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복지정책

통합돌봄 시행 5개월,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는 현실이 되고 있는가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08월 31일

서론 — 요양원이 아닌 우리 집에서, 법이 바뀌었다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의 돌봄 정책은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그동안 노인이 몸이 아프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선택지는 사실상 둘뿐이었다. 병원에 장기 입원하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이다. 의료는 건강보험, 요양은 장기요양보험, 돌봄은 지자체 복지 사업, 주거는 또 다른 부처의 소관으로 흩어져 있어 정작 당사자는 각 창구를 따로 찾아다녀야 했다.

통합돌봄은 이 분절된 구조를 뒤집는 시도다. 어르신과 장애인이 살던 집과 동네에서 의료·요양·돌봄·주거 서비스를 한 번에 연계받도록 하는 것, 즉 ‘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 12개 시군구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2025년 9월 전국 229개 시군구로 확대된 뒤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시행 5개월이 지난 지금, 이 야심찬 제도는 어디까지 왔을까.

본론

1. 제도의 뼈대 — 신청부터 개인별 지원계획까지

통합돌봄의 핵심 대상은 노쇠 등으로 복합적 지원이 필요한 65세 이상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이다. 지자체장이 보건복지부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치면 그 외 대상자도 포함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절차는 기존 복지 제도와 결이 다르다. 본인은 물론 8촌 이내 친족, 후견인이 신청할 수 있고, 시·군·구가 직권으로 신청 절차를 개시할 수도 있다. 본인 동의가 있으면 병원이나 시설 담당자도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이 들어오면 사전조사를 거치고, 필요한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통합판정조사를 실시해 의료 필요도와 돌봄 필요도를 함께 파악한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는데, 이 계획을 확정하는 자리가 통합지원회의다. 시·군·구 담당 부서, 보건소, 읍면동, 관련 기관 실무자, 지역의 보건의료·주거·돌봄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 조합을 조정한다. 신청자가 여러 창구를 도는 대신, 행정과 전문가가 한 테이블에 모여 서비스를 짜맞추는 구조로 뒤집은 셈이다. 시행령·시행규칙이 법 시행에 앞서 제정되면서 이 절차의 세부 기준이 마련됐다.

2. 예산 13배 증액, 그러나 인력은 대부분 ‘겸직’

정부가 실어준 무게는 적지 않다. 2026년 통합돌봄 예산은 전년 71억 원에서 914억 원으로 약 13배 늘었다. 지역 서비스 확충, 지자체 전담인력 인건비, 정보시스템 구축에 투입된다. 전국 시·도와 시·군·구, 읍·면·동, 보건소에 배치된 통합돌봄 인력은 5,346명 규모다.

문제는 이 숫자의 속살이다. 2026년 4월 기준 전라남도의 경우 시·군 통합돌봄 인력 458명 중 전담인력은 96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362명은 모두 겸직이었다. 기존 업무를 그대로 안은 채 통합돌봄 업무를 얹어 받은 것이다. 발굴·계획 수립·서비스 연계·모니터링이라는 통합돌봄의 4단계 업무는 한 사람을 깊이 들여다봐야 가능한 일인데, 겸직 구조에서 그 밀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시행 100일 무렵 현장에서 ‘일손 부족’ 호소가 잇따른 배경이다.

3. 방문의료라는 병목, 그리고 42.9%의 무관심

더 구조적인 병목은 의료 쪽에 있다. 통합돌봄이 시설 입소를 대체하려면 집으로 찾아가는 의료가 받쳐줘야 한다. 방문진료, 방문간호, 방문재활이 핵심 서비스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데 이를 담당할 의사·간호사·재활 인력의 확보 수준은 지역별 편차가 크고, 정확한 수요 추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의료와 돌봄을 연결할 지역 인프라 자체가 아직 얇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지도도 과제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7월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 42.9%가 통합돌봄 시행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제도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이 대체로 고령이고 정보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권 신청과 선제적 발굴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제도는 ‘아는 사람만 쓰는 제도’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예산과 법령은 갖춰졌지만, 그것이 각 가정의 현관문 앞까지 도달하는 마지막 구간이 여전히 비어 있는 셈이다.

결론 — 제도의 성패는 ‘연계’가 아니라 ‘사람’에 달렸다

통합돌봄은 새 급여를 만든 제도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던 의료·요양·돌봄·주거 서비스를 한 사람 기준으로 다시 엮는 제도다. 그래서 성패는 예산 총액보다 그것을 엮어낼 사람에 달려 있다. 전담인력을 겸직으로 채우면 통합지원회의는 형식적 절차로 흐르고, 개인별 지원계획은 기존 서비스 목록을 나열한 문서에 그치기 쉽다.

향후 과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전담인력의 실질적 확충과 전문성 축적이다. 둘째, 방문진료·방문간호 수가와 인력 기반을 지역 단위로 설계해 의료 병목을 푸는 일이다. 셋째, 42.9%에 이르는 인지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해 지자체 직권 신청과 위기가구 발굴 체계를 통합돌봄과 촘촘히 연결하는 일이다.

초고령사회의 돌봄 비용은 시설 중심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오른다. 통합돌봄이 자리 잡는지 여부는 어르신 개인의 삶의 질 문제이자, 향후 수십 년 사회보험 재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행 첫해는 제도가 굴러가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 다음 해가 어떻게 기록될지는 지금 채워지는 인력과 인프라에 달려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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