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은 우리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좋아하는 물건이나 장소, 사람에게서 오는 편안한 느낌이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이다.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좋아하는 이불에 누웠을 때 위안을 느낄 수 있으며, 감당하기 힘든 사건 앞에서 무너지는 마음을 잡아주는 것은 신뢰하는 연인의 포옹이기도 하다. 이처럼 애착은 정서와 많은 관련이 있다. 특히나 발달심리학에서는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애착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리학에서 애착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애착의 발견
르네스피츠는 미국의 정신의학자로 1940년대에 북미 지역의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의 발달은 연구한 사람이다. 그가 이 연구 중 발견한 것이 있는데, 아무리 좋은 음식과 환경을 제공하더라도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 발달이 부진하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이를 애착 이론으로 설명한 사람은 볼비라는 사람으로, 그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교류라 말하고 있다. 특히나 아이들의 감정에 세심하게 반응해주는 한두 명의 어른과의 유대감이 중요하며, 단발적이지 않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강조하였다.
2. 아이들에게 애착이 중요한 이유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른에게 의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양육자의 도움을 받아 배를 채우고, 대소변을 가리고, 아플 땐 병원에도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아기들이 사용하는 수단은 미소, 울음 등이다. 특히나 생후 6~7개월 동안 보내는 이러한 신호는 자신을 자주 봐주면서 즉각 반응해주고 신뢰할만한 대상을 파악하는 수단에 가깝다. 이를 통해 아이는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 애착을 바탕으로 아이는 마음에 안정감을 가지고 세상을 탐구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생기는 또 다른 감정은 두려움이다. 애착의 대상이 아닌 낯선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3. 낯선 환경 실험
이 같은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애착은 사람마다 다른 수준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차이를 연구한 사람이 에인스워스인데, 그는 낯선 환경 실험을 통해서 애착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우선 실험의 내용은 이렇다.
먼저 장난감이 가득한 낯선 실험실에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 놀이를 한다.
놀이 중 양육자는 사라지고, 이때 아이의 반응을 관찰한다.
이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아이의 반응을 관찰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양육자가 나타났을 때 아이의 반응을 관찰한다.
4. 애착 유형 4가지
안정형
안정 애착이 형성된 아이들은 양육자와 함께 있을 때 활발하게 주변을 탐색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양육자가 사라지고 혼자된 상황과 낯선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활동이 줄었지만, 양육자가 다시 돌아오면 안정을 찾고 밝은 모습으로 다시 주의 환경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경우로 양육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 불안해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으며, 이들의 경우 양육자가 돌아왔을 때 기쁘게 반기며 놀이에도 적극적이었다.
이처럼 안정적인 애착을 보인 아이의 양육자는 감수성이 대체로 높다는 특징을 보였다. 아이가 보내는 정서적 신호와 요구에 세심하고 빠르게 반응하며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고 아이가 바라는 선 이상으로는 대응하지 않았고, 적절한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신체 접촉에 있어서도 즐겁게 반응했다. 이때 아이는 양육자를 '안전 기지'라 생각하게 된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도 적응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를 비롯해 사회생활에 있어서 심리적으로 큰 무리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또한 온화한 모습을 보이며 위압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다.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 있어서도 안정적이며, 질병으로 인해 고통당할 확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면가치형
이 유형의 애착이 형성된 아이들은 최초의 놀이 상황에서 주변을 탐색하거나 놀이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대체로 불안하기 때문에 양육자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후 양육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매우 괴로워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후 양육자가 곁에 다시 돌아오면 곁에 다가가 신체 접촉을 하지만 동시에 분노를 표출하며 저항하였다. 이처럼 양육자에게 의지와 거부의 태도를 극단적으로 보이며 양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아이들의 양육자의 행동 패턴을 살펴본 결과, 아이들의 정서 반응과 요구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졌다. 또한 일관된 태도로 아이를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양면가치형이 성인이 된 후에는 타인에게 행동과 말에 민감한 성향이 되기 쉽다. 그래서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거절을 두려워한다. 또한 타인의 애정과 인정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된다.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과 만나게 될 가능성도 커 피해를 겪기도 한다.
회피형
회피적인 유형의 애착을 가지게 된 아이들은 양육자의 부재 시 불안함을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양육자가 곁에 돌아온 상황에서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와 피하려는 모습을 취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양육자의 경우, 아이의 요구와 반응에 둔감할 뿐 아니라 심지어 아이를 무시하거나 귀찮아하는 태도를 보였다. 아이가 울적한 모습을 보여도 다정하게 감싸주지 않았고, 신체 접촉도 불편해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와 같이 양육자가 필요한 순간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빈번할 경우 아이는 양육자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생각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양육자가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고 간섭할 때도 회피형이 될 수 있고 보고 있다. 양육자에게 통제당하는 아이는 주체성이나 욕구는 무시당한 채 강요된 행동만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양육자를 안전지대로 여기지 않고 자기 의지를 침해하고 지배하는 학대자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대인 관계에 있어서 타인을 번거롭게 여기고 자유를 침해하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이며, 심신 안정 확보에 집착하게 된다. 이것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로 이어져 타인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지 못하는 모습 또한 보인다. 더불어 심리적으로 힘들 때도 내색을 잘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란형
이 유형의 특징은 몹시 불안정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양육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이 닥치면 불안해하면서도 무시하고, 옆에 있을 때는 신체 접촉을 시도하다가도 저항하는 일관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이 유형의 양육자는 아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학대 아동의 80퍼센트 이상이 혼란형 애착이라는 보고도 있다.
또한 심리적 불안이 큰 양육자의 아이도 이 유형에 속했다. 양육자가 아이에게 탄탄한 심리적 안정을 주지 못 하고 오히려 아이에게 얽매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이는 부모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혼란형이 될 수 있다.
5. 애착에 대한 인식 개선
지금까지 애착 이론을 통해 어린 시절의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정서 유대의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성인의 입장이라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어린 자녀와의 관계를 되짚어 봤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현재 상태까지도 짐작해 보았을 것이다.
최근 애착의 중요성이 강조되다 보니 유아 시절의 애착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편견 또한 강한 듯하다. 물론 아이의 애착 상태에 따라 학업이나 성장하는 동안 만나게 될 인간관계에 영향이 미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애착 형성과 관련된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가'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애착의 형태는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자신의 애착 유형을 돌아보며 어린 시절 양육자였던 부모를 원망하기보다는 그 시절 육아에 대한 방향은 어떠했는지,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짐작해보며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또한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안정된 애착과 감정을 위해 심리상담이나 심리학 공부를 하는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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