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6월 18일
서론: 초고령사회, 일률 지급의 한계에 부딪힌 기초연금
2026년 한국은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노후 소득보장의 핵심 축인 기초연금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다. 형평성은 있지만, 정작 가장 어려운 처지의 노인에게 더 두꺼운 지원을 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6월 11일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하후상박형’ 기초연금 개편안을 하반기 중 마련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에게는 더 많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게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의 구조 개편이 본격적으로 논의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2026년 선정기준액 인상, 부부 감액 폐지 등 이미 시행 중인 변화와 맞물려, 기초연금은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복지정책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본론
무엇이 달라지나: 하위 40%는 더 받고, 70%는 유지
현재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하위 70%에게 월 최대 34만 원 안팎을 동일하게 지급한다. 소득이 선정기준액에 거의 다 차는 사람이나, 기초생활수급 직전의 극빈 노인이나 받는 금액에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일률 지급 구조는 형평성 면에서는 단순하지만, 정작 가장 절박한 빈곤 노인을 더 두텁게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하후상박형’ 개편은 바로 이 구조를 손보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득 하위 40% 노인에게는 현재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소득 하위 40~70% 구간 노인에게는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금액을 지급하는 차등 지급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저소득 노인부터 월 40만 원으로 인상, 2027년 전체 대상으로 확대’라는 일정과도 맞닿아 있다. 즉 가장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 인상분을 먼저, 더 크게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동일 금액 지급보다는 차등 지급이 노인 빈곤 해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구체적으로 소득 구간을 어디서 나누고, 감액 곡선을 얼마나 급격하게 설계할지는 하반기 정부안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선정기준액 인상과 부부 감액 폐지, 체감 혜택은 커진다
구조 개편과 별개로, 2026년에는 이미 수급 문턱을 낮추는 변화들이 시행되고 있다. 먼저 선정기준액이 전년 대비 8.3% 올라 단독가구는 월 247만 원, 부부가구는 월 395만 2천 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준액이 오르면서 새로 수급 대상에 포함되는 노인도 늘어난다. 두 번째 변화는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을 때 20%를 깎던 ‘부부 감액’ 제도의 단계적 폐지다. 부부가 각각 연금을 받으면 노인 1인 가구보다 생활비 부담이 적다는 논리로 도입된 제도지만, ‘결혼했다는 이유로 연금이 깎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감액률을 단계적으로 낮춰 2027년에는 5%까지 줄이고, 2028년 이후에는 완전히 폐지해 부부도 단독 수급자와 동일한 금액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부부 수급자는 현재보다 약 10%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 아울러 국민연금을 함께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을 깎는 연계감액 제도 역시 손질되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준액의 150%(약 52만 5천 원)를 넘으면 감액이 검토되지만, 어떤 경우에도 기초연금액의 최소 50%는 보장하도록 하한선을 두었고, 2026년 6월부터는 일부 구간의 감액 자체를 폐지해 ‘국민연금을 오래 부어도 기초연금이 깎인다’는 고령층의 오랜 불만을 일부 해소했다. 이런 변화들은 큰 틀의 구조 개편과는 별도로, 수급자들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혜택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정 부담과 지속가능성, 풀어야 할 숙제
문제는 재원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처럼 보험료를 적립해 운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전액 세금으로 충당되는 제도다. 지급 대상을 줄이지 않은 채 지급액만 올리면 정부 부담은 가파르게 늘어난다. 실제로 기초연금 수급자는 2030년 914만 명, 2050년에는 1,3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시점 전체 국민 3명 중 1명이 기초연금을 받는 셈이 된다. 이때 총 재정 소요액은 125조 4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에서는 ‘재정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고, 지급 대상을 줄이는 방안도 빠져 있다’며 이번 개편이 진정한 의미의 구조 개혁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KDI 등 연구기관 역시 선정 방식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재정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반면 정부는 당장의 노인 빈곤 문제 해소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상 축소보다는 차등 지급을 통한 효율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하후상박형’ 개편이 성공하려면 차등 지급의 설계만큼이나,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답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결론: 노인빈곤 완화의 첫걸음, 그러나 갈 길은 멀다
2026년 기초연금 개편 논의는 ‘같은 금액을 누구에게나’라는 오래된 원칙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라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선정기준액 인상, 부부 감액 단계적 폐지, 국민연금 연계감액 완화 등 이미 시행된 조치들과 맞물리면, 실제 빈곤 노인의 체감 소득은 분명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하반기에 나올 정부안이 소득 구간별 지급액을 어떻게 설계하고,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충당할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변수다. 지급 대상을 그대로 둔 채 금액만 올리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답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논의와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차등 지급의 구체적 기준이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어지느냐에 따라, 이번 개편이 진짜 노인 빈곤 해소책이 될지, 또 하나의 미완의 개혁으로 남을지가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