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왜 지금 ‘누가 받느냐’를 다시 묻는가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노후 소득을 떠받치는 핵심 안전망이다. 2026년 단독가구 기준 월 최대 34만 9,700원으로 인상되며 수급자만 7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정작 ‘누가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정하는 방식은 2014년 제도 도입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소득 하위 70%’라는 상대평가 방식을 써 왔다. 전체 노인을 소득순으로 줄 세운 뒤 아래에서 70%까지 잘라 대상을 정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방식이 해가 갈수록 예측 불가능해지고 형평성 논란을 키웠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6년 10월부터 이 기준을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 중위소득’ 연동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선정 기준을 상대평가 70%로 고정하지 말고 기준 중위소득으로 바꾸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도입 12년 만에 기초연금의 ‘입구’를 손보는 이번 개편은 노후 소득보장 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신호탄이다.
본론
‘소득 하위 70%’ 방식은 왜 한계에 부딪혔나
상대평가 방식의 가장 큰 맹점은 ‘선정기준액’이 매년 요동친다는 데 있다. 대상을 하위 70%로 고정해 두면, 노인 전체의 소득 수준이 오를 때마다 커트라인도 따라 올라간다. 실제로 2015년만 해도 기초연금 수급 경계선은 ‘기준 중위소득’의 약 59.6% 수준이었다. 즉 중위소득의 60%가 채 안 되는 저소득 노인이 주된 대상이었다. 그런데 2026년에는 이 경계선이 기준 중위소득의 96.3%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제는 중위소득에 육박하는 노인까지 기초연금을 받게 된 셈이다. 제도 설계 당시 ‘저소득 노인 지원’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사실상 보편적 수당에 가까워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매년 커트라인이 얼마가 될지 개인이 미리 가늠하기 어려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소득이 조금 오르면 탈락하는 경계선상의 노인들에게는 ‘일할수록 손해’라는 불안을 안겼다. 상대평가라는 틀 자체가 고령화로 노인 인구와 소득이 함께 늘어나는 시대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 연동이 바꾸는 것
새 방식은 매년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에 연동해 선정기준을 정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 급여 등 각종 복지제도의 문턱을 정하는 국가 공식 지표로, 이미 생계·의료·주거급여의 기준선으로 쓰이고 있다. 기초연금까지 이 지표에 연동하면 여러 복지제도의 기준이 하나로 정렬돼 투명성과 일관성이 높아진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준 중위소득 100%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이 경우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이하인 노인이 대상이 되어 자격 여부를 스스로 예측하기 쉬워진다. 여기에 정부는 ‘하후상박(下厚上薄)’ 원칙을 함께 추진한다.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은 유지하되, 소득이 더 낮은 노인일수록 인상 폭을 크게 해 실질적인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획일적으로 같은 금액을 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말 어려운 노인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함께 손질되는 소득 산정 방식과 사각지대 대응
선정기준 전환과 맞물려 소득을 계산하는 세부 규칙도 정비된다. 대표적으로 근로소득 공제액이 2025년 112만 원에서 2026년 116만 원으로 상향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하는 노인의 근로소득이 늘어도 그 때문에 기초연금에서 탈락하는 불이익을 줄이려는 조치다. 일하는 노년을 장려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자의 해외 재산과 가상자산까지 소득·재산 조사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산을 숨긴 채 연금을 받는 사각지대를 줄이고 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 복지 선제지원을 강화해 채무조정 중지자, 서민금융 취약 채무자, 불법사금융 피해자 등 새로운 위기정보를 연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개편이 단독 과제가 아니라 노후·위기가구 전반을 촘촘히 감싸는 소득보장 재설계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론: 지속가능한 노후 소득보장을 향하여
이번 개편의 핵심은 ‘더 주느냐 덜 주느냐’가 아니라 ‘어떤 원칙으로, 누구에게 두텁게 주느냐’를 다시 세우는 데 있다. 상대평가 방식이 만들어 온 예측 불가능성과 형평성 논란을 걷어내고, 국가 공식 지표인 기준 중위소득에 연동함으로써 제도의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어떤 중위소득 비율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수급 대상 규모와 재정 부담이 크게 달라지고, 오랫동안 하위 70% 방식에 익숙했던 국민에게 새 기준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경계선상에서 자격을 잃을 수 있는 노인에 대한 보완책, 국민연금 개혁·통합돌봄 등 다른 노후정책과의 정합성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2026년 10월 시행을 앞두고 세부 고시 기준이 어떻게 확정되는지가 관건이다. 기초연금이 진정한 ‘저소득 노인의 버팀목’으로 재정립될지, 이번 개편의 설계가 그 답을 가를 것이다.
참고 자료
- 뉴시스, 「기초연금 70% 기준 바뀌나…정은경 “중위소득으로 변경 검토”」
- 한국일보, 「’소득 하위 70% 노인’ 기초연금 기준, 17년 만에 바뀐다」
- 경향신문, 「기초연금 지급 기준, 12년 만에 바뀐다는데···’기준 중위소득’이 뭐길래」
- 서울신문, 「기초연금 새 기준 ‘중위소득 100%안’ 부상… 저소득층 더 받나」
- KDI FOCUS,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
- 전국인력신문, 「기초연금 개편과 복지 선제지원: 2026년 하반기 보건복지부 정책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