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다문화가족 정책의 무게중심이 ‘정착’에서 ‘자녀 성장’으로
한국의 다문화가족 정책은 오랫동안 결혼이민자의 초기 정착, 즉 한국어 습득과 생활 적응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결혼이민 1세대가 가정을 이루고 20여 년이 흐르면서 정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25년 교육부 통계에서 초·중·고 다문화 학생 수가 처음으로 20만 명을 돌파해 전체 학생의 약 4%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다문화가족 지원의 핵심 과제는 ‘부모의 적응’이 아니라 ‘자녀의 성장과 교육 격차 해소’다. 특히 학령기에 접어든 다문화 자녀들이 학습 부진과 진로 설계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2026년 정부는 교육활동비 신설과 이중언어 인재양성 등 자녀 세대를 겨냥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왜 지금 학령기 자녀 지원이 중요한지, 그 구체적 내용을 짚어본다.
본론
다문화 학생 20만 명, 학령기 진입이 만든 구조적 전환
다문화 학생 수가 20만 명을 넘어 전체 학생의 4%에 이르렀다는 것은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으로 전체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다문화 학생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어, 일부 지역 학교에서는 다문화 학생이 이미 학급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들이 학령기에 진입하면서 드러나는 교육 격차다. 결혼이민자 부모가 한국어 읽기·쓰기에 능숙하지 않은 경우 자녀의 학습을 가정에서 뒷받침하기 어렵고, 이는 초등 고학년 이후 학업 부진과 진로 미결정으로 이어지기 쉽다.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도 다문화 자녀의 학업 중단 고민과 진로 정보 부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정부가 결혼이민자 대상의 언어·정착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자녀 세대의 교육 역량 개발로 정책의 축을 옮기는 배경이다.
2026년 신설·확대되는 자녀 교육활동비와 맞춤형 학습지원
2026년 다문화가족 정책의 핵심은 저소득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교육활동비 지원이다. 성평등가족부는 학교 적응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다문화가족 자녀가 학업·진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교육급여(기준중위소득 50% 이하)를 받지 않는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다문화가족의 7~18세 자녀를 대상으로 교육활동비를 지원한다. 지원 규모는 초등학생 연 40만 원, 중학생 연 50만 원, 고등학생 연 60만 원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교육비 부담을 반영해 차등 설계됐다. 이는 기존 교육급여의 사각지대에 있던 ‘차상위~중위소득 계층’ 다문화가정을 새롭게 포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족센터)를 통한 초·중학생 무료 방과후 교실, 다문화 아동 맞춤 언어지도, 청소년 다문화상담사 연계 등 학습·정서 지원도 병행된다.
이중언어 인재양성과 의료·사회통합 지원의 확장
정부는 다문화 자녀의 이중언어 역량을 ‘결핍’이 아닌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도 힘을 싣고 있다. 영유아기부터 가정에서 두 개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자녀의 정체성 확립과 글로벌 인재로의 성장을 돕는다는 구상으로, 이중언어 교실 운영과 결혼이민자·한국인 배우자 대상 부모-자녀 코칭이 추진된다. 결혼이민자 본인에 대해서도 AI 교육 등 수준별 맞춤 역량강화와 인턴십·취업 연계가 강화되어, 부모의 경제적 자립이 자녀 교육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겨냥한다. 나아가 2026년부터 의료통역 서비스가 전국 보건소로 확대되어 한국어가 서툰 가족도 진료 접근성이 높아지고, 다문화가족 서포터·캠프·학습지원 등 사회통합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결론: 교육 격차 해소가 곧 사회통합의 관건
다문화 학생 20만 시대는 다문화가족 정책이 ‘한시적 적응 지원’에서 ‘한 세대를 함께 키우는 장기 투자’로 전환해야 함을 보여준다. 2026년 교육활동비 신설과 이중언어 인재양성은 다문화 자녀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인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방향은 옳다. 다만 과제도 뚜렷하다.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라는 소득 기준이 여전히 상당수 가정을 배제할 수 있고, 연 40만~60만 원의 교육활동비가 사교육비 부담이 큰 현실에서 얼마나 실질적 격차를 줄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원의 존재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정보 사각지대 해소, 학교 현장의 다문화 이해 교육, 지역별 편차 완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다문화 자녀의 교육 격차를 방치하면 그 비용은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학령기 자녀 지원을 복지의 새로운 축으로 세운 이번 정책이 실효성 있는 사회통합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 글은 2026년 7월 25일 기준 언론 보도와 정부 정책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