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수술대, 기준 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 7월 말 결정될 ‘복지의 잣대’

서론: 80여 개 복지제도의 문턱을 정하는 단 하나의 숫자

7월 말, 대한민국 복지제도의 향방을 가르는 숫자 하나가 확정된다. 바로 2027년도 기준 중위소득이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치가 아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는 물론 14개 중앙부처 80여 개 복지사업의 선정기준으로 쓰인다. 한 사람이 수급자가 되느냐 마느냐, 국가장학금을 받느냐 마느냐가 모두 이 한 줄의 고시에 달려 있는 셈이다.

올해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2020년 7월 중생보위가 “향후 6년간(2021~2026년 기준 중위소득) 적용하겠다”고 못 박았던 현행 산정방식이 올해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새 산정체계를 검토해 왔고, 지난 6월 29일 제78차 중생보위에서 그 검토 결과를 공식 테이블에 올렸다. 6년 만에 복지의 잣대 자체가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본론

1. 무엇이 문제였나 — 통계의 변동성과 시차라는 두 개의 구멍

현행 산정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에, 최근 3년간 가계금융복지조사상 중위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인 ‘기본 증가율’을 곱하고, 여기에 별도의 ‘추가 증가율’을 더해 최종값을 도출한다. 기본 증가율이 통계에 근거한 객관적 부분이라면, 추가 증가율은 재정 여건과 정책 의지가 반영되는 재량의 영역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두 개의 구멍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변동성이다. 기준 중위소득의 통계원인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최근 급격한 변동을 보이면서, 3년 평균을 쓰더라도 결과값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둘째는 시차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조사와 공표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해, 2027년에 적용할 기준을 산정하는 데 몇 해 전의 소득 실태가 반영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물가가 급등하거나 경기가 급변하는 국면에서 복지 기준선이 현실을 뒤늦게 따라가는 이유다.

중생보위 산하 기준 중위소득 TF와 생계·자활급여 소위원회가 이번에 집중적으로 논의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변동성 요인을 분석하는 한편, 통계 시차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경제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경제 지표를 산정에 함께 활용하는 방안이 핵심 검토 대상으로 올랐다. 즉, 과거 소득 통계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성 있는 지표를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2. 최근 5년의 궤적 — 인상률은 올랐지만 격차는 벌어졌다

정부가 내세우는 성과는 인상률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은 2017~2021년 연평균 2.12%에 그쳤으나, 2022~2025년에는 연평균 5.75%로 크게 높아졌다.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6.51% 인상되며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복지 기준선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진단은 정반대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빈곤사회연대 등은 6월 29일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통계청이 공표하는 가구 경상소득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실제 고시값이 법정 통계와 크게 어긋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제시한 수치는 구체적이다. 2025년 기준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239만 2,000원인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상 실제 중위소득은 290만 9,000원으로 약 51만 7,000원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2020년 약속했던 격차 해소 계획과 비교하면 간극이 오히려 21% 이상 확대됐다고 이들은 비판했다.

이 격차가 중요한 이유는 산술적이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32%다. 기준선 자체가 실제보다 50만 원 낮게 설정되면, 그 32%에 해당하는 문턱 역시 함께 내려앉아 수급 자격에서 탈락하는 가구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기초생활보장제도 하나에 머물지 않고 80여 개 제도 전체로 연쇄 전이된다. 시민사회가 이를 “복지 기준선의 왜곡”이라 부르는 이유다.

3. 쟁점의 확장 — 산정방식을 넘어 부양의무자 기준과 회의 공개까지

이번 중생보위를 계기로 터져 나온 요구는 산정방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복지부에 전달한 5대 요구안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기준 중위소득 현실화 ▲의료급여 보장성 강화 ▲주거급여 확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공개 운영이다.

특히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 문제가 새롭게 부각됐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측은 “사회안전망의 문턱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회의자료와 속기록,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는 폐쇄적 구조에서 결정되고 있다”며 회의 공개와 민주적 운영을 촉구했다. 앞서 언급한 ‘추가 증가율’이 재량의 영역인 만큼, 그 판단 근거가 공개되지 않으면 결과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부양의무자 기준도 여전히 뜨거운 쟁점이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에서는 이미 폐지됐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는 잔존하고 있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이 기준 때문에 장애인을 비롯한 수많은 빈곤층이 복지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복지를 비용이 아닌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급여의 경우 선정기준 현실화와 이행급여 재도입 요구가 함께 제기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준 중위소득은 다양한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핵심 지표”라며 “전문가와 관계부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산정방식을 마련하고 복지제도의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단어가 나란히 놓인 대목에서, 정부가 마주한 균형의 무게를 읽을 수 있다.

결론: 신뢰할 수 있는 숫자가 신뢰할 수 있는 복지를 만든다

기준 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은 기술적 통계 논쟁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이 숫자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는 곧 “국가가 누구를 가난하다고 인정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6년 만에 산정 공식을 다시 짜는 이번 결정이 향후 수년간 수백만 명의 삶에 직접 작용하는 이유다.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통계 시차와 변동성을 보완하겠다는 개편 방향이 실제 급여 수준의 후퇴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 경제지표를 결합하는 방식이 경기 하강기에 인상률을 억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면, 정작 보호가 절실한 시기에 안전망이 얇아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둘째, 법정 통계와 고시값 사이의 50만 원대 격차를 어떤 로드맵으로 좁힐 것인지 명시적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셋째, 회의록 공개 등 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다. 재량이 개입하는 구조라면 그 재량의 근거는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7월 말, 중생보위는 새 산정방식과 2027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함께 의결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산정방식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어떤 숫자로 응답할지, 그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 자료

  • 보건복지부, 「2027년 기준 중위소득 결정을 위한 논의 착수」 보도자료 (2026.6.29)
  • 더인디고, 「중생보위 첫 회의… ’27년 기준중위소득 놓고 정부·시민사회 이견」 (2026.6.30)
  • 머니투데이, 「기초수급자 결정할 ‘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논의 착수」 (2026.6.30)
  • 보건복지부,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 6.51% 역대 최대로 인상」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