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인지 발달을 이뤄낸 것일까? 이러한 의문은 미혼일 때보다는 결혼 후 아이를 기르는 시기에 주로 갖게 될 것이다.
어른과 아이는 신체뿐 아니라 지적인 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어른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아이들이 긍정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여기서의 지적 능력은 학업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삶을 효과적으로 살고, 적응을 하기 위한 것들을 말한다.
지금은 어른으로 성장한, 과거에는 아이였던 우리들도 이러한 지혜를 습득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지적 능력을 발전시켰는지 알지는 못한다. 사실 우리의 부모들도 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우리를 지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제 막 아이를 출산해 부모가 된 사람이라면 어떻게 아이를 양육하고, 삶을 사는데 필요한 지식들을 효과적으로 교육시킬지 고민일 것이다. 아마 옛날 사람들처럼 아이를 단지 어른들의 신체 축소판이라 생각하고 어른들의 사고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어른과 아이의 사고가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인식하고 아동의 인지발달에 대해 연구한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기본 개념 (도식, 동화, 조절, 평형화)
피아제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지만, 인지발달이론으로 더 유명한 학자이다. 그는 일생동안을 아동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발전시켰는데 그 중심에는 세 명의 자녀가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관찰 하면서 그는 아동과 성인은 사고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피아제의 이론에 따르면, 아동의 지식 혹은 지적 능력이란 세상을 적응해 나가는 것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아이가 단순히 생물학적 변화나 주변 환경에 수동적으로 반응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들 나름의 방식대로 능동적인 태도로 상호작용하게 되는데, 피아제는 이런 특성을 두고 실험하는 과학자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실험의 반복을 통해 아이들은 '도식(스키마, 셰마)'이라는 것을 것을 갖게 된다. 일종의 틀이라 할 수 있는데, 실험을 통해 알게 된 지식들을 이론화시켜 세상을 보는 창으로 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애 초기, 입을 통해 처음 세상을 접하고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한 아이들은 모든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정교화시킨다. 이렇게 생애 최초의 경험들을 통해 도식이 처음 생성된다.
처음 갖게 된 기존 도식은 계속해서 활용된다. 새로운 물건 등을 접할 때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도식에 대입해 보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동화'하고 하는데, 예를 들어 생애 잡기 도식을 체득한 아이들은 다양한 물건을 잡아 보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새로 접한 대상이 자신이 가진 도식과 맞지 않을 때는 '조절'을 하게 된다. 원래 가지고 있던 도식을 수정해 세상의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도식의 경우 먹지 못하는 물건을 만났을 때 새롭게 도식을 조절하게 되며, 잡기 도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전과는 다른 크기의 물체가 주어지면 잡기 방법을 바꾸는 등의 조절을 하게 된다.
위와 같은 '동화'와 '조절'은 수시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합한 과정이 '평형화'이다. 새로운 물건을 접했을 때 이것이 기존 도식과 맞다면 평형 상태가 유지되겠지만, 기존 도식과 맞지 않을 경우 인지갈등이 일어나며 평형상태가 깨지게 된다. 이 불균형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도식을 '조절'하게 되면서 '재평형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2. 인지발달 단계별 특징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은 4단계로 이루어진다. 각 단계를 출생 후에서부터 청소년기까지 거치게 된다. 이 이론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이 각 단계들은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된다. 어느 누구도 각 단계를 뛰어넘는 발달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단계가 올라갈수록 복잡해진다.
셋째, 각 단계의 도식은 서로 연속성이 없고, 구조가 다르다.
넷째, 모든 단계는 보편적이어서 다양한 문화권 아이들의 인지적 특성을 반영한다.
감각 운동기 (출생~2세)
이 기간 동안 아이는 오감을 통한 경험과 물체를 움직여 보는 활동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고 도식을 형성한다. 즉, 언어 이외의 측면서 지적발달이 이루어지며, 자신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익히며 첫 적응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외부의 대상과 자신을 분화시켜 인식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대상영속성' 개념 또한 인식하게 된다. 대상이 눈앞에 없어도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만약 장난감을 천으로 덮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후 8개월 이하의 아이들은 장난감을 찾지 않는다. 눈앞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아예 사라진 듯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후 8개월 이후의 아이들은 천 아래 숨겨진 장난감을 정확히 인식하고 찾아내게 된다.
더불어 초보적, 상징적 사고가 시작된다.
전 조작기 (2세~7세)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급속히 발달하는 시기다. 이를 통해 상징적인 사고 능력 또한 발달한다. 하지만 그 사고가 매우 직관적이라 추론을 한다거나 논리적 사고는 하지 못한다. 피아제는 이런 이유로 이 시기를 전 조작기라고 명명하였는데, 논리적인 분리, 결합, 변형을 할 수 있는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기 아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즉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일반적인 의미의 이기적임을 뜻하는 게 아니라 단지 아직은 타인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구체적 조작기 (7~12세)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물에 국한되어 머릿속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유목화와 서열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전 단계에서는 이해하지 못했던 '보존개념' 또한 획득하게 된다. '보존개념'이란 어떤 대상의 모양을 변화시키더라도 그 양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짐으로써 이를 알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양가 크기가 같은 A와 B 비커가 있고, 모양만 다른 C비커가 있다. A와 B에 담겨 있는 물의 양이 같을 때, B비커의 물을 C비커에 담아도 물의 양은 변함이 없다. 이를 구체적 조작기의 아이들은 이해하지만, 전 조작기의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
형식적 조작기 (12세 이후)
이제 구체적인 사물과 경험을 통한 논리적인 사고뿐 아니라 사랑, 자유 같은 추상적인 개념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을 초월해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데, 현재의 경험뿐 아니라 과거의 사건들을 떠올려 추론하게 되며, 미래 또한 예측한다.
이처럼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도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추상적인 사고가 필요한 수학이나 과학적인 이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3. 성장하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자세
이러한 과정들은 피아제의 이론을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 이치에 통달하고,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처럼 한 단계 한 단계를 거치며 더 고도의 지식과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겪은 발달이고 성장인만큼 이 과정에 대해 오해를 할 소지가 충분하다. 예를 들어, '대상영속성'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영아기의 시기에 양육자와의 분리는 아이에게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다시 만날 수 있는 잠시 동안의 이별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는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격한 반응을 하게 되는데, 부모가 인지발달의 단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아이의 반응을 귀찮아하거나 무시하고 때로는 '떼쓰지 말라'며 나무랄 수도 있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아이에게 좌절감과 열등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 너무나도 소중한 아이지만 인간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어린 시절부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지 생애 주기에 따른 그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모르고 지나쳤던 인지발달 등 여러 성장의 과정들을 아이를 키우며 새롭게 배우고 학습하며 삶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현재 자신의 아이와 과거의 아이였던 자신을 이해해가며 서로 다른 차원에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아이라 뭘 모른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가 과거의 자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감싸주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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