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복지정책

보호가 끝나는 순간, 국가가 시작되는 자리 —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 5년 확대의 의미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08월 30일

서론: 열여덟, 갑자기 어른이 되어야 하는 청년들

아동양육시설이나 가정위탁에서 자란 청년은 만 18세(연장 시 24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된다. 이른바 ‘자립준비청년’이다. 해마다 2,000명 안팎이 시설 문을 나서는데, 이들에게는 기댈 부모도, 돌아갈 집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계는 이 출발선의 불평등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자립준비청년의 자살 생각 비율은 50.0%로 일반 청년(16.3%)의 세 배를 넘고, 대학 진학률은 62.8%로 일반 청년(70.4%)보다 낮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 인식조사에서도 ‘자립준비청년’은 응답자 27.1%가 새로운 정책 대상으로 꼽은 취약계층이었다. 2026년 8월, 정부는 이들에게 지급하는 자립수당의 대상 기간을 보호종료 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단순한 기간 연장처럼 보이지만, 자립을 ‘이벤트’가 아니라 ‘과정’으로 본다는 관점의 전환이 담긴 변화다.

본론

1. 자립수당 5년 확대 —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나

자립수당은 아동복지시설·가정위탁에서 2년 이상 연속 보호를 받다가 보호가 종료된 청년에게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2019년 월 30만 원, 보호종료 후 3년 지원으로 출발해 단계적으로 인상돼 현재는 월 50만 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2026년 8월부터 지급 기간이 보호종료 후 5년으로 늘어났다.

기간 확대의 효과는 대상자 수로 확인된다. 기존 약 7,800여 명에서 600여 명이 새로 편입되고, 2027년에는 지원 대상이 약 1만 명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18세 이전 보호종료 청년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학업이나 가정 사정으로 조기에 시설을 나온 경우 제도적으로 배제됐던 문제를 바로잡은 것이다.

자립수당은 자립정착금과 성격이 다르다. 자립정착금은 보호종료 시점에 지자체가 1회 지급하는 목돈으로, 최근 대부분 지자체가 1,000만 원 이상으로 상향했다. 반면 자립수당은 매달 들어오는 ‘고정 소득’이다. 목돈은 보증금으로 한 번에 사라지지만, 매달 50만 원은 월세와 공과금을 감당하는 생활 기반이 된다. 두 제도가 결합돼야 비로소 초기 자립이 굴러간다.

2. 왜 3년이 아니라 5년이어야 했나

기존 3년 지원은 ‘보호종료 후 3년이면 취업해 자립한다’는 전제 위에 설계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대학에 진학한 청년은 3년이 지나도 아직 재학 중이고, 군 복무를 마치면 이미 지원이 끝나 있다. 취업했더라도 첫 일자리는 대개 비정규·저임금이어서 3년째에 이직·실직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지원이 끊기는 시점이 오히려 가장 불안정한 시기와 겹쳤던 셈이다.

이른바 ‘자립 절벽’ 현상이다. 자립준비청년 관련 연구들은 보호종료 3~5년 차에 주거 불안정, 부채, 정신건강 위기가 집중된다고 지적해 왔다. 대통령실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2022년 2.4%에서 2024년 5.2%로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자립준비청년은 이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집단이다. 5년으로의 연장은 이 절벽 구간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조치다.

3. 현금만으로는 부족하다 — 사람과 관계의 지원

자립수당 확대와 함께 주목할 것은 비현금 지원의 확충이다. 전국 시·도에 설치된 자립지원전담기관과 자립지원전담인력이 사례관리를 맡아, 주거·취업·심리 지원을 연계한다. 전담인력 1인당 담당 청년 수를 줄이는 것이 지속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자산형성 지원도 병행된다. 자립준비청년은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을 통해 본인 저축액에 정부가 매칭 지원하며, 청년 대상 자산형성 상품과 연계하면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 주거 측면에서는 LH 전세임대주택 우선 공급, 공공임대 특별공급 자격이 부여되고, 의료비는 24세까지 의료급여 2종 자격이 유지된다.

그럼에도 가장 큰 결핍은 돈이 아니라 관계라는 지적이 많다. 아플 때 병원에 같이 갈 사람, 계약서를 대신 읽어줄 어른,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이들을 고립으로 몰아간다. 최근 정책이 멘토링, 자조모임, 심리상담(전 국민 마음투자 사업 연계)을 강조하는 이유다. 현금 급여는 바닥을 받쳐주지만, 사회적 연결망이 없으면 그 바닥에서 다시 올라서기 어렵다.

결론: 자립은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기댈 곳이 있는 것

자립수당의 5년 확대는 자립을 성인이 되는 특정 시점의 사건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이행 과정으로 재정의한 결정이다. 부모가 있는 청년이 20대 내내 크고 작은 도움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국가가 5년간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은 결코 과한 배려가 아니라 최소한의 형평이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월 50만 원은 수도권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여전히 빠듯해 주거 지원과의 결합이 필수다. 둘째, 5년이 끝나는 시점의 ‘두 번째 절벽’을 대비한 단계적 축소나 취업 연계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신청주의 방식이라 제도를 모르거나 연락이 끊긴 청년은 여전히 배제된다. 주소지 이전, 연락 두절 청년을 찾아가는 발굴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 정책의 성패는 예산 규모보다 ‘끊기지 않는 연결’에서 갈린다. 보호가 종료되는 순간이 지원이 종료되는 순간이 되지 않도록, 제도가 사람을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촘촘해지기를 기대한다.

참고 자료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