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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 40만 원 약속은 어떻게 달라지나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08월 31일

들어가며: 12년 만에 지급 구조를 손대는 이유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 이후 12년간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2026년 기준연금액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 2.1%를 반영해 월 34만 9,700원,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 원·부부가구 월 395만 2,000원이다. 수급자는 700만 명을 넘어섰고 연간 예산은 26조 원대에 이른다.

문제는 이 구조가 노인빈곤 완화라는 본래 목적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인 상대빈곤율은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인 38%대에 머물러 있는데, 소득 하위 70% 전체에 같은 금액을 지급하다 보니 정작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돌아가는 몫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가 2026년 하반기 공개를 예고한 기초연금 개편안의 핵심 키워드가 ‘하후상박(下厚上薄)’인 이유다.

지급 방식의 전환: ‘모두에게 40만 원’에서 ‘아래를 더 두텁게’로

그간 정치권이 공통으로 내걸었던 공약은 기준연금액을 40만 원으로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6년 예산에는 40만 원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았고 시행 시기도 확정되지 않은 채 사실상 멈춰 있다. 전 수급자에게 일괄 40만 원을 지급하려면 연간 추가 재정만 5조 원 안팎이 필요하고, 수급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에서 그 부담은 해마다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하후상박이다. 핵심은 지금 받는 금액은 그대로 두되, 앞으로 오르는 인상분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방식이다. 소득 하위 계층은 인상분을 더 많이 받아 조기에 40만 원선에 도달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수급자는 물가상승률 수준의 인상에 머무는 구조다. 기존 수급액을 깎지 않기 때문에 급여 삭감에 따른 반발을 피하면서도 재정 증가분을 저소득층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검토된 시나리오의 재정 효과는 상당하다. 소득 하위 30% 이하의 기준연금액을 40만 원으로 올리는 동시에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60%로 축소하고 부부 감액(부부 동시 수급 시 20% 삭감)을 폐지할 경우, 10년간 추가로 드는 돈은 2조 1,000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국민연금 연계 감액까지 폐지하면 8조 9,000억 원의 비용이 더해지지만, 대상 축소에 따른 절감 효과가 이를 웃돌아 10년간 총 12조 원의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두 개의 뇌관: 대상 축소와 국민연금 연계 감액

개편안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소득 하위 70%’라는 지급 기준의 조정이다. 현행 방식은 노인 인구가 늘면 수급자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여서 2030년대에는 수급자가 9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KDI를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상대적 기준(하위 70%) 대신 절대적 빈곤선에 연동한 기준으로 전환해 제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자고 제안해 왔다. 그러나 지급 대상을 60%로 줄이면 현재 받고 있던 100만 명 안팎이 탈락하게 되며, 소득 상위권이라고는 해도 자산 대부분이 주택에 묶인 고령층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

또 하나의 뇌관은 국민연금 연계 감액이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준연금액의 1.5배(2026년 기준 약 52만 원)를 넘으면 기초연금이 최대 50%까지 깎인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낸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컸다. 연계 감액 폐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만 연 1조 원에 가까운 추가 재정이 필요해, 대상 축소와 한 묶음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부부 감액 폐지 역시 오랜 요구 사항이다. 부부가 함께 받으면 각각 20%씩 깎이는 현행 규정 탓에 노인 부부 가구의 실질 급여는 단독가구보다 크게 낮아진다. 노인 단독가구의 빈곤율이 더 높다는 통계적 근거가 있지만, ‘함께 산다는 이유로 벌칙을 받는다’는 체감상의 불공정은 제도 신뢰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잊지 말아야 할 사각지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에서 반드시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 금액만큼 소득인정액이 올라 생계급여가 깎인다. 가장 가난한 노인이 기초연금 인상의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하는 역설이 벌어지는 것이다. 저소득층 인상분을 두텁게 하겠다는 개편 취지가 실효를 거두려면, 기초연금을 생계급여 소득 산정에서 제외하거나 별도의 부가급여로 보전하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맺으며: 속도보다 설계, 금액보다 구조

기초연금 개편안은 2026년 하반기 정부안 발표를 거쳐 연내 법 개정과 예산 반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관건은 ‘언제 40만 원이 되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도달하느냐’다. 노인빈곤율 38%라는 성적표는 지난 12년간의 균등 지급 방식이 빈곤 완화 도구로서는 무딘 칼이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하후상박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함께 정리돼야 한다. 첫째, 탈락자에 대한 완충 장치다. 대상 축소는 급격한 단절이 아니라 감액 구간을 두는 점진적 방식이어야 한다. 둘째, 국민연금과의 관계 재정립이다. 연계 감액을 유지하는 한 ‘성실 납부자 역차별’ 논란은 반복된다. 셋째,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정합성이다.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실제로 돈이 남지 않는다면 하후상박은 이름뿐인 개편이 된다.

기초연금은 노후 소득보장 3층 구조의 맨 아래를 받치는 안전망이다. 이번 개편이 단순한 금액 조정을 넘어 국민연금 개혁·퇴직연금 개편과 맞물린 종합 설계로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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