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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원 예산 287억, 공공 돌봄 인프라는 회복될까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09월 06일

들어가며 – 통합돌봄 시대에 다시 소환된 사회서비스원

2026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전면 시행되면서 전국 229개 시군구가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체계를 갖추게 됐습니다. 그런데 통합지원 계획을 세워도 정작 그 계획을 실행할 서비스 공급자가 지역에 없다면 제도는 종이 위 절차에 그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서비스원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돌봄 서비스 공급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공공기관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요양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돌봄 종사자를 직접 고용해 처우를 안정시키며, 민간이 기피하는 사각지대 서비스를 메우는 것이 본래 설립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2023년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폐원하면서 전국 16개소가 15개소로 줄었고, 기관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2026년 예산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 살펴보면, 정부가 공공 돌봄 인프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드러납니다.

예산 287억 원, 2023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

2026년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예산은 287억 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전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여서 언뜻 회복세로 보이지만, 292억 원이었던 2023년 예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3년 전 수준으로도 돌아가지 못한 채 삭감분의 일부만 되돌린 셈입니다.

내역을 뜯어보면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증액분의 대부분인 약 45억 원은 전년도에 동결됐던 시·도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에 배정됐습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폐원으로 기관 수가 15개소로 줄었으므로, 산술적으로는 1개소당 국비 지원액이 5억 원에서 8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그 증가가 사업 확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산 산출내역상 총 사업비(약 16억 7천만 원 기준)는 그대로 둔 채 국고보조율만 30%에서 50%로 올린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업 규모는 그대로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부담 비율만 바뀐 것으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덜어주지만 사회서비스원이 실제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이 늘어나는 구조는 아닙니다. 중앙사회서비스원 예산 역시 2025년 삭감됐던 약 23억 원 가운데 일부만 복원됐습니다.

‘고도화’와 ‘공공 공급’ 사이, 흔들리는 기관 정체성

사회서비스원 정책의 더 근본적인 쟁점은 예산 규모보다 방향입니다. 설립 초기 사회서비스원의 사명은 공적 사회서비스 공급 인프라를 직접 확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정부를 거치며 정책 초점은 ‘사회서비스 고도화’라는 이름 아래 민간 제공기관 컨설팅과 품질 평가, 혁신 지원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2026년 예산에서도 이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업 성과지표가 여전히 컨설팅 건수와 품질 평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시·도 사회서비스원 예산 증액 역시 인프라 확대를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품질 관리 기능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내는 역할과 민간 서비스를 평가·지원하는 역할은 필요한 인력·재원·조직이 전혀 다릅니다. 두 역할이 뒤섞인 채 예산만 소폭 조정되면 어느 쪽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통합돌봄 전면 시행이 던진 숙제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이 다시 논의되는 결정적 계기는 통합돌봄입니다. 통합돌봄은 지자체가 주민의 욕구를 통합적으로 판정하고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는 제도인데, 계획에 담긴 서비스를 실제로 공급할 주체가 지역에 있어야 작동합니다. 사회서비스원은 시군구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공급 부족 지역에서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돌봄 종사자를 안정적으로 고용해 인력 이탈을 막는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돌봄 본사업 예산은 2025년 71억 원에서 2026년 777억 원으로 늘었지만, 사업 지역이 12개소에서 229개소로 약 20배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당 실질 사업비는 시범사업 당시 5억 4천만 원에서 2억 3천만 원 수준으로 오히려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재정자립도 상위 20% 지자체는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나머지도 지역 여건에 따라 1억 2천만 원에서 5억 원까지 차등 지원됩니다. 여기에 사회서비스원 예산까지 인프라 확충과 연결되지 않으면, 통합돌봄은 서비스 연계가 아니라 신청 안내에 머무를 위험이 있습니다.

한편 중앙사회서비스원과 보건복지부는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aT센터에서 ‘2026 대한민국 사회서비스 박람회’를 열고 제공기관과 공공기관 등 6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서비스 홍보와 네트워킹을 넘어, 공공 공급 기반을 어떻게 재건할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할 시점입니다.

마치며 – 인프라 없는 통합돌봄은 성립하지 않는다

2026년 사회서비스원 예산 287억 원은 삭감의 흐름을 일단 멈춰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총액, 사업 확대가 아닌 보조율 조정에 기댄 증액, 컨설팅 중심으로 남아 있는 성과지표를 함께 놓고 보면 공공 돌봄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복원하겠다는 신호로 읽기는 어렵습니다.

돌봄 종사자의 고용 불안과 낮은 처우, 지역 간 인프라 격차는 민간 시장의 자율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통합돌봄이 전국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판정과 계획 수립을 넘어 서비스를 공급할 공공 주체가 지역마다 필요하고,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은 현재로서는 사회서비스원이 가장 가깝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사회서비스원의 기능을 품질 관리와 직접 공급 중 어디에 둘 것인지 정책적으로 정리하고, 직접 공급을 맡긴다면 그에 상응하는 인력과 예산을 배치하는 일입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관의 이름이 아니라, 필요할 때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돌봄이 곁에 있는지 여부입니다.

참고 자료

이미지 Photo by Gustavo Fring on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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