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시설’이 아닌 ‘살던 집’에서 늙어가기 위하여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에서 노인 돌봄은 더 이상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특히 대부분의 어르신이 “요양시설이 아니라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재가(在家) 서비스의 이용 한도가 빠듯해 결국 시설 입소로 떠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26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에서 재가급여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재가 서비스 월 이용 한도액을 등급별로 최대 24만 원 넘게 올리고, 방문요양 이용 횟수를 늘리며, 방문재활·방문영양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하반기부터 시범 도입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도 0.9448%로 확정됐다.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나이 드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가 정책 수치로 구체화되는 셈이다. 왜 지금 재가급여를 강화하는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짚어본다.
본론
재가급여 월 한도액, 중증일수록 크게 오른다
2026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가급여 월 이용 한도액의 인상이다. 방문요양·방문목욕·방문간호·주야간보호·단기보호 등 재가 서비스를 묶어 이용할 수 있는 월 한도가 장기요양 등급에 따라 1만 8,920원에서 최대 24만 7,800원까지 늘어난다. 특히 거동이 어려운 중증 수급자, 즉 장기요양 1·2등급의 인상 폭이 크다. 1등급 재가급여 월 한도액은 251만 2,900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20만 원 이상 올랐다. 그동안 중증 어르신일수록 필요한 서비스량은 많은데 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한도를 다 쓰고도 부족한 돌봄을 가족이 떠안거나 결국 시설로 가야 했던 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한도액이 커진다는 것은 곧 같은 본인부담률(재가급여 15%) 안에서 더 많은 시간, 더 촘촘한 돌봄을 집에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방문요양 횟수 확대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
한도액과 함께 실제 이용 횟수도 늘어난다. 3시간짜리 방문요양을 기준으로 1등급 수급자는 올해 월 최대 41회에서 내년 44회까지, 2등급 수급자는 월 37회에서 40회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루 한 번꼴을 넘어 사실상 매일 방문요양을 받을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홀로 지내는 중증 어르신의 안전과 생활 유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여기에 2026년 하반기부터는 방문재활과 방문영양 서비스가 시범 도입된다. 방문재활은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가 집을 찾아 근력과 관절 기능을 관리하고 낙상을 예방하도록 돕는 서비스이고, 방문영양은 영양사가 어르신의 저작·연하 능력과 만성질환을 고려해 식단과 영양 상태를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단순히 씻기고 밥 차리는 돌봄을 넘어, 의료·재활·영양이 결합된 ‘기능 유지형 돌봄’으로 재가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보험료율과 재정, 그리고 통합돌봄과의 연결
이러한 보장성 확대의 재원은 결국 보험료에서 나온다. 2026년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은 소득 대비 0.9448%로 정해졌으며, 수가는 유형에 따라 최대 4.4%가량 인상됐다. 보장은 넓히되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입자 부담과 제도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조정이다. 다만 재정 부담과 인력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재가 서비스가 늘어나려면 요양보호사·간호사·치료사 등 현장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처우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한도액 인상이 ‘숫자상의 확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이번 재가급여 강화는 2026년 3월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과 맞물려 있다. 장기요양의 재가 서비스가 두터워질수록, 의료·요양·주거를 한 번에 연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실질적 기반도 함께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결론: 재가급여 확대가 남긴 과제와 방향
2026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 확대는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나이 든다”는 원칙을 예산과 수가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증 수급자의 월 한도액을 20만 원 이상 올리고, 방문요양 횟수를 늘리며, 방문재활·방문영양이라는 의료 연계형 서비스를 새로 도입한 것은 재가 돌봄의 양과 질을 동시에 겨냥한 진전이다. 그러나 제도의 성패는 결국 현장에서 갈린다. 확대된 한도를 실제로 채워줄 요양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는지, 방문재활·방문영양 시범사업이 지역 간 격차 없이 안착하는지, 그리고 돌봄통합지원법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보장성 확대와 재정 안정, 인력 확충이라는 세 축을 함께 관리하지 못하면 좋은 제도도 공허해질 수 있다. 집에서 받는 돌봄이 실질적으로 두터워졌다고 어르신과 가족이 체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번 개편은 완성될 것이다.
참고: 보건복지부 「2026년도 장기요양보험료율 0.9448%」 보도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안내,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2026. 3. 27.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