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돌봄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청년들
아픈 부모나 형제를 돌보느라 학업과 진로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른바 ‘영 케어러’로 불리는 가족돌봄청년이다. 국가데이터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4」는 13~34세 인구의 1.3%인 15만 3,044명을 가족돌봄을 수행할 가능성이 큰 집단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청년의 삶 실태조사 2024」에서 고립·은둔 상태에 있다고 답한 19~39세 청년은 5.2%로,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이들이 기존 복지제도의 틀에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복지제도는 오랫동안 소득 수준과 근로 능력을 기준으로 설계돼 왔다. 그런데 가족돌봄청년은 대개 근로 능력이 있고, 가구 소득도 최저생계 기준을 간신히 넘는 경우가 많다. 돌봄 때문에 학업과 취업 기회를 잃고 있는데도, 서류상으로는 ‘지원이 필요 없는 청년’으로 분류돼 온 것이다.
2026년은 이 사각지대에 제도의 이름표가 붙은 해다. 3월 26일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위기아동청년법)이 시행됐고, 9월부터는 4개 시·도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가족돌봄청년 지원이 시범사업 단계를 넘어 상시 제도로 자리 잡는 분기점이다.
본론 1: 위기아동청년법이 만든 전담 지원체계
위기아동청년법의 핵심은 ‘누가 이들을 책임지는가’를 명확히 한 데 있다. 그동안 가족돌봄청년 지원은 지자체나 민간단체의 단발성 사업으로 이뤄져 왔다. 건강검진 한 번, 금융 지원 한 번으로 끝나는 방식이었다. 정책브리핑에 실린 당사자 인터뷰에서 한 30대 여성이 기존 서비스에 100점 만점에 70점을 주면서도 “일회성에 그친 점이 아쉽다”고 평가한 것은 이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짚은 것이다.
법률은 네 가지 축으로 이 문제에 대응한다. 첫째, 전담 지원조직을 지정·위탁할 근거를 만들었다. 둘째, 조기 발굴체계를 도입해 청년이 직접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행정 정보를 활용해 먼저 찾아내도록 했다. 셋째, 초기 상담부터 사례관리, 서비스 연계까지 이어지는 맞춤형 지원을 규정했다. 넷째, 우수 민간 지원기관 인증제를 두어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정리했다.
지원 대상 연령도 넓게 잡았다. 가족돌봄청년은 13~34세로, 중학생 연령대부터 포괄한다. 실제로 고등학생 때부터 16년간 홀로 아버지를 돌봐 온 사례가 보고될 만큼, 돌봄 부담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립·은둔청년은 19~39세를 대상으로 한다.
본론 2: 청년미래센터, 4곳에서 17개 시·도로
이 법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기관이 청년미래센터다. 2024년 인천·울산·충북·전북 4개 시·도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정부는 2026년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연내 전국 17개 시·도 전체에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센터마다 전문인력 14명이 새로 배치돼,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발굴하고 안정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밀착 사례관리를 이어간다.
전국 확대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서울에 청년미래센터가 없어 수도권 당사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거주지가 어디냐에 따라 같은 처지의 청년이 전혀 다른 지원을 받는 구조였던 셈이다. 17개 시·도 설치는 이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조치다.
센터가 제공하는 지원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돌봄 대상 가족에게 요양·의료·일상생활 서비스를 연계해 청년이 지고 있는 돌봄 부담 자체를 덜어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청년 본인을 향한 지원으로, 장학금 우선 선발과 자기돌봄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본론 3: 자기돌봄비 연 200만 원, 어떻게 받나
가장 눈에 띄는 현금성 지원은 자기돌봄비다. 청년미래센터의 사례관리 대상 가운데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하는 가족돌봄청년에게 연 최대 200만 원을 지급한다. 용도는 자기계발, 건강관리, 심리 회복 등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로 설정돼 있다.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본인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상황을 정책 언어로 옮긴 것이다. 지급은 전용 카드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청 절차는 청년미래센터의 초기 상담에서 출발한다. 상담과 사례관리 과정에서 실제 가족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지,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지, 지원 필요성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대상자가 결정된다. 단순 신청·심사가 아니라 사례관리와 묶여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현금 지급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로 이어지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인정 절차의 문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족돌봄청년으로 인정받기 위해 과도한 증빙 자료가 요구되고, 특정 문구가 담긴 의사 소견이 있어야 인정되는 구조가 가구마다 다른 돌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가족을 돌보는 경우, 호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적 지원에서 밀려나 신체질환 중심 제도의 빈틈에 놓인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예산 흐름은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고립·은둔청년과 가족돌봄청년 등 취약청년 지원 예산은 2027년 정부안에서 51억 원에서 339억 원으로 약 6.6배 늘었다. 시범사업 규모에서 전국 단위 상시 사업으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재정을 반영한 결과다.
결론: 발굴과 지속성이 성패를 가른다
가족돌봄청년 지원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제도의 무게중심은 ‘만드는 일’에서 ‘닿게 하는 일’로 옮겨간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가 준비돼 있어도 당사자가 자신이 지원 대상인지 모르면 소용이 없다. 가족돌봄청년 상당수는 스스로를 ‘돌봄 제공자’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당연한 가족의 도리로 여기고, 고립·은둔청년은 정의상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법률이 조기 발굴체계를 명시한 이유이자, 앞으로 실효성이 판가름 날 지점이다.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인정 기준을 표준화해 행정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대상에서 배제되는 일을 줄여야 하고, 정신질환처럼 기존 돌봄 제도가 포괄하지 못한 유형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 돌봄 대상자가 이용할 수 있는 주·야간 보호시설 등 인프라 확충도 병행돼야 청년의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든다. 연 200만 원의 자기돌봄비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지만, 월평균 130만 원의 돌봄 비용을 감당하는 청년에게는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확대는 국가가 처음으로 이들을 제도 안에 이름 붙여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청년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과제는 제도의 촘촘함을 채워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