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왜 지금 ‘이른둥이 산정특례’인가
저출생 시대에 태어나는 한 명 한 명의 아이는 그 자체로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다. 그중에서도 예정일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이른둥이(조산아)는 출생 직후부터 오랜 기간 집중적인 의료적 돌봄이 필요하다. 폐, 심장, 뇌, 소화기관이 채 여물지 못한 채 태어나기 때문에, 신생아중환자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성장과 발달을 지켜보는 외래진료가 수년간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원비는 고스란히 부모의 부담이 된다. 2025년 12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기존에 모든 조산아에게 일률적으로 5년간 적용되던 외래진료 본인부담 경감을, 아이가 얼마나 일찍 태어났는지(재태기간)에 따라 최대 5년 4개월까지 차등 연장한 것이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이른둥이 가정이 체감하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본론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 일률 5년에서 재태기간 차등으로

산정특례는 암·희귀질환·중증난치질환 등 의료비 부담이 큰 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대폭 낮춰 주는 건강보험 제도다. 이른둥이도 이 틀 안에서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을 통상 5% 수준으로 경감받아 왔다. 다만 그동안은 재태기간이 24주든 36주든 상관없이 ‘출생일부터 5년’이라는 동일한 기한이 적용됐다. 문제는 더 일찍 태어난 아이일수록 발달 지연·호흡기 질환·재활 등으로 더 오랜 기간 외래진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장 취약한 아이에게 오히려 지원 기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개정은 이 모순을 정면으로 손봤다. 아이가 자궁 안에 머문 기간을 기준으로 경감 기한을 촘촘하게 나눈 것이다. 재태기간 33주 이상 37주 미만은 5년 2개월, 29주 이상 33주 미만은 5년 3개월, 그리고 29주 미만으로 가장 일찍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는 5년 4개월까지 외래 본인부담률 5%가 적용된다. 일찍 태어나 발달을 ‘따라잡아야 하는’ 교정기간을 제도가 반영해, 더 이른둥이일수록 더 긴 지원을 받도록 설계한 셈이다.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나 — 대상과 체감 효과
적용 대상은 재태기간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조산아이거나, 출생 체중이 2,500g 이하인 저체중 출생아 중 하나에 해당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른둥이(조산아·저체중아)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 경감 대상자로 등록된 아동이다. 등록 절차를 거치면 지정된 경감 기간 동안 외래진료 시 본인부담률이 5%로 낮아진다. 통상 외래 본인부담률이 병원 종별에 따라 30~6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반복적인 외래진료가 필요한 이른둥이 가정에게 이 차이는 매달 실질적인 부담 경감으로 돌아온다.
기간이 두 달에서 넉 달 늘어나는 것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른둥이의 외래진료는 정기적인 발달 검사, 안과·이비인후과 추적 관찰, 호흡기·재활 치료 등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만 5세 무렵은 취학을 앞두고 발달 상태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결정적 시기이기도 하다. 지원이 끊기는 시점이 몇 달 뒤로 밀리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비용 걱정 없이 필요한 진료를 이어 갈 수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세심한 조정인 것이다.
함께 달라지는 건강보험 제도들
이번 시행령 개정에는 이른둥이 지원 외에도 국민 생활과 맞닿은 변화가 함께 담겼다. 우선 일반 건강검진 결과에 따른 추가 진료·검사의 본인부담 면제 기한이 연장된다. 기존에는 검진을 받은 다음 해 1월 31일까지였으나, 연말에 검진이 몰리는 현실을 반영해 다음 해 3월 31일까지로 두 달 늘렸다. 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됐을 때 치료로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하려는 조치다. 또한 건강보험 부당청구 신고 포상금 상한이 2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상향되고, 신고인 유형에 따라 달랐던 산정 기준이 단일화돼 재정 누수를 막는 장치가 강화됐다. 아울러 2026년 건강보험료율은 7.09%에서 7.19%로,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208.4원에서 211.5원으로 조정된다. 지원 확대와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축을 함께 고려한 개정임을 보여 준다.
결론: 촘촘해진 안전망, 남은 과제
작은 조정이 만드는 큰 안심, 그리고 다음 단계
이번 이른둥이 산정특례 개편의 핵심은 ‘획일적 지원’에서 ‘아이의 상태에 맞춘 지원’으로의 전환이다. 가장 일찍 태어나 가장 오래 돌봄이 필요한 아이에게 가장 긴 지원을 연결한 것은, 복지 자원을 필요에 따라 정교하게 배분한다는 원칙에 부합한다. 저출생 대응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미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뒷받침하는 일은 출산 장려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만 과제도 남는다. 경감 대상이 되려면 공단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제도를 몰라 혜택을 놓치는 가정이 없도록 출생·퇴원 단계에서의 안내가 촘촘해져야 한다. 외래뿐 아니라 입원·재활·심리지원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돌봄, 그리고 5년 이후에도 발달 문제가 지속되는 아동을 위한 연계 지원도 함께 고민할 지점이다. 이번 개정이 이른둥이와 그 가족을 향한 사회적 관심의 출발점이 되어, 더 두터운 안전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참고 자료
- 보건복지부·정책브리핑, “내년부터 이른둥이 병원비 경감 최대 5년 4개월까지 연장”, 2025.12.16 (korea.kr)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국무회의 의결
-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 안내(nh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