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어린이집 문이 닫힌 뒤의 시간을 누가 메우나
맞벌이 가정의 하루는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끝나는 오후 두세 시부터 진짜 고비를 맞습니다.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남은 서너 시간, 그 공백을 조부모나 사설 돌봄에 의지해 온 가정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아이돌봄서비스를 ‘저출생 대응의 최전선’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물리적 돌봄 시간을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2026년 9월 2일 발표된 2027년 성평등가족부 예산안에는 이 아이돌봄서비스의 구조를 바꾸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핵심은 이용료 지원에서 취학·미취학 연령구분을 폐지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지원율을 감수해 온 관행을 손보겠다는 신호입니다. 2026년에 이미 소득 기준이 대폭 완화된 데 이어, 이번에는 ‘나이’라는 또 다른 칸막이가 허물어지는 셈입니다.
2026년의 변화: 중위소득 250%까지 열린 ‘라형’
2027년 개편을 이해하려면 2026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정부지원 소득 기준이 기준 중위소득 200%에서 250% 이하로 완화되고, 그 구간을 담당하는 ‘라형’이 신설됐다는 점입니다.
현재 아이돌봄서비스의 정부지원 유형은 네 단계로 나뉩니다. 중위소득 75% 이하인 가형은 이용료의 85~90%를, 120% 이하인 나형은 60%를, 150% 이하인 다형은 30%를,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라형은 10~15% 수준을 정부가 부담합니다. 2026년 시간당 이용요금이 12,790원이므로, 라형 가구도 시간당 1,200원 안팎을 덜어내는 구조입니다.
지원율만 보면 라형의 혜택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유형의 의미는 금액보다 ‘제도권 편입’에 있습니다. 정부지원 대상이 되면 아이돌보미 배정 대기 순번에서 가산점을 받고, 서비스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 체계의 적용도 받습니다. 소득이 조금 높다는 이유로 공적 돌봄 명단에서 아예 빠져 있던 맞벌이 가구가 줄을 설 자격을 얻은 것입니다.
취약가구에 대한 배려도 강화됐습니다. 한부모, 조손, 장애 부모, 청소년부모 등 돌봄 부담이 큰 가구는 연간 정부지원 시간이 기존 960시간에서 최대 1,080시간까지 늘어났습니다. 하루 4시간씩 환산하면 한 달치가 더 얹히는 규모입니다.
2027년의 핵심: 연령구분 폐지와 취학아동 지원율 인상
2027년 예산안이 겨냥한 지점은 다릅니다. 소득이 아니라 아이의 나이입니다. 그동안 아이돌봄서비스 이용료 지원은 미취학 아동과 취학 아동에게 서로 다른 지원율을 적용해 왔습니다. 영유아기 돌봄 수요가 더 절박하다는 전제였지만, 현장의 체감은 반대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종일반이라도 운영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오후 1~2시면 하교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초1의 벽’이라 불리는 돌봄 절벽입니다.
성평등가족부는 2027년부터 이 연령구분을 없애고 취학아동 가구의 지원율을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소득 구간이라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도 미취학 아동 가정과 동일한 비율로 지원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초등돌봄교실과 늘봄학교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정원과 운영 시간의 제약으로 탈락하는 가정이 여전한 상황에서, 아이돌봄서비스가 그 빈자리를 메우는 두 번째 안전망 역할을 맡게 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 폭과 유형별 적용 비율은 예산 확정 이후 시행 지침에서 정해집니다. 국회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이용을 계획하는 가정이라면 연말에 공고되는 2027년 아이돌봄 지원사업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돌보미 전문성: 보수교육 3만 6천 명에서 7만 명으로
지원 대상과 금액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제도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아이돌봄서비스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는 결국 아이돌봄사의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이용 가구가 늘어날수록 돌보미 수요도 함께 늘고, 인력 충원을 서두르다 보면 전문성이 희석될 위험이 커집니다.
이에 2027년 예산안은 아이돌봄사 보수교육 인원을 2026년 3만 6천 명에서 7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했습니다. 아동 발달 이해, 안전사고 대응, 아동학대 예방 같은 내용을 정기적으로 재교육해 서비스 품질의 하한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민간 돌보미 역시 국가 인증 교육을 이수하면 전문성을 인정받는 체계가 함께 정비되고 있습니다.
같은 예산안에서 한부모 복지급여 대상이 중위소득 65%에서 66% 이하로 확대되고, 임신 중 미혼·한부모에게 월 23만 원의 예비양육수당을 3개월간 지급하는 시범사업이 신설된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돌봄 공백이 가장 큰 가구를 현금과 서비스 양쪽에서 동시에 받치겠다는 방향입니다.
마치며: 선별에서 보편으로, 남은 숙제는 공급
소득 기준을 250%까지 열고 연령구분까지 지운 아이돌봄서비스는 이제 ‘저소득층 선별 지원’이라는 오래된 틀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돌봄 공백은 소득과 무관하게 발생하며, 그 공백이 경력 단절과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정책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관건은 공급입니다. 대상이 넓어져도 배정받을 아이돌보미가 없다면 지원율 인상은 서류상의 혜택에 그칩니다. 실제로 지역에 따라 수개월씩 대기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보수교육 확대가 인력의 질을 담보한다면, 다음 과제는 처우 개선을 통해 인력의 양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2027년 개편이 체감되는 변화로 이어질지는 결국 돌보미가 몇 명이나 현장에 남아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 자료
- 2027년 성평등가족부 주요 예산 반영 내역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09.02)
- 2026년 아이돌봄서비스 비용 및 지원가구 소득기준 고시 (성평등가족부)
- 2026년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요금표 안내 (아이돌봄서비스 누리집)
- 아이돌봄지원사업 안내 (성평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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