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홀로 서야 하는 청년들 — 자립준비청년이 주목받는 이유
해마다 2,000명 안팎의 청년이 아동복지시설이나 가정위탁 보호를 마치고 사회로 나온다. 이른바 자립준비청년(옛 보호종료아동)이다. 대부분의 또래가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진학과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에, 이들은 당장 살 집과 생활비, 학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기댈 가족도, 급할 때 빌릴 목돈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자립은 실패의 대가가 유난히 크다. 한 번 주거가 무너지면 곧바로 학업 중단과 근로 단절, 그리고 빈곤의 고착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립준비청년 정책을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손본 배경도 여기에 있다. 2026년 현재 자립수당은 월 50만 원으로 올라섰고, 지급 기간은 보호종료 후 5년으로 늘었다. 여기에 지자체 자립정착금, 자산형성 지원, 주거·심리 지원이 겹겹이 붙으면서 제도는 ‘한 번 주는 정착금’에서 ‘5년간 동행하는 체계’로 성격이 바뀌었다. 오늘은 이 자립준비청년 지원 제도의 구조와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현금 지원의 두 축 — 자립수당과 자립정착금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현금 지원은 성격이 다른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자립수당이다. 보호종료일 기준으로 과거 2년 이상 연속해 아동복지시설이나 가정위탁 보호를 받은 청년에게, 보호가 끝난 뒤 5년간 매월 50만 원을 본인 명의 계좌로 지급한다. 지급일은 매월 20일이며,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그 전일에 들어온다. 제도 초기 월 30만 원·3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원의 두께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특히 중요한 대목은 자립수당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소득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소득으로 잡혔다면 자립수당을 받는 만큼 생계급여가 깎여 실질 소득이 거의 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예외 조항 덕분에 수급 가구인 자립준비청년도 두 제도의 지원을 온전히 겹쳐 받을 수 있다.
또 2024년 2월부터는 지원 대상의 문턱이 낮아졌다. 만 15세 이후 18세 이전에 보호가 종료된 경우, 그리고 아동복지시설 보호를 받다가 청소년쉼터 등에서 퇴소한 경우까지 자립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중도 이탈’ 청년을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둘째는 자립정착금이다. 자립수당이 매달 나오는 생활비 성격이라면, 자립정착금은 보호종료 직후 보증금·가전·초기 생활비에 쓰는 목돈이다. 다만 이 돈은 국비 사업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사업이어서 금액이 지역마다 다르다. 2026년 현재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1인당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수준을 지급하고 있으며, 재정 여력이 있는 지자체일수록 상단에 가깝다. 같은 시설에서 같은 날 나온 청년이라도 주민등록지가 어디냐에 따라 초기 자산이 두 배 차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 간 격차는 이 제도의 오래된 숙제다.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 자산형성·주거·심리정서 지원
현금 지원 위에 얹히는 것이 자산형성과 서비스 지원이다.
자산형성 쪽에서는 아동복지시설 재원 시절부터 적립해온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과 보호종료 이후의 청년 대상 적금이 이어진다. 본인이 저축하면 정부가 일정 비율로 매칭해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만기 시 수령액이 2,000만 원대에 이르는 사례도 나온다. 목돈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에 나서는 청년에게 전세보증금이나 학비의 종잣돈이 되어주는 장치다. 여기에 청년 대상 월세지원, 공공임대주택 우선공급, 구직활동 지원 등 일반 청년정책도 함께 신청할 수 있어, 실제 자립 과정에서는 여러 제도를 조합해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 정책에서 최근 가장 무게가 실리는 영역은 오히려 심리정서 지원이다. 여러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의 우울 수준과 자살 생각 경험률은 또래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확인돼 왔다. 갑작스러운 관계 단절과 고립이 경제적 결핍만큼이나 위협적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사례관리의 중심축을 맡는다. 전담기관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등 정신건강 전문기관과 협력체계를 꾸려 우울증 등 자살 고위험군 자립준비청년에게 정기적인 생활상담을 제공하고, 정신과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한다. 요컨대 “돈을 주고 끝”이 아니라 5년 동안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자원에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립실태조사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삶의 만족도와 교육 수준 등 전반적 자립 여건이 이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은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하며, 본인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자립정보ON’과 ‘복지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도는 촘촘해졌지만, 5년 이후를 물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은 지난 몇 년간 한국 복지정책 가운데 가장 빠르게 개선된 분야로 꼽을 만하다. 월 50만 원 5년의 자립수당, 1,000만~2,000만 원의 자립정착금, 자산형성계좌, 그리고 17개 시·도 전담기관의 사례관리까지 현금과 서비스가 나란히 갖춰졌다. 무엇보다 자립수당을 생계급여 소득에서 제외하고, 중도 보호종료 청년까지 대상을 넓힌 조정은 제도가 현장의 사각지대를 실제로 들여다봤다는 신호다.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자립정착금의 지역 격차다. 출신 지자체에 따라 초기 자산이 두 배 차이 나는 구조는 국가 차원의 하한선 설정 논의를 피하기 어렵다. 둘째, 지원 종료 이후다. 보호종료 5년이 지나 만 스물넷 안팎에 자립수당이 끊길 때, 이들이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에 안착해 있는지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 셋째, 신청주의의 한계다.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도 존재를 모르거나 연락이 끊긴 청년에게는 닿지 않는다. 찾아가는 사례관리와 전담인력 확충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자립준비청년 정책의 성패는 결국 지원이 끝난 뒤의 삶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참고 자료
-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 (보건복지부 정책)
- 자립준비청년의 삶의 만족도, 교육 수준 등 전반적인 자립 여건 개선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 자립수당 및 자립정착금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법제처)
- 자립지원 기관 및 지원사업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법제처)
-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 신청 안내 (서울특별시,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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