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왜 지금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인가
중증 자폐 아들을 홀로 돌보던 아버지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발달장애인 가족이 감당해 온 돌봄 부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국내 발달장애인은 약 28만 8천 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11%를 차지합니다. 그동안 이들의 돌봄은 사실상 부모와 가족의 몫이었고, 부모가 고령이 되거나 세상을 떠난 뒤에는 막막함만 남는다는 호소가 이어져 왔습니다.
정부는 지난 9월 1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10월 23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주요 장애인 부모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이행 방안과 위기가구 지원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추진방안의 핵심 내용과 현장의 과제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1: 생애단계별로 촘촘해지는 지원 내용
이번 추진방안의 특징은 영유아기부터 성인기, 부모의 노년기까지 생애 흐름에 따라 지원을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먼저 영유아와 아동 단계에서는 조기 발견과 개입을 강화합니다.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이용시간은 연 1,200시간에서 1,320시간으로 늘어나고, 장애아전문·통합어린이집은 2,008개소에서 2,088개소로 80개소 확충됩니다. 발달재활서비스 대상자는 11만 명에서 11만 6천 명으로, 방과후활동서비스 대상자는 1만 1,500명에서 1만 3천 명으로 확대됩니다. 또 16개 시·도에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가 새로 설치되어 지역 단위의 상담과 연계 기능을 맡게 됩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에게는 낮 시간 활동과 일자리가 핵심입니다.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는 올해 1만 5천 명에서 내년 2만 명으로 늘고, 2030년에는 3만 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직자 훈련 지원은 400명에서 720명으로,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은 1만 1,700명에서 1만 2,200명으로 늘어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하고, 낮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향입니다.
본론 2: 최중증 24시간 1대1 지원과 지역사회 자립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입니다. 도전적 행동으로 가족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제공하는 24시간 1대1 지원이 그동안 평일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주말까지 확대됩니다. 최중증 통합돌봄 대상자는 2,340명에서 2,760명으로, 긴급돌봄 제공기관은 2개소에서 5개소로 늘어납니다. 부모가 갑자기 아프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 아이를 맡길 곳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자립 지원도 한 단계 나아갑니다. 내년 3월 시행되는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에 맞춰 주거, 일자리, 활동지원을 연계하는 지역사회 자립지원 사업이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 전환되며, 모든 광역지방정부가 참여하게 됩니다. 2030년에는 모든 기초지방정부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공공후견인과 재산관리 지원 강화, 문화·체육 참여 확대도 포함되었습니다. 부모를 위한 가족휴식 지원은 1만 6천 명에서 1만 8천 명으로 늘어, 돌봄 가족이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합니다.
본론 3: 인력 충원과 현장 안착이라는 과제
수치만 보면 확대 폭이 분명하지만, 관건은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과 기관이 있느냐입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예산이 있어도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과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려면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데, 수당 수준이 낮아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추진방안에는 장애 영유아 돌봄인력에 대한 가산수당(영아 2,000원, 유아 1,000원 추가)이 신설되지만, 최중증 돌봄 종사자의 전문수당 인상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10월 23일 간담회에서도 부모단체들은 서비스 신청과 이용 과정의 어려움, 이행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부모단체와 맺은 ‘발달장애인 손잡아드림’ 협약을 바탕으로, 안부 확인과 방문 동행, 서비스 신청 안내 등 위기가구를 발굴해 공적 지원으로 연결하는 협력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업별 총예산 규모는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아, 2027년 예산안이 국회를 거치며 어떻게 확정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가구를 찾는 일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일은 결국 지자체의 이행 역량에 달려 있기도 합니다.
결론: 선언을 넘어 체감으로 이어지려면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는 ‘가족의 헌신’에 기대 온 돌봄 구조를 ‘국가와 지역사회의 책임’으로 옮기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영유아부터 고령 부모까지 아우르는 생애주기 설계, 최중증 24시간 지원의 주말 확대, 자립지원 본사업 전환은 현장의 오랜 요구를 반영한 변화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돌봄 종사자의 전문성과 처우를 높여 인력 공백을 메우는 것, 둘째, 신청 절차를 단순화해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에 실제로 닿게 하는 것, 셋째, 2027년 예산과 2030년 목표를 흔들림 없이 이행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내가 먼저 떠나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때, 국가책임제는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정책 발표가 가정의 일상 변화로 이어지는지 앞으로도 꾸준히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복지부,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이행 강화 (이투데이, 2026-10-23)
- 피터팬 아빠 걱정 놓을까…발달장애인 돌봄·일자리 지원 확대 (머니투데이, 2026-09-10)
-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 지원 늘린다…돌봄인력 충원은 과제 (더팩트,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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