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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마지막 빗장이 풀린다 — 2027년 노인·중증장애인 전면 폐지 추진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08월 25일

들어가며: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외면당해온 사람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는 소득이 최저생계에 못 미치는 국민에게 국가가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 제도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아무리 적어도, 함께 살지 않는 자녀나 부모의 소득·재산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규정이다.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데도 ‘서류상 부양 가능한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긴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가 여기서 비롯됐다. 2021년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원칙적으로 폐지됐지만, 고소득·고재산 가구에 대한 예외 조항은 그대로 남아 마지막 빗장 역할을 해왔다. 2027년, 정부가 노인과 중증장애인에 한해 이 빗장을 완전히 걷어내겠다고 나서면서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본론

지금의 생계급여,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받나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2%를 선정 기준선으로 삼는다. 2026년 기준 중위소득이 역대 최대 폭인 6.51% 올라 4인 가구 649만 4,738원으로 결정되면서, 생계급여 선정 기준도 4인 가구 월 207만 8,316원으로 상향됐다. 소득인정액이 이 선을 밑도는 가구는 부족분만큼을 생계급여로 보전받는다. 참고로 의료급여는 중위소득의 40%, 주거급여는 48%, 교육급여는 50%를 기준으로 하며, 이 네 급여가 각기 다른 문턱을 두고 저소득층을 촘촘히 떠받치는 구조다. 기준선이 오르면 그만큼 새로 편입되는 수급자가 생기는데, 정부는 기준 상향만으로도 매년 수만 명이 신규 수급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어디까지 남아 있나

2021년 폐지 이후에도 생계급여에는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 예외가 존재한다. 수급 신청자와 생계·주거를 달리하는 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의 연 소득이 1억 3,000만 원을 넘거나 재산이 12억 원을 초과하면, 신청자 본인이 아무리 빈곤해도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반대로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이면서 근로능력 있는 가구원이 없거나 재산이 거주 주택(전세 포함)에 한정된 경우엔 특례로 구제된다. 문제는 이 예외 조항이 여전히 상당수 취약계층을 걸러낸다는 점이다. 특히 부양을 실제로 하지 않는 자녀의 재산 때문에 홀로 사는 노인이 탈락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다.

2027년, 노인·중증장애인부터 빗장을 푼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편의 핵심은 2027년부터 노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 한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다. 부양 능력이 있는 가족이 서류상 존재하더라도, 본인의 소득·재산만으로 수급 자격을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부양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두 집단을 우선 대상으로 삼아 단계적으로 빗장을 걷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기초연금을 2026~2027년에 걸쳐 월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생계급여와의 중복 수령도 허용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면서, 노인 빈곤층이 받는 실질 급여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재정 부담과 근로 유인 약화 우려도 있어, 대상을 전 연령으로 확대할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마치며: 사각지대 해소와 재정 사이의 균형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는 ‘가난을 개인이 아니라 가족의 책임으로 돌려온’ 오랜 복지 철학을 국가 책임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노인·중증장애인이라는 가장 취약한 집단부터 문턱을 없애는 방향은, 실제 부양받지 못하면서도 제도 밖으로 밀려났던 이들을 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진전이다. 동시에 기준 중위소득 인상, 기초연금 확대와 맞물려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보장 수준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관건은 재정 지속가능성과 대상 확대의 속도다. 완전 폐지의 대상을 어디까지 넓힐지, 늘어나는 재정 소요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될 때, 이번 개편은 사각지대 없는 최후의 안전망이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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