는 대인관계를 맺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자존감 위협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대인관계를 맺는 방식의 차이
우선 웅대한 자기애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 '자신은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할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에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데 있어서 과시적이고 착취적인 특징이 있다. 그래서 타인은 언제나 자신을 떠받들어 줘야 하는 도구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취약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자신의 언행을 하나하나 감시하며 인간관계를 맺으려 한다. 이에 따라 타인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행동하게 되는데, 상대를 자신에 대해 평가해 주는 존재로 생각하며 대인관계를 형성하려 한다. 하지만 웅대한 자기애와 양상만 다를 뿐 이 또한 타인을 도구적 존재로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두 유형이 이러한 태도를 갖는 이유는 공통적으로 타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공감 능력에 대한 부족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자존감 위협에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
우선 외적으로 자기 과시가 과하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타인이게 노골적으로 칭찬이나 복종 등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것이 좌절되거나 오히려 타인에게 비난을 받을 때는 폭발적인 심리 반응을 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생각인데 자신을 비하하는 타인을 능력이나 수준이 낮은 사람으로 생각해 버리거나 자신의 탁월함에 대해 질투하는 못난 사람 취급을 해버린다. 즉, 자신은 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강화해 자존감을 위협하는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한다.
자기애적 상처를 지나치게 염려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자존감에 손상이 될만한 일들을 회피하려 한다. 이 회피의 일환으로 타인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고, 수줍어하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들은 내면에 자존감 하락에 대한 불안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항상 잘 보이려 노력한다. 이에 따라 타인이 지적하지 않아도 자신이 언행이 부적절하지는 않은지 검열하고, 각각의 타인에게 적절한 반응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애쓴다. 이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 등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순종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이처럼 두 유형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방략에 있어 차이점이 크지만,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취약성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웅대한 자기애는 열등감, 취약한 자기애는 수치심이라는 각각의 취약점이 내적으로 존재한다. 만약 이에 대한 상처를 입을 경우 두 유형 모두 자존감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이를 자극하는 위협에 맞서 각각의 방식대로 대처하는 것이다.
4. 건강한 자기애에 대한 이해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자기 과시적인 자기애성 성격장애 유형 외에 상처로 인해 잘 드러나지 않는 취약한 자기애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전자도 마찬가지지만 후자의 경우도 자신이 가진 부적응적 사고를 직면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건강한 자기애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건강한 자기애는 긍정적이고 자비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장단점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가진 능력과 한계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설정하고 필요할 때는 거절할 수 있는 자세도 해당된다. 그리고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경험했을 때 스스로를 다독이고, 용서하며, 긍정적인 면을 탐색하기 위한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자신과 긍정적인 관계를 쌓아간다면, 자신감, 회복탄력성 및 자기 효능감 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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