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올해 복지 제도의 시험대, 종합계획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부족한 국민에게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보장하는 우리나라 공공부조의 중심축이다. 2015년 7월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된 지 10년이 넘었고, 정부는 3년 단위 중장기 로드맵인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올해 안에 확정할 예정이다. 2026년 7월 28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2027년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7% 올리기로 의결한 직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양의무자 제도 변화를 포함한 전반적 개선을 4차 종합계획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계획에 관심이 쏠렸다. 숫자의 인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쟁점이 이번 계획에서 어떻게 다뤄질지가 핵심이다. 이 글에서는 종합계획의 배경과 2027년 급여 변화, 남은 쟁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본론 1: 10년 평가와 종합계획의 출발점
종합계획 수립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올해 1월부터 제도 10년 평가 포럼을 운영해 왔다. 포럼은 제도의 기본원칙과 선정기준, 생계·의료·주거·교육·자활 급여별 성과와 개선방안, 그리고 ‘기본사회’에서 공공부조가 맡을 역할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서울대 구인회 교수 등 학계 전문가와 보사연 연구진이 제도 전반과 급여별 분야를 나누어 맡았고, 여기서 나온 과제는 연구용역과 연계해 제4차 종합계획에 반영된다.
지난 10년의 변화는 뚜렷하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28%에서 32%로, 주거급여는 43%에서 48%로 높아졌다. 교육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5년에, 주거급여는 2018년에 폐지되었고, 재산기준도 지역 구분을 4급지로 개편하면서 기본재산 공제액을 완화했다. 다만 이런 개선에도 “제도 밖 빈곤층”과 “받아도 부족하다”는 이중의 비판이 계속되어 왔다. 종합계획은 이 두 비판에 모두 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본론 2: 2027년 급여는 어떻게 달라지나
2027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649만 4,738원에서 692만 9,885원으로 6.7% 오른다. 2015년 현재의 방식이 도입된 이후 가장 큰 인상률로, 최근 몇 해의 인상률은 2022년 5.02%, 2023년 5.47%, 2024년 6.09%, 2025년 6.42%, 2026년 6.51%로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선정기준 비율은 생계 32%, 의료 40%, 주거 48%, 교육 50%로 올해와 같다.
생계급여 최대 지급액은 1인 가구가 82만 556원에서 87만 5,533원으로 약 5만 5천 원, 4인 가구는 207만 8,316원에서 221만 7,563원으로 약 14만 원 오른다. 실제 지급액은 가구의 선정기준에서 인정소득을 뺀 금액이다. 의료급여 선정기준은 1인 가구 월 109만 4,417원, 4인 가구 277만 1,954원이다. 주거급여는 지역과 가구원 수에 따라 기준임대료가 1만 2천 원에서 5만 원 오르고, 교육급여 교육활동지원비는 평균 4.7% 인상된다.
산정 방식도 바뀐다. 기존처럼 최근 3개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증가율을 쓰되, 소비자물가와 실질 GDP 성장률 등 지표를 반영해 변동성과 시차를 보정하고, 상대빈곤율 감소와 급여 적정성, 재정 여건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식은 3년간 적용한 뒤 재검토한다. 인상 폭이 커졌지만 비판도 있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비해 체감이 낮다는 지적과 함께, 수급 당사자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고, 관련 법안은 국회 상임위 소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시각장애인 수급자가 생계급여와 장애인연금을 합쳐 월 130만 원 안팎으로 생활하면서 의료비로만 매달 20만 원가량을 쓴다는 사례는 현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본론 3: 종합계획이 풀어야 할 쟁점
첫째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생계급여에서 원칙적으로 폐지되었지만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 예외 조항이 남아 있고, 의료급여 역시 단계적 폐지 논의 중이다. 정부가 4차 계획에서 제도 변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폐지 범위와 시기가 가장 큰 관심사다. 둘째는 재산·소득 인정 기준이다. 재산의 소득환산율과 기본재산 공제를 어디까지 완화할지에 따라 수급권 밖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가 달라진다. 셋째는 현금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의료·돌봄·생활지원 같은 필수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넷째는 자활과 탈수급 지원이다. 일하면 급여가 줄어드는 구조 때문에 근로의욕이 꺾인다는 오래된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재정이다. 선정기준과 급여를 함께 올리면 예산 부담이 커지는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맺으며: 숫자를 넘어 구조를 바꿀 때
2027년 기준 중위소득 6.7% 인상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수급자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것은 인상률 그 자체보다 누가 제도 안으로 들어오고, 어떤 서비스와 함께 지원받으며, 어떻게 자립으로 이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제4차 종합계획은 10년 만에 제도의 원칙을 점검하는 드문 기회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한 정리, 재산 기준의 현실화, 서비스 연계 강화, 당사자 참여 보장이 담긴다면 ‘최후의 안전망’이라는 이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계획이 확정되는 올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독자 여러분도 해당 가구라면 복지로나 주민센터를 통해 2027년 기준에 맞춰 수급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 보길 권한다.
참고 자료
- 내년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692만원…역대 최고 6.7% 인상 (뉴시스, 2026-07-28)
- 내년 기준 중위소득 6.7% 인상…생계급여 1인가구 87만원 (더팩트, 2026-07-28)
- 최대 인상이라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의 삶은 여전히 팍팍 (오마이뉴스)
- 복지부, 기초생활보장제도 10년 평가·제4차 종합계획 수립 착수 (메디칼월드뉴스, 202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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