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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 이제는 ‘사회적 고립 예방’으로 – 범정부 컨트롤타워 출범의 의미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10월 09일

서론: 죽음 이후가 아니라 고립의 시작을 막아야 한다

혼자 살던 사람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는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이 빠르게 늘면서 고독사 예방은 복지 정책의 핵심 의제로 올라섰다. 전국 고독사 사망자는 2020년 3,279명에서 2024년 3,924명으로 약 20% 늘었다. 그런데 정부는 2026년 5월 열린 제1차 고독사 예방 협의회에서 정책의 무게중심을 ‘사후 대응’에서 ‘사회적 고립 예방’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제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하고, 흩어져 있던 부처별 사업을 묶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고독사 예방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 어떤 쟁점이 남아 있는지 차례로 살펴본다.

본론 1: 숫자로 보는 고립의 현실

늘어나는 고독사, 두 배로 커진 은둔 청년

고독사는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4년 기준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60대 남성이 1,089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젊은 층의 고립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2022년 24만 4천 명에서 2024년 53만 8천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이는 19~34세 청년의 5.2%에 해당한다.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사망자 비율은 1.08명에서 1.09명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절대 인원은 계속 증가해 왔다.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사회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고립은 두드러진다.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답한 15세 이상 비율은 한국이 20.6%로 OECD 평균 9.51%의 두 배를 넘고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국내 조사에서도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하나도 없는 사회적 고립도는 전체 33%, 60세 이상은 39.4%에 달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정서적 고립이다.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60세 이상에서 2021년 31.1%에서 2025년 28%로 줄었지만, 우울할 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2023년 26.9%에서 2025년 27.7%로 오히려 늘었다. 실질적 도움의 안전망은 조금씩 나아지는데 마음을 나눌 관계는 더 얇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본론 2: 정책은 어떻게 바뀌나

전담 차관과 범정부 컨트롤타워

정부는 2026년 5월 13일 제1차 고독사 예방 협의회에서 복지부 제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했다. 전담 차관은 부처 간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영국이 2018년, 일본이 2021년 각각 외로움·고독 담당 장관을 둔 사례를 참고한 구조로, 보건·주거·고용·교육으로 나뉜 고립 관련 사업의 칸막이를 허물겠다는 취지다. 협의회도 사회적 고립 예방 위원회로 확대·격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조사·계획의 3단계 로드맵

핵심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현행 고독사 예방법을 가칭 ‘사회적 고립 예방법’으로 전부 개정해 지원 대상을 고독사 위험군에서 사회적 고립 위험군으로 넓힌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연결의 날’ 지정도 검토되고 있다. 둘째, 고립 위험군과 국민 인식을 파악하는 전국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셋째,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범정부 5개년 기본계획을 세우고 청년·중장년·노년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법 개정안 발의 시점과 조사 착수 시기 등 구체적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장 사업의 확대와 예산

현장에서는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이 3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체 229개 시군구로 확대됐고, 2026년 관련 예산은 138억 원이다. 노인 대상 서비스는 돌봄 연계, 사회참여, 안전확인 중심으로 운영된다. 전문가들은 낮은 접근장벽을 강조한다. 관계 맺기를 꺼리는 사람도 공공 이불빨래방이나 ‘고쳐드림’처럼 생활 불편을 해결해 주는 사업을 매개로 하면 낙인감 없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이웃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도 제안됐지만, 낮은 소득과 짧은 참여 기간이 지속성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결론: 연결을 설계하는 복지로

고독사 예방 정책의 전환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점을 앞당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 죽음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계가 끊기는 과정 자체를 정책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제도 분명하다. 법 개정과 5개년 계획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 일정과 목표 지표가 필요하다. 시군구 229곳으로 넓힌 사업이 지역마다 편차 없이 운영되려면 현장 공무원과 사회복지사의 인력난부터 풀어야 하고, 민간과의 역할 분담도 정교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서적 고립이 깊어지는 흐름을 되돌리려면 안전 확인을 넘어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홀로 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고독사 예방은 특정 계층을 위한 시혜가 아니라 모두의 안전망이다. 전담 차관이라는 컨트롤타워가 그 안전망을 촘촘히 엮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이행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 자료

이미지 Photo by Alex Green on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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