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탈수급의 절벽’을 넘기 위한 새로운 장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탈수급의 절벽’이다. 수급자가 일자리를 얻어 소득이 생기면 생계급여가 줄거나 끊기고, 동시에 의료급여·주거급여·각종 감면 혜택까지 함께 사라진다. 일해서 번 돈보다 잃는 것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 수급 지위를 유지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실제로 자활근로 참여자가 민간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오랫동안 정체돼 왔다.
2026년 1월 1일 시행된 자활성공지원금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제도다. 자활근로에 참여하던 생계급여 수급자가 취업이나 창업으로 수급 지위에서 벗어나 일정 기간 이상 일자리를 유지하면, 최대 15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급여를 깎는 방식이 아니라 벗어나는 순간에 보상을 얹어주는 ‘플러스 인센티브’라는 점에서 기존 자활 정책과 결이 다르다. 시행 첫해를 지나 2027년 예산안에서 자활사업 전반이 확대 편성되면서, 이 제도가 실제로 탈수급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자활성공지원금은 누가, 얼마를, 어떻게 받나
자활성공지원금의 설계는 단순하지만 조건이 명확하다. 대상은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던 생계급여 수급자로, 민간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해 소득이 늘어난 결과 생계급여 수급자 지위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단순히 수급에서 탈락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새 일자리를 실제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지급은 근속 기간에 따라 두 차례로 나뉜다. 탈수급 이후 6개월 근속이 확인되면 1회차로 50만 원, 여기에 6개월을 더해 총 12개월 근속이 확인되면 2회차로 100만 원이 지급된다. 합산 최대 150만 원이다. 한 번에 목돈을 주지 않고 분할하는 구조는 ‘일자리 정착’까지를 지원 목표로 삼았다는 뜻이다. 취업 직후 몇 달 만에 이탈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저소득층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설계로 볼 수 있다.
신청은 탈수급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복지로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고용보험 가입 이력 등으로 실제 근속 여부를 확인한 뒤 신청인 계좌로 입금한다. 수급자가 스스로 서류를 갖춰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행정 데이터로 검증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기존 자산형성지원 사업과 중복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활근로 기간에 희망저축계좌Ⅰ에 가입해 매달 10만 원씩 3년간 저축한 뒤 만기 후 6개월 이내에 탈수급하면, 본인 저축액에 정부 매칭 지원금이 더해져 1,000만 원을 넘는 목돈을 받을 수 있다. 자활성공지원금 150만 원은 이와 별도로 지급된다. 두 제도를 함께 활용하면 탈수급 시점에 1,000만 원대 초기 자립 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7년 예산안: 참여 규모 7만 5천 명, 자활급여 3.7% 인상
정부가 2026년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7년도 예산안에서도 자활사업은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 보건복지부 총지출은 148조 7,697억 원으로 2026년 본예산 137조 4,949억 원 대비 8.2% 늘었고,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의 아동기본수당·아이맞이지원금 등을 포함하면 152조 4,328억 원으로 10.9% 증가한다.
이 가운데 자활사업은 참여 규모를 7만 5,000명까지 확대하고, 자활급여 단가를 3.7% 인상해 하루 3만 5,200원에서 6만 8,500원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자활급여는 유형별(근로유지형·사회서비스형·시장진입형 등)로 단가가 다른데, 상단과 하단을 함께 올려 참여 유인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자활사업 밖의 변화도 탈수급 환경에 직접 영향을 준다. 2027년 기준 중위소득은 2015년 맞춤형 급여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인 6.7% 인상돼, 4인 가구 최대 생계급여가 월 207만 8,000원에서 221만 7,000원으로 13만 9,000원 오른다. 또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모두에서 중증장애인에게 적용하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돼 생계급여 2만 가구, 의료급여 수급권자 3만 명이 새로 제도 안으로 들어온다.
남는 쟁점: 인센티브만으로 절벽이 메워질까
제도의 방향에는 이견이 적지만, 규모와 지속성을 두고는 평가가 갈린다. 첫째, 150만 원이라는 금액이 의료급여 상실을 상쇄하기에 충분한가 하는 문제다. 만성질환이 있는 수급 가구에서 의료급여 1종에서 벗어나 건강보험 가입자가 되면 연간 부담이 수백만 원 단위로 늘 수 있다. 일회성 현금 인센티브보다 의료급여의 단계적 유예 기간을 늘리는 편이 실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둘째, 12개월 근속이라는 요건이 저소득층이 주로 진입하는 일자리의 현실과 맞는지도 쟁점이다. 자활근로 참여자가 이동하는 민간 일자리는 상당수가 단기·계약직이어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계약 종료로 2회차 100만 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근속 인정 범위를 동일 사업장이 아니라 ‘고용보험 가입 기간 합산’으로 넓힐 것인지가 시행 2년 차의 실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셋째, 자활급여 3.7% 인상이 물가와 최저임금 상승분을 따라잡는 수준인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자활근로의 보수가 민간 최저임금 일자리와 격차가 크면 참여 자체가 줄고, 반대로 격차가 너무 작으면 자활근로에 머무르려는 유인이 커진다. ‘들어오는 문’과 ‘나가는 문’의 높이를 동시에 조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마치며: 벌칙이 아니라 보상으로 설계된 첫걸음
자활성공지원금은 액수만 보면 크지 않다. 그러나 수급에서 벗어나는 일을 ‘급여를 잃는 사건’이 아니라 ‘보상받는 성취’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접근법이 한 단계 이동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여기에 희망저축계좌의 매칭 지원금이 결합하면 탈수급 시점에 1,000만 원대의 초기 자립 자금이 만들어지고, 2027년 자활사업 참여 7만 5,000명 확대와 자활급여 3.7% 인상은 그 통로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관건은 시행 2년 차부터 축적될 데이터다. 실제 지급 건수, 1회차와 2회차 사이의 이탈률, 지원금을 받은 가구가 3년 뒤에도 수급으로 돌아오지 않는지 여부가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 만약 2회차 지급률이 크게 낮게 나타난다면 그것은 인센티브의 실패가 아니라 저임금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어야 한다. 현금 인센티브와 함께 의료급여 유예 확대, 근속 인정 요건 완화, 자활기업 육성 같은 구조적 장치가 병행될 때 비로소 ‘일하는 복지’가 구호를 넘어설 수 있다.
참고 자료
- 2027년 보건복지부 예산 148조7697억원…전년 대비 8.2% 증가 (ZDNet Korea, 2026-09-01)
- 2027년 복지부 예산 148조 7697억 편성…생계급여 6.7% 인상 (한국사회복지저널, 2026-09-01)
- 2026년 「자활성공지원금 지급」 사업 안내 (화성시, 2026-03-20)
- 복지서비스 상세 – 자활성공지원금 지급·관리 (복지로)
- 2026년 생계급여 받는 사람 21만 명 추가…약자복지 더 촘촘해진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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