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7월 5일
서론: 1차 개혁 반년, 이번엔 OECD가 숙제를 냈다
2026년 1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손질한 국민연금 1차 개혁이 시행에 들어간 지 반년이 지났다. 당시 개혁은 보험료율을 9.5%에서 2033년까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상향하는 데 그쳤을 뿐, 기대수명 증가나 가입자 감소에 따라 제도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다음 과제로 미뤄둔 상태였다. 그 미완의 숙제에 지난 7월 2일 예상치 못한 외부 압박이 더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6’을 통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올리고, 이후에는 기대수명 증가분의 3분의 2를 자동으로 반영하라고 공식 권고한 것이다.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2060년 한국의 GDP가 최대 1.9%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여기에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7월 1일 만료되면서 증시 수급 부담이 겹쳤고, 정부는 이를 보완할 카드로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의 세부안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연금을 둘러싼 세 가지 이슈가 동시에 맞물린 지금, 무엇이 쟁점인지 짚어본다.
본론
OECD의 권고: “수급 연령 68세, 자동조정장치 도입하라”
OECD가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한 권고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보험료 납입 상한 연령을 2035년까지 함께 68세로 올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후부터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의 3분의 2를 자동으로 반영하는 연동 장치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올라가는 일정이 잡혀 있는데, OECD는 여기서 3년을 더 늦추자고 제안한 셈이다. 근거로 제시된 수치도 구체적이다. 이런 포괄적 개혁이 실현되지 않으면 2060년 한국의 GDP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최대 1.9%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개혁이 이뤄지면 그만큼 GDP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인구구조 속도를 감안하면, 지금의 제도 설계로는 기금의 지속가능성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 OECD 진단의 핵심이다. 다만 수급 연령 상향은 노동시장에서 은퇴 이후 소득 공백을 겪는 계층, 특히 정년과 연금 수급 사이의 간극에 놓인 5060세대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연금개혁특위, ‘2차 개혁’을 둘러싼 셈법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활동 시한을 두고 자동조정장치를 비롯한 구조개혁 도입 여부를 논의해 왔다. 전문가들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 14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추산해 왔는데, OECD의 이번 권고는 여기에 수급 연령 상향이라는 변수를 하나 더 얹은 모양새다. 문제는 속도와 형평성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수급 연령을 올리면 은퇴 후 소득 공백기가 길어진다”는 우려와 “지금 손대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부담이 훨씬 커진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특히 연령별 보험료 차등 부담 논의까지 테이블에 오르면서, 세대 간 형평성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하반기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1차 개혁으로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을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췄다고 밝혔지만, OECD는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 셈이다. 연금개혁특위가 연말 시한 안에 자동조정장치와 수급 연령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에 따라, 이번 정부의 연금개혁 완성도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퇴직연금 의무화,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또 다른 축
국민연금만으로 논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7월 중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골자로 한 세부 운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월 노사정이 합의한 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영세·중소기업 실태조사를 거쳐 연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퇴직금을 사외 적립형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하고 의무화하면, 노후 소득을 국민연금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층 구조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공교롭게도 이 논의는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만료되며 증시 수급 부담이 커진 시점과 맞물려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대규모 자산운용이 가능해져 국내 증시에 안정적인 기관 자금을 공급하는 유동성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노후 보장이라는 복지 목표와 자본시장 수급이라는 산업적 효과가 한 정책 안에서 맞물리는 흔치 않은 사례다.
결론: 세 갈래 논의, 결국 ‘지속가능성’으로 수렴한다
1차 국민연금 개혁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해 신뢰 회복의 물꼬를 텄다면, 이제 시작된 논의는 수급 연령과 자동조정장치라는 훨씬 구조적인 문제를 다룬다. OECD의 68세 권고가 그대로 채택될지는 미지수지만, 손대지 않으면 2060년 GDP가 최대 1.9%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는 정치적으로 미루기 어려운 무게를 지닌다. 여기에 퇴직연금 의무화까지 더해지면서, 노후 소득 보장은 국민연금 하나가 아니라 다층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을 타고 있다. 다만 수급 연령 상향이 은퇴 후 소득 공백을 겪는 세대에게 미칠 충격, 세대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그리고 영세 사업장의 퇴직연금 의무화 이행 여력까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연금개혁특위의 연말 활동 시한이 다가오는 지금, 외부의 권고와 내부의 정치적 셈법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 잡힌 결론을 낼 수 있을지가 이번 ‘2차 개혁’ 국면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참고: 보건복지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6, 뉴데일리 등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