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이제는 국적과 거주기간 상관없이 지원받는다

서론: 25만 다문화가족 시대, 왜 지금 자녀 지원이 핵심인가

국내 다문화가족은 이미 25만 가구를 넘어섰고, 그 자녀들은 한국 사회의 미래 세대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은 결혼이민자의 한국어교육과 정착 지원에 무게가 실려 있었지만, 2026년을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녀의 학습·정서 지원과 보육 접근성 강화로 정책의 축을 옮기는 중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경기도의 외국인 자녀 보육료 지원 기준 완화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입국 초기 가정의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로 주목받는다. 다문화가족 자녀가 학습 격차와 정착 초기의 제도적 공백 없이 성장할 수 있느냐는 곧 한국 사회 전체의 사회통합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2026년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배경과 쟁점을 짚어본다.

본론

교육활동비 지원 확대, 저소득 다문화가족 자녀의 학습권 보장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는 2026년 다문화가족 자녀 교육활동비 지원사업을 통해 학교적응이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다문화가족 자녀의 학업·진로역량 개발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기준중위소득 100퍼센트 이하 다문화가족의 만 7세부터 18세까지 자녀이며, 지원 금액은 초등학생 연 40만 원, 중학생 연 50만 원, 고등학생 연 60만 원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지원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이는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사교육비 부담과 진로 결정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실을 반영한 설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다문화가족 자녀는 언어 발달 지연이나 또래 관계 형성의 어려움으로 학업 격차가 누적되기 쉬운데, 교육활동비는 학원비나 학습 교재, 체험활동 등에 자율적으로 쓸 수 있어 개별 가정의 필요에 맞춘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육 사각지대 해소, 경기도의 90일 거주요건 폐지가 던지는 의미

2026년 7월부터 경기도는 ‘외국인주민 지원 조례’ 개정을 통해 외국인 자녀 보육료 지원사업의 거주요건을 전면 폐지한다. 그동안은 보호자와 영유아 모두 경기도에 90일을 초과해 거주해야만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 가정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면서도 일정 기간 지원에서 배제되는 제도적 공백이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외국인등록을 마친 0~5세 영유아는 거주기간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고현숙 경기도 보육정책과장은 이번 조치가 외국인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고 보육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라 지원 기준 자체를 손질해 ‘정착 초기’라는 가장 취약한 시기에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를 바꿨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가족센터의 역할 확대와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으로의 전환

정부는 2026년 다문화 정책의 핵심으로 지원 대상의 세분화와 서비스 접근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기존에는 다문화가족 전체를 포괄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결혼이주 초기 단계, 자녀 양육기, 청소년·청년기 등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족센터)는 상담과 교육 중심의 기존 기능을 넘어 지역 내 복지·교육·고용 정보를 연계하는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서울시 역시 결혼이민자 역량강화, 다문화자녀 교육지원, 다문화가족 관계 강화, 다문화사회 조성이라는 네 축으로 한국어교육과 전문 취업교육, 자녀교육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정책이 구체화된 점은 환영하면서도, 정보 전달과 접근성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언어와 정보 격차로 인해 정작 당사자들이 지원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 제도 설계를 넘어 ‘체감’으로 이어져야 할 다문화 정책

2026년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자녀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정착 초기의 보육 공백을 메우며, 생애주기에 맞춘 서비스를 촘촘히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교육활동비 지원과 경기도의 거주요건 폐지는 이러한 방향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로, 특히 그동안 제도의 그늘에 있던 입국 초기 가정과 저소득 가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정책의 실효성은 방향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국어 안내와 가족센터를 통한 정보 전달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실제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는 이번에 시작된 제도 개선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다문화가족이 이를 얼마나 체감하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