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왜 지금 발달장애인 지원인가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가장 두려운 말은 “내가 없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나”라는 문장이다. 발달장애는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지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돌봄의 무게가 고스란히 가족에게 쏠려 왔다. 특히 자해나 타해 같은 도전행동이 심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존 활동지원 서비스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 이용을 거부당하거나 시설·병원으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됐다.
2026년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다. 총지출 137조 6,480억 원, 전년 대비 9.7% 증가라는 큰 틀 안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항목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성인 주간활동서비스 예산은 28% 넘게 증액됐고,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도 920억 원대로 확대됐다. 단순한 물가 반영을 넘어 대상 인원과 단가, 종사자 처우를 동시에 손봤다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항목별로 짚어본다.
본론 1: 주간활동·방과후활동, 대상과 단가를 함께 올렸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서비스는 학령기를 마친 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에게 낮 시간대 활동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2026년 예산안에서 이 사업은 2,848억 원으로 편성됐다. 2025년 본예산 2,222억 원과 비교하면 28.2% 증액이다. 지원 인원은 1만 2,000명에서 1만 4,800명으로 늘어난다. 청소년 방과후활동서비스도 685억 원으로 8.6% 증가하며 지원 인원은 1만 1,500명 수준으로 조정됐다.
주목할 부분은 인원만 늘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당 지원 단가가 1만 6,620원에서 1만 7,270원으로 3.9% 인상됐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단가가 낮아 제공기관이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결국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적돼 왔다. 서비스 이용권을 늘려도 이를 받아줄 기관이 없으면 바우처는 종잇조각이 된다. 단가 인상은 이 병목을 푸는 최소한의 조치다.
다만 확대 폭이 수요를 따라잡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등록 발달장애인은 27만 명을 넘어섰지만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자는 1만 5,000명 안팎에 머문다. 여전히 대다수는 서비스 바깥에 있고, 지자체별 대기 기간도 편차가 크다.
본론 2: 최중증 통합돌봄, 1:1 전담 체계의 확장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는 2022년 발달장애인법 개정으로 근거를 마련하고 2024년 6월 전국 시행에 들어간 비교적 새로운 사업이다. 24시간 개별형, 주간 개별형, 주간 그룹형 세 가지 유형으로 운영되며, 특히 개별형은 이용자 한 명에게 전담 인력을 배치해 도전행동에 대응한다. 기존 서비스가 감당하지 못하던 영역을 국가가 직접 떠맡는 구조다.
2026년 예산은 920억 5,800만 원으로 전년보다 78억 5,400만 원 늘었다. 서비스 단가는 2025년 대비 6,156원 오른 3만 1,086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보미에게 지급하는 전문수당이 월 5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세 배 올랐다. 도전행동 대응은 신체적·정서적 소진이 극심해 인력 이탈이 잦은 분야인 만큼, 수당 인상은 서비스 지속성과 직결된다.
부모 사후를 대비하는 공공신탁 기반 재산관리서비스 대상도 165명에서 450명으로 확대된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발달장애인 지원이 ‘낮 시간 돌봄’을 넘어 생애 전반의 권리 보장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항목이다.
본론 3: 남은 쟁점 — 총량과 사각지대
정부는 장애인 활동지원 인원을 14만 명으로 늘리는 등 전반적인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계는 2026년도 장애인 관련 예산이 정부 전체 예산의 1% 남짓에 머문다는 점을 지적한다. 개별 사업의 증액률은 높아 보여도 모수가 작으면 체감 변화는 제한적이다.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통합돌봄서비스는 조사 도구를 통해 최중증 여부를 판정하는데, 기준선 바로 아래에 있는 이용자는 지원 강도가 크게 떨어진다. 또 서비스 제공기관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농어촌 지역에서는 예산이 있어도 이용할 기관이 없는 지역 격차가 남는다. 만족도 조사에서 보호자들은 개인시간 확보와 돌봄 스트레스 완화를, 당사자들은 정서적 안정과 도전행동 완화를 효과로 꼽았다. 효과가 확인된 만큼 문제는 ‘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닿느냐’로 옮겨 갔다.
결론: 돌봄을 가족에서 사회로
2026년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의 방향은 분명하다. 대상 인원을 늘리고, 단가를 올려 제공기관을 유지시키고, 종사자 수당을 인상해 인력을 붙잡는다. 세 축을 동시에 건드렸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정교해진 설계다. 특히 최중증 통합돌봄의 1:1 전담 체계는 그동안 어떤 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가정에 고립돼 있던 이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통로가 된다.
과제는 속도와 폭이다. 27만 명이 넘는 등록 발달장애인 가운데 낮 활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는 여전히 5%대에 그친다. 확대 계획이 매년 몇천 명씩 더해지는 방식으로는 부모 세대가 고령화하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지역별 제공기관 편차를 줄이는 인프라 투자, 판정 기준선 주변의 완충 구간 마련, 돌보미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함께 가야 예산 증액이 실제 서비스로 전환된다. 발달장애인 지원은 결국 한 가족이 감당하던 돌봄을 사회가 나눠 지는 문제이며, 예산은 그 분담 비율을 보여주는 성적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