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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속 심리학

애니매이션 소울 (Soul) 길 잃은 영혼을 통해 본 우리의 모습

by 엘굿 2023. 11. 19.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 (Soul)을 보면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들과 ‘길 잃은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먼저 전자는 요새는 ‘몰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흠뻑 빠져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길 잃은 영혼’은 불안과 집착을 해결하지 못해서 삶과 단절된 사람들로 이 작품에서는 표현이 된다. 이를 현실적으로 대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말은 ‘번아웃’이나 ‘우울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소울’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도 하는데 두 가지 경우 모두 즐거움이 그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즉 ‘길 잃은 영혼’도 처음에는 즐거움을 느끼는 일에 무아지경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행복감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하고 도리어 집착하게 되면서 어두운 터널에 빠지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인 줄만 알았는데 초반부터 삶에 대한 통찰이 대단하다.

 

 

이처럼 시작부터 꽤 심리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소울’에는 두 종류의 ‘길 잃은 영혼’이 등장한다. 하나는 자신의 ‘직업, 꿈, 목표’에 집착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평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1. 애니메이션 소울 - 직업에 집착하는 사람들

주인공 조와 22가 무아지경의 세계에 처음 함께 들어갔을 때 ‘문윈드’를 만나게 된다. 그의 경우 몸은 뉴욕에서 광고판을 돌리고 있고, 영혼은 무아지경의 세계에서 동료들과 ‘길 잃은 영혼’들을 지구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일명 ‘국경 없는 신비주의자’인 그가 구하는 영혼들은 자신의 일에 너무 깊이 빠져있는 나머지 그것이 오히려 족쇄가 돼버린 사람들이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첫 번째 길 잃은 영혼은 ‘거래해’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헤지펀드 매니저이다. 한껏 목을 빼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만 봐도 이미 자신의 직업에 영혼을 빼앗긴 것처럼 보였다. 또한 직업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생각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사실 이 애니메이션을 계속 보다 보면 마치 주인공 조가 그런 사람인듯한 대사와 행동들을 한다. 재즈와 피아노가 마치 자신의 운명인 것처럼 생각하고, 꿈에 그리던 재즈 공연을 하기 위해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지구로 돌아가려고 하는 모습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마치 주인공 조의 모습을 통해 ‘길 잃은 영혼’이 되기 직전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2. 애니메이션 소울 - 타인의 평가에 집착하는 사람들

‘길 잃은 영혼’의 두 번째 유형은 주인공 22가 흑화 됐을 때 나타나는 유형이다. 22의 경우 좌절을 맛볼 때마다 언제나 타인의 악평을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말들이 결국은 ‘길 잃은 영혼’이 됐을 때 스스로를 더욱더 궁지에 모는 말들이 됐다.

 

우리의 실제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타인이 하는 부정적인 의견을 지나치게 계속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 말들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려 오히려 자신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더불어 인간은 확증 편향을 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해서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들으면 그와 관련된 정보만 더 찾고 확인하려고 한다. 즉,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버리는 것이다.

 

 

특히나 이 작품에 등장한 22의 멘토는 꽤 이름이 알려진 위인들이다. 그런데 권위 있는 사람들의 최후의 평가가 나에 대한 비난이었다면 그들의 말이 더욱더 가슴속에 꽂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또한 현실로 대입해 본다면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이나 선생님 같은 분들일 것이다.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한 어린 시절에 온통 그들의 부정적인 평가뿐이었다면 ‘길 잃은 영혼’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상처가 되는 말들은 22가 중얼거리는 말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흑화 됐을 때 ‘난 쓸모없어, 난 목적이 없어, 난 자격이 없어. 내가 틀렸어.’라는 말들을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마치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중얼거리는데 우리가 실제로 부정적인 생각에 빠졌을 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단순히 애니메이션 속에만 등장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 말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심리적으로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3. 집착에서 벗어나는 방법

자신의 직업이나 꿈이든 혹은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든 그것에 집착한다는 것은 ‘길 잃은 영혼’이라는 말 상징하는 것처럼 자신을 잃을 위험성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가 등장한다. 하나는 명상 등의 마음 챙김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소소한 기쁨을 매순간 느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내가 가장 언급하고 싶은 것은 삶의 작은 행복들을 체험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소울’에서는 이 소소한 기쁨을 조의 몸에 들어간 22가 인간의 삶을 체험하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맛있는 피자를 먹고, 바람이 나오는 지하철 환풍구를 신기해하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신비롭게 관찰하는 등의 체험이 바로 그런 것이다. 삶을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삶을 느끼고 작은 기쁨들을 경험한다면 집착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4. 타인의 말에 상처받는 그대에게

타인의 무차별적인 비난이 끊임없이 떠오를 때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더군다나 이 말들이 자신의 의견이 되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말을 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말들이 자신 스스로 내린 결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난 쓸모없어.’라는 말이 떠오를 때 이 말을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그 말을 한 건 타인이고,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나를 아무 근거 없이 비난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설사 부당한 평가를 어린 시절에 당해 이런 생각을 미쳐 그 당시에는 하지 못했다면 성인이 된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말을 새롭게 채우는 것이다. 타인이 말한 나의 부정적인 말들이 내 것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 긍정적인 말들을 채워주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좋은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선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들부터 해주자. 처음에는 낯간지러울 수 있지만 어쩌면 그 말이 삶을 사는데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는 말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마치 22가 조에게 ‘넌 인생을 살 준비가 다 됐어’라는 말을 듣고 다시 용기를 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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