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왜 지금 기초연금 개편이 논쟁의 중심에 섰나
2027년도 예산안이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기초연금 제도가 내년부터 큰 폭으로 달라진다. 그동안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동일하게 월 35만원을 지급해 온 기초연금이, 소득 수준에 따라 세 구간으로 나뉘어 차등 지급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애초 정부는 ‘소득 하위 70%’라는 목표수급률 방식을 기준중위소득 등 소득 기준으로 전환하는 구조개혁을 검토했지만, 국민연금 등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번 개편에서는 빠졌다. 결국 이번 예산안은 기존 틀은 유지한 채 저소득 노인에게 재정을 더 투입하는 ‘재배분형 개편’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이미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노인 빈곤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기초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의 핵심 축으로 꼽혀 온 만큼, 이번 개편이 실제 저소득 노인의 살림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5조7000억원 규모로 확정된 이번 개편의 구체적 내용과, 여전히 국회 심의를 남겨둔 쟁점을 짚어본다.
본론
하위 30%는 38만원, 나머지는 동결 또는 소폭 인상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지급액을 소득 수준에 따라 세 구간으로 나눈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 노인 모두에게 동일하게 월 35만원(2025년 기준 최고 33만4814원, 2026년 기준액 인상분 반영)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2027년부터는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30%에 해당하는 약 348만 명에게 올해보다 3만원 많은 월 38만원을 지급한다. 하위 30~45% 구간의 약 174만 명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35만9000원을 받고, 하위 45~70% 구간의 약 290만 명은 올해와 같은 35만원으로 동결된다. 새 지급 구조는 2027년 4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차등 지급은 같은 ‘기초연금 수급자’라도 소득 형편에 따라 실질적인 보장 수준을 달리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생계급여를 받는 최저소득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깎이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기초연금 일부를 생계급여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향의 보완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저소득 수급자의 실질 수령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하위 45~70% 구간은 사실상 동결이어서, ‘중위 소득’ 노인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부부감액 완화, 20%에서 10%로
기초연금의 오랜 쟁점 중 하나였던 ‘부부감액’ 제도도 함께 손질된다. 현재는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각자 받을 금액에서 20%씩을 깎아 지급해 왔는데, 이는 1인 가구에 비해 부부 가구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개편으로 소득 하위 45% 이하에 해당하는 부부가구(약 234만 명)는 감액 비율이 기존 20%에서 10%로 절반가량 축소된다. 이에 따라 저소득 부부 수급자의 실질 수령액이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하위 45~70% 부부가구는 기존 20% 감액이 그대로 유지돼, 부부감액 완화 역시 소득 구간별 차등 적용이라는 이번 개편 전반의 기조를 따르고 있다.
이번 개편에 투입되는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보다 2조6000억원(11%) 늘어난 25조7000억원 규모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기초연금 수급자 수와 예산 규모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증액분의 상당 부분이 차등 지급과 부부감액 완화에 쓰이는 셈이다. 이는 제한된 재원 안에서 ‘보편성’보다 ‘저소득층 집중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득기준 전환은 왜 미뤄졌나 — 국회로 넘어간 구조개혁 쟁점
정작 이번 개편 과정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은 지급액 조정보다 ‘구조개혁’ 여부였다. 정부는 애초 현행 ‘소득 하위 70%’라는 목표수급률 방식을 기준중위소득 등 소득 기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수급 대상 범위 자체를 바꿔 수백만 노인의 수급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국민연금 등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 개편과 맞물려 있어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번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8월 27일에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기초연금 개편 사전 브리핑이 예정을 한 시간가량 앞두고 돌연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정부 내에서도 구조개혁 방향을 둘러싼 조율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결국 정부는 내년에도 현행 목표수급률(하위 70%)을 유지하되, 소득 기준 방식으로의 전환 필요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국회의 법률·예산 심의 과정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지급 기준과 수급 대상 개편을 골자로 한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국회 안팎에서는 저소득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소득 기준 전환이 자칫 보편적 복지의 틀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연내 입법 여부와 최종 방향은 아직 유동적이다.
결론: 반쪽 개편이 남긴 과제
2027년 기초연금 차등지급 도입은 저소득 노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가 있다. 하위 30% 노인은 38만원을, 저소득 부부가구는 완화된 감액률을 적용받게 돼 당장의 생활 안정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완화하려는 보완책도 함께 추진되는 만큼, 최저소득층 노인의 실질 소득 보장 수준은 이전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애초 목표했던 소득 기준 전환 등 구조개혁은 사실상 1년 미뤄진 채 국회 논의로 넘어갔다.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와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감안하면, 기초연금의 지속가능한 재원 구조와 국민연금과의 정합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어떤 형태로 처리되는지, 그리고 2027년 4월 새 지급 구조가 실제로 얼마나 매끄럽게 시행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참고 자료
- [2027 예산안]기초연금 수급기준 ‘소득 하위 70%’ 유지···최저구간에 월 3만원 더 (경향신문, 2026-09-01)
- [2027년 예산안] 기초연금 현행대로…소득하위 30%만 월 3만원 더 줘 (다음뉴스, 2026-09-04)
- 기초연금 개편, 구조개혁은 빼고 돈 더 쓰는 쪽으로 (다음뉴스)
- 대통령 주문도 무색…복지정책 ‘오락가락’, 기초연금도 ‘반쪽’ (재경일보)
- 기초연금법 개정안 국회 상정, 저소득 집중 지원 vs. 보편 복지 훼손 논란 (전국인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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