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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재정, 어린이집도 교육재정 품을 수 있을까: 교부금법 개정안과 보육 현장의 갈림길

작성자 엘리아 · 2026년 10월 12일

서론: 보육과 교육의 칸막이, 이제는 돈의 문제로

0~5세 영유아를 돌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부처의 관리를 받아 왔습니다.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맡았고, 재원 구조도 달랐습니다. 이 칸막이를 허물겠다는 정책이 바로 유보통합입니다. 0~2세 영아를 포함한 영유아의 보육·교육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넘어간 만큼 행정 통합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정작 현장이 체감하는 격차는 재정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6년 10월 들어 이 문제가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어린이집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 대상에 명시하는 법안을 내놓았고, 같은 시기 경기도에서는 보육 예산 삭감을 둘러싼 어린이집 단체의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법안의 핵심 내용과 쟁점, 그리고 현장의 갈등이 던지는 시사점을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본론 1: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무엇이 달라지나

2026년 10월 2일 발의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을 교부금 지원 대상으로 명확히 포함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유치원이 교육재정의 지원을 받는 반면 어린이집은 이 틀 밖에 놓여 있어, 같은 연령의 아이를 돌보면서도 재정 지원 수준에 차이가 생긴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둘째, 교부금의 재원이 되는 내국세 비율을 현행 20.79%에서 21.79%로 1%포인트 높이는 것입니다.

왜 비율까지 올리려는 걸까요? 어린이집이 교부금 대상에 들어오면 같은 재원을 더 많은 기관이 나눠 쓰게 됩니다. 재원을 늘리지 않으면 기존 유치원·초중등 교육에 쓰이던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유보통합에 따른 추가 소요 재원은 5조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개정안은 이 부담을 별도 재원 확대로 감당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법안 발의 직후인 10월 8일 환영 입장문을 냈습니다. 어린이집이 교육재정에서 제외되어 유치원과 재정 격차가 생겼다는 주장이며, 법안이 통과되면 보육료 현실화,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급·간식비 격차 해소, 보육교직원 처우 개선의 재정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밝혔습니다. 다만 이 법안은 아직 국회 심의를 기다리는 발의 단계입니다. 통과되더라도 곧바로 개별 어린이집에 돈이 지급되는 구조는 아니어서, 시행령과 교육청 예산 편성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합니다.

본론 2: 경기도 보육예산 갈등이 보여 주는 현장의 불안

법안 논의와 맞물려 현장의 불안이 드러난 사례가 경기도입니다. 경기도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어린이집 운영비와 보육교직원 처우개선비 등의 단가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올해 말까지는 지원을 이어가되 급식 지원 단가는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편성되지 않은 예산을 전액 복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 어린이집연합회는 10월 6일부터 8일까지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추경에 누락된 보육 예산 반영을 요구했습니다. 경기도의회 임창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족 규모는 영아 교육과정 지원, 보육 운영 지원, 교직원 처우개선, 0~2세 운영비, 시간연장 보육 지원 등 다섯 개 사업에 걸쳐 약 27억 원입니다. 관련 청원에는 10월 8일 오후 4시 기준 12만 7천 명 이상이 참여했고, 연합회 측은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0월 23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두 사안을 곧바로 인과관계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교부금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해도 경기도의 지방 예산 부족분이 자동으로 메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 예산 편성과 국가 재정 설계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갈등은 보육 재정이 지자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 주며, 안정적인 국가 단위 재원 마련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현실적인 사례로 읽힙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 사안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본론 3: 유보통합 재정 논의의 남은 쟁점

앞으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는 재원 확보 방식입니다. 교부금 비율을 올리면 국가 재정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올리지 않으면 기존 교육 예산과의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둘째는 격차 해소의 속도입니다. 2023년 교육부가 대구와 광주 등 선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유치원 학비와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을 시범 확대했던 것처럼,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3~5세 어린이집 아동의 급·간식비 격차를 교육청과 지자체 분담으로 일부 메우는 방식이 논의됐습니다. 셋째는 현장 수용성입니다. 보육교직원의 처우와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은 재정뿐 아니라 인력 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어, 기관 유형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불가피합니다.

결론: 통합의 완성은 안정적인 재원에서 시작된다

유보통합은 부모 입장에서는 어디에 보내든 같은 수준의 보육·교육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약속이고, 현장 입장에서는 기관 유형에 따른 처우 차이를 줄이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번 교부금법 개정안은 그 약속을 뒷받침할 재정 기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첫 번째 구체적 답안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5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추가 재원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향후 과제는 분명합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교육 재정 전체의 균형을 점검하고, 지자체별로 편차가 큰 보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동시에 아이와 보호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보육료, 급·간식비, 교직원 처우의 개선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10월 23일로 예고된 집회와 국회 논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보육 현장과 정책 설계가 어떻게 만나는지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이미지 Photo by gsregvrd on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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