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다문화가족 정책의 사각지대, 이주배경 청소년
한국 사회의 다양성은 이제 ‘다문화가족’이라는 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2024년 기준 24세 이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약 73만 8천 명으로, 전체 아동·청소년의 약 7%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인 근로자 가정, 유학생 가정, 난민,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자녀로 다문화가족지원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정부가 2026년부터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시범 도입하고, 2027년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도 늘려 편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글에서는 새로 시작된 통합서비스의 구조와 예산의 흐름, 그리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차례로 짚어본다.
본론 1: 법의 울타리 밖에서 시작되는 맞춤형 통합서비스
성평등가족부는 2026년 1월 이주배경 가족을 위한 맞춤형 통합서비스 추진 계획을 밝혔다. 핵심은 학교, 교육청과 연계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이 필요한 지원을 한 곳에서 연결받도록 하는 것이다. 대상은 외국인 근로자 가족, 유학생 가족, 난민 가족과 북한이탈주민 가족의 자녀들이며, 기존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적용을 받는 다문화가족은 제외된다. 즉 지금까지 제도 밖에 있던 집단을 새롭게 정책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폭넓다. 언어 교육과 기초학습, 진로 설계, 청소년 시설 연계, 상담과 통번역 지원, 심리 및 긴급 위기 지원, 한국어 교실과 취업 훈련, 자조모임까지 아이의 성장 단계와 가족의 상황에 맞춰 이어붙이는 방식이다. 가족센터가 지역의 레인보우스쿨 운영기관과 협력해 청소년 지원 네트워크를 만들고, 시범지역마다 전담관리사를 배치해 사례를 관리한다. 흩어진 서비스를 아이 중심으로 묶어주는 ‘사례관리’ 모델이 이 사업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본론 2: 시범 4곳에서 100곳으로, 단계적 확대 로드맵
2026년에는 거제, 울산 동구, 홍천군, 천안 등 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책정된 국비는 8천만 원으로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말 그대로 모델을 검증하는 단계다.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2027년 20개 지역, 2028년 50개 지역, 2029년 100개 지역으로 실시 기관을 늘릴 계획을 밝혔다. 3년 만에 시범지역이 25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확대 속도가 빠른 만큼 점검할 대목도 분명하다. 첫째, 전담관리사의 역량과 처우다. 서로 다른 언어와 체류 자격, 가족 사정을 가진 아이들을 상담하려면 통번역과 위기 대응 경험이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할 인력 기준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둘째,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가정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접근 방식이다. 셋째, 학교와 지역 교육청의 협조다. 이주배경 학생의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야 현장에서 실제 연계가 이뤄진다.
본론 3: 2027년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 1,620억 원의 의미
통합서비스와 별개로 기존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도 방향을 틀고 있다. 정부는 2027년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으로 1,620억 원을 편성했다. 올해 1,514억 원보다 약 7% 늘어난 규모다. 올해 예산이 지난달 말까지 1,501억 원 집행되어 집행률 99.1%를 기록한 만큼, 현장 수요가 예산 증액을 뒷받침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정책 수요의 변화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기초학습 중심의 지원에서 진로 탐색과 정서 지원으로 필요가 옮겨가고 있다. 9월 18일 기획예산처 차관이 서울 구로구 가족센터를 찾아 아이돌봄사 특별교육, 결혼이민자 한국어 교육, 대안교육기관 ‘움틈학교’, 공동육아나눔터 프로그램을 점검했는데, 현장에서는 지역별 가족 구성과 수요 차이를 반영해 가족센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달라는 건의가 나왔다. 가족센터가 다문화가족과 이주배경 가족을 모두 아우르는 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러한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다만 기사에서는 정서·진로 지원 등 세부 사업별 예산 배분은 확인되지 않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론: 대상을 넓히는 정책, 실행력이 성패를 가른다
이주배경 청소년 통합서비스는 ‘다문화가족인가 아닌가’라는 법적 구분이 아이들의 성장 기회를 가르던 관행에 균열을 내는 시도다. 시범 4곳, 국비 8천만 원이라는 출발은 소박하지만, 2029년 100개 지역이라는 목표가 실현되면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의 기본 인프라가 마련된다.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내용이다. 전담 인력의 전문성 확보,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신청 구조, 학교와의 정보 연계 기준이 갖춰져야 사업이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이 1,620억 원으로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기존 다문화가족 서비스와 새 통합서비스가 중복 없이 서로 보완하도록 설계하는 일도 과제다. 아이들이 어떤 배경에서 태어났든 같은 출발선에 서도록 만드는 일, 그것이 이번 정책이 시험받는 지점이다.
참고 자료
- 기획처, 내년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 1620억 편성…정서·진로 지원 정책 강화 (뉴스핌, 2026-09-18)
- 이주배경 가족 맞춤형 통합 서비스 지원 (아시아경제, 20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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