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복지정책

65세가 넘으면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다? 헌재 합헌 결정으로 본 고령장애인 활동지원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10월 29일

서론: 65세라는 나이가 가르는 돌봄의 경계

장애인에게 65세는 단순한 생일이 아니라 돌봄 제도가 바뀌는 분기점입니다. 만 6세 이상 65세 미만 장애인은 장애인활동법에 따른 활동지원급여를 받지만, 65세 이상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장기요양급여로 옮겨 가는 것이 현행 제도의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두 제도가 성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활동지원은 외출과 사회활동, 일상생활을 폭넓게 돕는 반면 장기요양은 신체·가사 지원 중심이어서, 전환 뒤 급여량이 줄고 자립생활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월 22일, 65세 이상 장애인의 활동지원급여 신규 신청을 제한한 조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결정의 내용과 쟁점, 그리고 고령장애인 활동지원 제도가 풀어야 할 숙제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1: 헌재 결정의 사건 배경과 판단 논리

이번 사건의 청구인은 72세 지적장애인 김용기 씨입니다. 김 씨는 2009년부터 전남의 염전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다 2019년 장애인학대 대응전문기관에 의해 분리되었고, 2023년 11월 자립한 뒤 이듬해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무안군청은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김 씨가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내자 법원은 평등원칙 위반 여부를 가려 달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쟁점이 된 조항은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입니다. 이 조항은 65세가 되기 전부터 활동지원급여를 받던 사람에게만 65세 이후에도 신청 자격을 예외적으로 인정합니다. 헌재 다수의견(7명)은 이 구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기존 수급자는 활동지원에 기대어 자립생활을 하다가 65세에 장기요양으로 넘어가며 급여량이 줄고 생활이 급격히 후퇴할 수 있으므로, 그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한 예외라는 설명입니다. 반면 65세 전에 활동지원을 받지 않았던 사람은 이런 급격한 퇴보를 겪는 집단과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수의견은 또한 김 씨처럼 65세 전부터 장애가 있었는데도 제도에 접근하지 못한 사람의 문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대상자 발굴 수단의 실효성을 높여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국가에 적극적 급부를 요구하는 권리는 재정 능력과 사회보장 수준을 고려해야 하며,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 점진적으로 혜택을 넓히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본론 2: 소수의견과 현장의 문제 제기

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정 때문에 활동지원급여를 받지 못한 ‘접근성 부재 집단’에게 신청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이 급여를 받지 못한 근본 원인은 국가가 대상자를 찾아 연결해 줄 의무를 충분히 다하지 못한 데 있으며, 그 결과를 근거로 다시 차별하는 것은 자립생활 지원의 문제를 오히려 키운다고 비판했습니다. 청구인을 대리한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도 취약한 집단에게 소명이나 심의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현장의 어려움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되었습니다. 매일신문은 올해 5월, 65세가 되어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월 220시간분의 활동지원을 쓰던 척수장애인의 급여가 크게 줄어든 사례를 전했습니다. 2021년 도입된 보전급여가 감소분을 일부 메우지만 산정 기준상 기존 수준을 모두 보전하지는 못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되었습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65세 이후 장기요양과 활동지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시행까지 1년 이상 걸리고 65세 이후 장애를 등록한 사람이나 그 전에 활동지원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는 한계가 남아 있습니다.

본론 3: 숫자로 보는 고령장애인 돌봄의 현재

고령화는 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SBS Biz 보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 비율은 2015년 42.3%에서 2024년 55.3%로 늘었고, 65세 이상 신규 장애인 발생도 연간 약 5만 명에 이릅니다. 당시 복지부는 65세 이후에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재정 규모를 보면 활동지원급여는 연 약 2조 5천억 원, 장기요양급여는 약 17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대상 확대는 장기요양과의 중복을 피하면서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핵심은 세 가지로 모입니다. 첫째, 65세 이후에도 본인의 생활 방식과 사회참여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입니다. 둘째, 제도 전환 과정에서 급여가 갑자기 줄어드는 공백을 막는 보전 장치입니다. 셋째, 김 씨 사례처럼 제도 밖에 있던 사람을 찾아내 연결하는 발굴 체계입니다. 헌재가 합헌을 선언했다고 해서 이 과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다수의견 스스로 대상자 발굴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을 국가와 지자체의 몫으로 남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결론: 합헌은 끝이 아니라 입법과 행정의 숙제

이번 결정은 현행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일 뿐, 고령장애인 돌봄의 공백이 정당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수의견도 한정된 자원을 점진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했을 뿐 확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고, 소수의견은 접근성 부재 집단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제 공은 국회와 정부로 넘어왔습니다. 선택제 도입 법안의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일, 보전급여 산정 기준을 현실화하는 일, 그리고 학대 피해자와 은둔 장애인처럼 제도 밖에 있던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우선 과제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나이 때문에 지원의 문턱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후속 입법과 정부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자료

이미지 Photo by Marcus Aurelius on Pexels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