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복지정책

일하는 저소득 청년의 1,440만 원, 청년내일저축계좌는 무엇을 바꾸고 있나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08월 30일

서론 — 근로빈곤 청년에게 ‘자산’이라는 사다리를 놓다

한국의 청년 복지정책은 오랫동안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일을 하는데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working poor)’ 청년이 늘면서, 소득 지원만으로는 빈곤의 대물림을 끊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 매달 버는 돈이 곧바로 생활비로 소진되면 목돈을 만들 기회 자체가 없고, 주거·결혼·창업 같은 생애 전환 국면에서 다시 부채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활정책과가 운영하는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이 지점을 겨냥한 자산형성지원 사업이다. 저소득 근로청년이 3년간 저축을 유지하면 정부가 매칭 지원금을 얹어 1,000만 원대의 종잣돈을 만들어 준다. 2026년 들어 지원 구조가 정비되고 차상위 초과 계층의 신규 모집이 중단되면서, 이 제도는 ‘넓게 얕게’에서 ‘좁게 두텁게’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복지부가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나선 만큼, 제도의 설계와 쟁점을 짚어 볼 시점이다.

본론

1. 제도의 뼈대 — 누가, 얼마를, 어떻게 받는가

청년내일저축계좌의 가입 자격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연령으로, 신청 당시 만 15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이 대상이다. 둘째는 근로 요건이다.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월 10만 원 이상 발생해야 하며, 이는 ‘일하는 청년’을 전제로 한 제도라는 성격을 분명히 한다. 셋째는 소득 기준으로,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여야 한다.

지원 방식은 매칭 적립이다. 가입자는 매월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까지 자율적으로 납입할 수 있고, 정부는 여기에 월 30만 원의 근로소득장려금을 정액으로 얹어 준다. 본인이 매달 10만 원씩 3년을 채우면 본인 적립분 360만 원에 정부 지원금 1,080만 원이 더해져 1,440만 원 이상의 목돈이 만들어진다. 본인이 더 많이 넣을수록 만기 수령액은 커지지만, 정부 지원 규모 자체는 납입액과 무관하게 고정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가입자가 생계·의료급여 수급 지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우에는 별도의 탈수급장려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다만 돈만 넣는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만기 수령을 위해서는 3년간 계좌를 중도 해지 없이 유지해야 하고, 그 기간 내내 근로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 여기에 금융·취업 관련 교육을 10시간 이상 이수하고, 만기 시 자금사용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현금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금융 역량과 노동시장 정착까지 함께 요구하는, 이른바 ‘조건부 자산형성’ 모델이다.

2. 2026년의 변화 — 차상위 초과 신규 모집 중단이 의미하는 것

2026년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상 범위의 조정이다. 그동안 이 사업은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계층과, 50% 초과 100% 이하의 이른바 ‘차상위 초과’ 계층을 나눠 운영해 왔다. 전자에는 월 30만 원, 후자에는 월 1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이 각각 매칭되는 이원 구조였다. 그런데 2026년부터 차상위 초과 계층에 대한 신규 모집이 중단됐다. 이미 가입한 청년은 기존 조건대로 지원이 이어지지만, 새로 문을 두드리는 중위소득 50~100% 구간 청년은 이 사업에 들어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조정은 재정 여건 속에서 ‘약자 복지’를 우선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한정된 재원을 월 10만 원씩 넓게 뿌리기보다, 빈곤선에 가장 가까운 청년에게 월 30만 원을 집중하는 편이 탈빈곤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자산형성지원 사업의 정책 목표는 단순한 저축 보조가 아니라 ‘탈수급·탈빈곤’에 있고, 그 성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구간도 저소득층이다.

반면 우려도 있다. 중위소득 50~100% 구간은 기초생활보장의 그물망 바깥에 있으면서도 자력으로 자산을 축적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사각지대다. 이 계층이 자산형성 지원에서 배제되면, 복지 수급자와 중산층 사이에 낀 청년들이 다시 정책의 공백으로 밀려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 등 금융위원회 계열의 별도 자산형성 상품이 그 공백을 얼마나 메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2026년 청년내일저축계좌의 모집은 5월 4일부터 5월 20일까지 진행됐으며, 연 1회 집중 모집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3. 남은 과제 — 유지율, 중도 탈락,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

자산형성지원 사업의 최대 난제는 중도 해지다. 3년은 저소득 청년에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실직, 질병, 가족 부양, 급전 필요 등 어떤 이유로든 납입이 끊기면 정부 지원금은 줄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 소득이 불안정할수록 계좌를 끝까지 지키기 어렵다는 역설이 존재하는 셈이다. 결국 가장 도움이 절실한 청년이 만기 혜택에서 탈락할 위험이 크다.

또 하나는 근로 요건의 경직성이다. 월 10만 원 이상의 소득을 3년 내내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은 플랫폼 노동, 단기 계약직, 프리랜서처럼 소득이 들쭉날쭉한 청년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근로 형태가 다변화된 노동시장의 현실을 얼마나 유연하게 반영하느냐가 제도 실효성을 좌우한다. 중도 해지 시의 회복 경로, 일시적 소득 단절에 대한 유예 장치, 만기 후 자금의 실제 사용처 추적과 사후 연계 지원 등이 함께 설계돼야 하는 이유다.

결론 — 종잣돈을 넘어, 자립의 경로로

청년내일저축계좌는 현금 지원과 노동 유인, 금융 교육을 하나로 묶은 한국형 자산형성 정책의 대표 모델이다. 3년의 성실한 저축이 1,440만 원의 자산으로 돌아오는 구조는 저소득 청년에게 단순한 금액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스로 목돈을 만들어 본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이 만들어 내는 미래 계획의 감각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2026년의 대상 집중은 재원을 가장 취약한 지점에 몰아주는 선택이었다. 다만 그 선택이 사각지대를 새로 만들지 않으려면, 차상위 초과 청년을 위한 대체 경로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만기까지 계좌를 지켜 낼 수 있도록 하는 유지 지원, 소득 단절에 대응하는 유연한 요건, 만기 자금이 주거·교육·창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사후 연계가 보완될 때 이 제도는 ‘통장 사업’을 넘어 진정한 자립 정책이 될 수 있다. 자산형성지원의 성패는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몇 명이 끝까지 남느냐로 평가돼야 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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