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전문가들이 스트레스가 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위험을 통제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스트레스를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삶을 지배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스트레스에 그대로 노출되어 심신을 망가트릴 필요는 없다. 효과적인 대비책을 익혀 관리를 하면 된다. 이번 글에서는 다양한 대처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1. 기록 (일기, 메모)
스트레스 발생 시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달리 볼 수 있는 시선이 생긴다. 글을 쓰면 우리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돼 상황을 이성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트레스에 대처했던 자신의 부적한 습관까지도 관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기록해야 할까?
현재의 사건
우리는 불편한 상황에 처하면 현재의 사건만이 아닌 과거의 비슷한 일들을 비롯해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감정 등 다양한 것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리게 된다. 이는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키는 역할을 해 현재 발생한 것보다 더 크게 상황이 심각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일기 혹은 메모인 것이다.
기록을 통해 현재 상황에 초점을 맞춰 불안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커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심신의 반응
다음으로 적을 것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내 몸과 마음의 상태이다. 두통이나 불면증이 생겼는지, 어지러운지, 헛구역질이 나는지 신체 반응에 집중해 이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를 장기간 기록해 살펴본다면 불안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몸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의 강도에 따라 불편해지는 신체 부위를 미리 관리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불안, 좌절감, 우울감, 신경과민, 주의집중력 감소 등이 나타나는지 기록해 본다. 이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인데 마음이 어떠한 상태인지 구체적인 단어로 정의할 수 있어 불안을 잠재우는데 도움이 된다.
행동 반응
마지막으로 적어볼 것은 스트레스를 느낄 때 취하는 행동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습관을 알 수 있게 된다. 과도한 흡연, 과식, 음주, 장시간의 미디어 시청, 과다수면 등은 일시적인 불안은 잠재울 수 있지만 스트레사가 해결되는 습관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들은 회피에 가깝기 때문에 결국 스트레스가 커지게 된다. 만약 매번 같은 방법으로 대처하게 된다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부분 또한 장기간 기록한다면 자신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건강한 스트레스 대처 행동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 통제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의 관리
기록을 통해 감정이 누그러지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이제는 통제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을 판단해 본다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통제 가능성 파악
사실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경우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때다. 무기력함이 느껴지고, 자신의 사회적 능력 등에 대해 평가절하나 자기 비하 등을 하게 된다. 하지만 통제 가능 여부를 판단해 봄으로써 스트레스를 단지 당하는 게 아니라 관리의 차원으로 끌어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로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느냐 보다는 단지 통제 가능성에 대해 지각을 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행동을 취해 해결한다의 관점보다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자신이 통제가 가능한지를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측 가능성 파악
그리고 예측 가능성을 관리하는 것 또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불안과 관련해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는 경우를 되짚어 보면 대체로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가중된다. 예를 들어, 대학 시험 합격 여부, 기업 간의 계약 성사, 자영업자라면 오늘의 매출과 같은 것들이 예측하기 힘든 경우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입시 설명회에 참석하거나 상대 기업의 과거 계약 건들을 분석하거나 가계 매출을 요일별, 월별 분석을 하며 예측하게 된다.
3. 바꿀 수 없는 것 두 가지 인정하기
하지만 어떤 스트레스는 통제와 예측의 범위를 넘어 바꿀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타인의 행동과 마음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타인의 마음
특히 누군가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특히 명심해야 한다. 대체로 자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상대를 바꾸려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많은 상사, 남편, 자식, 시어머니 등이 바뀌길 바라며 타이르고, 화내고, 무시하는 등의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보통 상대보다 자신이 먼저 탈진하게 된다. 하지만 타인은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수용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
과거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일어나 지나간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으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경우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생각에 몰두하기보다는 과거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인정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는 과거의 선택에 대한 결과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선택은 동전의 양면처럼 나쁜 점과 좋은 점이 존재한다. 과거의 실패에 사로잡혀 현재와 미래까지 운명론적으로 결론짓기보다는 그것의 다른 면을 평가해 바라보며 현재의 관점에서 선택을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
4. 완벽주의는 아닌지 점검하기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의외로 완벽주의는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런 성향일 경우 모든 것이 자신이 세운 기준에 맞기를 원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준이 너무 높고, 다양하고, 그것을 충족시키기가 까다롭다데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개발자라면 이 정도 지식을 갖춰야 하고, 실력은 이 정도 급이 되어야 하고, 미래에는 이런 모습이 되어있어야 한다라는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아직 1년 차인 사람이 10년 차의 지식, 실력, 미래를 기준으로 현재를 평가한다면 스트레스는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생각 패턴이 지속되면 완벽주의로 굳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성장하기보다는 중간에 포기가 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신이 기준이 너무 높아 그에 미치지 못하면 모든 것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완벽주의가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최종 목표로 향해가는 과정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촘촘하게 세워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계획을 작게 쪼게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또한, 그 단계마다 자신의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할 지식 또한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이 단계에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잘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감정에 대해 대화하기
앞에서 기록하기가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1단계였다면, 다음으로는 그 감정을 타인과 나눠야 한다. 우리는 타인과 하루에도 많은 대화를 하지만 막상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장 상사라, 고객이라 말하지 못하는 물론이고 남편이고, 부모이기 때문에 감정을 모두 얘기한다는 것이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스트레스에 대한 힘든 감정을 얘기했을 때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반응하거나, 또는 과도한 감정선으로 위로를 한다거나, 심지어는 얘기도 꺼내지 못하게 화를 내거나 벽을 세기도 한다. 주변에 이러한 유형들의 사람밖에 없다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은 입 밖으로 나와야 한다. 기록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파악한 것처럼, 대화를 통해 감정을 순환시켜야 한다. 만약 주변에 앞의 유형 같은 사람만 있다면 심리상담센터 등의 상담사들을 통해서라도 공감이 오갈 수 있는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을 순수하게 나눌 수 있는 연인을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흔히 연인을 사귀는 기준으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꼽고는 한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은 취미나 관심가 비슷해서 이뤄지는 대화보다 서로의 감정선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감정 공유다. 또한 그 소통 방식이 공격적이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안전 기지라는 느낌을 준다면 생활 속 많은 스트레스를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대처할 수 있다.
6. 맺는 글
이밖에도 레저나 오락, 운동, 명상, 반신욕, 마사지, 충분한 수면 등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여러 방법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사실은 시간이 없어서, 혹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과신해서,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억압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스트레스로 인해 우리의 심신은 분명히 영향을 받고 있고, 언젠가는 그것은 밖으로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이런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작고 사소한 사고와 습관을 익혀 삶을 균형감 있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폐해는 자신을 넘어 타인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쌓였던 것을 제대로 풀지 못해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면 얼마나 속상한가? 이렇게 스트레스로 인해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 소중한 관계를 무너뜨리기보다는 적절한 대처법을 익혀 그것을 잘 다루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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