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기초연금, 왜 지금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나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지급되는 대표적인 노후 소득보장 제도입니다. 2026년 기준연금액은 월 34만9700원으로, 국민연금 역사가 짧아 연금 수령액이 낮은 현재 노인 세대에게는 사실상 생활비의 큰 축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지출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졌습니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에 들어서면 2050년 재정이 약 46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는 올해 8월 말 이른바 하후상박 개편안을 내놓으려다 브리핑을 직전에 취소했고, 이후 예산안을 통해 수정된 방향을 공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7년 예산안에 담긴 기초연금 개편의 핵심 내용과 쟁점, 앞으로의 과제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본론 1: 2027년 개편안의 핵심 내용
개편안의 중심은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더 두텁게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2027년 4월부터 소득 하위 0~30% 노인 약 348만 명은 월 38만 원을 받게 됩니다. 현행 34만9700원보다 약 3만 원 오르는 금액입니다. 하위 30~45% 약 174만 명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월 35만9000원을, 하위 45~70% 약 290만 명은 지금과 같은 월 35만 원을 받습니다. 하위 30%와 45%의 경계는 기준중위소득의 20%(월 약 55만 원)와 40%(월 약 109만 원) 수준으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선정 기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구체적인 선정 기준은 2026년 말 확정될 예정입니다.
부부 수급자의 감액 완화도 눈에 띕니다. 지금은 소득과 관계없이 부부가 함께 받으면 각각 20%가 깎이지만, 하위 45%에 속하는 부부는 감액 비율이 10%로 줄어듭니다. 약 234만 명이 혜택을 보며, 하위 30% 부부가구는 월 56만 원에서 68만4000원으로 12만4000원이 늘어납니다. 하위 30~45% 부부가구도 월 64만6000원으로 8만6000원 오릅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직역연금 수급자 편입입니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제외됐던 사람이라도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이 하위 45%에 해당하면 최대 월 38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정보 연계 작업이 필요해 지급은 2027년 7월부터 시작되며, 대상은 약 11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은 25조7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2조6000억 원(11%) 늘었고, 이 가운데 저소득층 추가 지원분이 약 1조3000억 원입니다.
본론 2: 막판에 바뀐 방향, 무엇이 빠졌나
처음 준비된 안은 지금보다 훨씬 과감했습니다. 선정 기준을 소득 하위 70%라는 목표 수급률에서 기준중위소득 연계 방식으로 바꾸고, 2027년 90%에서 시작해 2028년 86.6%, 2029년 83.3%, 2030년 8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구상이었습니다. 현행 방식에서는 소득인정액 산정이 관대해, 근로소득이 월 468만 원 수준이어도 수급 자격이 유지되는 사례가 나온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2026년 1인 가구 선정기준액은 월 247만 원으로 기준중위소득의 96.3%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기준 변경안을 발표 직전에 거두었습니다. 상박, 즉 상위 소득 노인의 급여 조정이 빠지면서 개편은 사실상 저소득층 증액 중심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기존 수급자에게는 불이익이 없다는 설명이지만,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방식으로의 전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장기 재정 추계 역시 법 개정 이후인 2028년 이후에 논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초연금 지출 전망은 이 논쟁의 배경을 보여줍니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2027년 25조6530억 원, 2028년 28조2970억 원을 거쳐 2030년에는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2026~2030년 연평균 증가율은 6.8%에 달합니다. 수급자 증가와 급여 상향이 맞물리는 만큼, 개편을 미룰수록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본론 3: 전문가들이 짚는 쟁점
평가는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극빈층에 3만 원을 더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봅니다. 반대로 물가 반영 이전 금액 기준으로 실질 증가분이 월 2만1000원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꼽히는 것은 생계급여와의 관계입니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으로 잡혀 생계급여가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가 그대로여서, 하위 30% 안에 포함된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는 인상 효과를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인상과 생계급여 최대 5만5000원(1인 가구) 인상을 근거로 들지만, 시민사회는 근본 해결이 아니라고 비판합니다.
형평성 논란도 남아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소득인정액이 0원인 노인이 약 117만 명(수급자의 17.4%)인 반면, 월 200만 원이 넘는 수급자도 약 97만 명(14%)에 이릅니다. 일부 전문가는 중기적으로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수급 범위를 좁혀 빈곤 노인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전문가는 막연한 탈락 우려가 개편을 어렵게 만들었을 뿐 실제 차이는 크지 않다고 봅니다. 여론과 재정, 형평성 사이에서 정부가 어디에 무게를 둘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결론: 절반의 개편, 이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번 개편안은 노인 빈곤율이 높은 현실에서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부부 감액 완화와 직역연금 수급자 편입은 그동안 제도의 사각지대로 지적된 부분을 일부 메웠습니다. 다만 상박이 빠진 하후만으로는 재정 부담 완화와 형평성 제고라는 두 과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생계급여 차감 문제 역시 숙제로 남았습니다.
앞으로 관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초연금법 개정 과정에서 선정 기준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둘째,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노후 소득보장 체계 전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셋째, 장기 재정 추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대 간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2026년 말 확정될 세부 기준과 국회 논의를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해당 연령대에 계신 가족이 있다면 소득인정액 기준 변화에 미리 관심을 가져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부자 노인도 기초연금 받는다…”개편 이미 늦어” 전문가 쓴소리한 이유 (머니투데이, 2026-09-01)
- 기초연금 2030년 지출 30조 돌파 전망…’하후상박’ 개편 추진 (아이뉴스24, 2026-09-06)
- 월 468만원 벌어도 기초연금…’하후상박’ 개편 막판 진통 (한국경제,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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