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복지정책

장애인연금 확대, 2027년 예산안이 바꾸는 장애인 복지 지형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09월 19일

서론: 왜 지금 장애인연금 확대가 중요한가

보건복지부가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장애인 복지 정책에 가장 굵직한 변화가 예고됐다. 핵심은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을 기존 중증장애인 중심에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전체로 넓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약 26만 7천 명이 새롭게 장애인연금을 받게 되면서 전체 수급자는 약 61만 명 규모로 늘어난다. 여기에 활동지원서비스 대상 확대와 단가 인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발달장애인 돌봄 확충까지 맞물리면서 장애인 소득보장과 돌봄체계 전반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대응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장애인 복지가 내년도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배경과 구체적 내용을 짚어본다.

본론

장애인연금, 61만 명 시대로

장애인연금은 만 18세 이상 중증장애인 가운데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사람에게 지급되는 소득보장제도다. 2026년 1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기초급여액이 인상되며 월 최대 43만 9,700원까지 지급되고 있고, 2026년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140만 원, 부부가구 224만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만 원, 3만 2천 원 올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2027년도 예산안에 담긴 지급 대상 확대다. 그동안 장애인연금은 국민연금 장애등급 기준 등으로 인해 실제로는 일부 중증장애인만 받을 수 있었는데, 대상을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전체로 넓히면서 그동안 제도에서 배제됐던 약 26만 7천 명이 새로 수급권을 얻게 된다. 이는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과 낮은 소득으로 이중고를 겪는 장애인의 소득보장 사각지대를 줄이는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대상 확대가 핵심이다 보니 급여 수준의 적정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인 상당수가 노동시장 참여에 제약이 있고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만큼, 대상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급여액이 실제 생활 안정에 충분한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어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정부가 보유한 소득·재산 정보를 활용해 별도 신청 없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동 지급체계 도입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몰라서 못 받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활동지원서비스 확대와 65세 이후 선택권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자립생활을 뒷받침하는 활동지원서비스도 함께 확대된다. 2027년 예산안에는 활동지원 대상자를 9천 명 늘려 총 14만 9천 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서비스 단가를 4.0% 인상해 시간당 1만 7,960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의미 있는 변화는 만 65세 이후에도 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활동지원을 받던 장애인이 65세가 되면 자동으로 장기요양보험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지원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장기요양보험과 기존 활동지원서비스 가운데 본인에게 더 적합한 서비스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된다. 노년기에 접어든 장애인이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을 겪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안전장치인 셈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도 폭넓게 늘어난다.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서비스 대상자는 1,500명, 성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는 5천 명 확대되고, 보호자의 갑작스러운 부재 등 긴급 상황에도 24시간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도 24시간 개별형 6개소, 주간 개별형 15개소가 새로 추가된다. 장애 영유아를 돌보는 인력에게는 영아 시간당 2천 원, 유아 시간당 1천 원의 수당이 신설돼 돌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도 예산이 배정됐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통합돌봄 확대

저소득 중증장애인의 의료·생계 보장도 강화된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을 6.7% 인상하는 한편, 생계급여 수급자가 중증장애인인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그간 장애인은 본인의 경제적 어려움과 별개로 부모나 자녀 등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때문에 공적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조치로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약 3만 명 늘어나고 기본진료비 지원 대상도 13만 8천 명 추가될 전망이다.

지역사회에서의 통합돌봄 체계도 장애인까지 넓어진다. 그동안 노인 중심으로 운영되던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지역특화서비스 대상이 장애인까지 확대되고, 의료취약지역과 인구감소지역에는 1.2~1.5배 가산 지원이 적용된다. 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인구감소지역에는 주야간·단기보호와 방문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립 ‘취약지돌봄센터’ 30개소도 새로 문을 연다. 다만 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은 의료·요양·돌봄만으로는 보장되기 어렵고 주거, 이동, 활동지원, 보조기기, 소통 지원 등이 함께 필요한 만큼, 노인 중심 모델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자기결정권을 중심에 둔 지원체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9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발달장애인법·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돼 최중증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서비스와 관련 센터 설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장애인학대 사건에 대한 수사·송치 체계도 함께 정비됐다. 예산 확대와 법 개정이 같은 시기에 맞물리면서 제도적 뒷받침이 한층 탄탄해지는 모습이다.

결론: 사각지대는 줄었지만, 남은 과제

이번 2027년도 예산안은 장애인연금 대상을 61만 명 규모로 늘리고 활동지원·발달장애인 돌봄·의료보장을 함께 확대했다는 점에서 장애인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눈에 띄게 줄이는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65세 이후 활동지원 선택권 보장과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그동안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대상 확대가 급여 수준의 적정성이나 서비스 질 향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활동지원 단가 인상이 실제 종사자 처우 개선으로 연결될지, 지역별 서비스 공급 격차와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는 국회 예산 심의와 이후 집행 과정에서 계속 지켜봐야 할 과제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제도 설계만큼이나 현장에서의 안정적인 실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이미지 Photo by Gustavo Fring on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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